두 수 이상을 바라보는 포석일까?
Nexus는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단어이다. 어릴적부터 스타크래프트를 즐겨온 사람들은 프로토스 종족의 본진이름이 넥서스라는 사실로부터 이 단어에 익숙해졌을 것이고 스마트폰 관련 정보를 자주 접하는 사람들 역시 넥서스라는 단어는 익숙한 단어이다. 예전에는 넥서스하면 주로 프로토스를 떠올렸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안드로이드 레퍼런스폰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주 동안은 포털사이트의 IT 관련 뉴스 페이지에 몇일마다 한 번 씩 새로운 넥서스 폰에 대한 정보들이 올라오고 있다. (출처를 알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내부 관련직원들이 찍은 것처럼 보이는 넥서스 폰들의 사진들이 무척 많이 올라왔다.)
그리고 새롭게 출시되는 넥서스 시리즈 중 넥서스5 2015로 알려진 모델의 출시가 9월 29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이미 9월 29일이지만 아마도 출시 시간이 미국을 기준으로 하기 내일 오전 정도면 구체적인 넥서스5 2015의 정보를 찾아볼 수 있게될 것이다.
이번의 넥서스들은?
이번 넥서스들 어떤 특징이 있을까? 둘다 퀄컴의 스냅드래곤을 뇌로 심고 있으며 5와 6 각각 스냅드래곤 808과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하였다. 808과 810 모두 충분히 훌륭한 프로세서로 알려져 있지만 820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외형적인 이유로는 820이 가지고 있는 발열등의 기존 이슈로 인해 즉시 적용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다. 더 단편적으로 생각해보면 최신의 프로세서를 탑재하는 경쟁은 하지 않기로 했을지도 모른다.
한편 넥서스를 생산하게 된 기업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LG와 중국의 화웨이이다. 모두 훌륭한 하드웨어 제조사이다. 하지만 최고의 위치에 있는 하드웨어 기업들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이것 역시 마찬가지로 최고의 안드로이드 업체와 협업하기 보다는 적정 업체를 선택했을 수도 있다.
넥서스는 안드로이드의 최신 버전을 탑재하여 시장에 출시되는 최초의 폰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다양한 제조사들이 양산을 하기 이전에 넥서스는 홀로 외로이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을 고객의 손에 쥐어주며 일종의 베타 테스트를 넘어서 감마 수준의 테스트를 하는 폰이라고 보면 된다. 테스트의 관점에서 당연히 적절한 파트너십업체와 적절한 수준의 하드웨어가 필요했을 것이고 스냅드래곤 808이나 810 그리고 LG나 화웨이는 그 수준에 가장 부합하는 대안이었을 것이다.
넥서스의 승부수
지금까지 많은 넥서스들이 출시되어 왔지만 이번만큼 의미 있는 넥서스들은 없었다는 느낌이다. 물론 넥서스가 전혀 존재감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었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이제 거의 무너져내린 대만의 안드로이드 제조사HTC는 넥서스와 함께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고 삼성전자 역시 넥서스 시리즈를 만들어내면서 안드로이드폰 제조의 기반이 탄탄하게 강화되었다. 삼성전자에 이어서 엘지전자가 넥서스 시리즈를 만들어 내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두 개의 레퍼런스폰 제조회사를 가지게 된 셈인데 그 결과가 90%에 육박하는 안드로이드폰 시장 점유율로 이어지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은 이미 안드로이드 기반의 폰이 많이 판매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 그 가운데는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처럼 순수한 안드로이드 폰이라고 보기 어려운 폰들도 많다. 샤오미는 그 대표적인 예이다. 만일 화웨이를 필두로 중국의 제조사들이 좀 더 높은 수준의 안드로이드폰을 양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그만큼 구글이 중국의 스마트폰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폭이 높아질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그랬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분명히 타이젠으로 독자노선을 가져고 하는 삼성에 대한 견제 심리도 작용할 것이다. 결국 비삼성라인 중 안드로이드 제조사 탑티어에 해당하는 옵션 중 엘지전자를 선택하는 것은 구글에게도 나름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하드웨어를 위한 하드웨어가 아니다.
이번 넥서스는 안드로이드 6.0마쉬멜로를 탑재하고 나올예정이다. 그리고 당연히 안드로이드는 버전의 앞자리 숫자를 바꿀때마다 중요한 변화를 함께 포함시키곤 한다. 안드로이드 5.0 롤리팝에서는 그 동안 사람들에게 핀잔을 적지 않게 들었던 디자인을 변화시키기 위하여 Material Design을 도입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이번 6.0에는 더 큰 전략을 포함시켰다. 바로 안드로이드 페이를 탑재한 것이다.
사실 핀테크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와 경쟁관계에 있는 애플은 이미 오래전에 애플페이를 발표하였고 삼성의 삼성페이 역시 성공적인 히스토리를 쌓아가고 있다. 어찌보면 안드로이드 페이는 몇 발짝 뒤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모바일 시장에서 광고를 독점하지 못하고 있는 (페이스북 때문에) 구글의 입장에서 또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은 꼭 풀어야만 하는 숙제이다. 결국 넥서스 시리즈가 시장에 많이 팔려 나가야 하는 이유는 하드웨어 때문이라기 보다는 안드로이드 페이 서비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페이팔처럼 때돈을 벌지는 못하더라도 그 시장을 다른 경쟁자들에게 순수히 내어줄 생각은 없을 것이다.
중국에서 넥서스가 많이 팔린다면?
결국 구글이 화웨이를 선택한 것은 2가지 전략에 부합하는 결정인 셈이다. 첫째 중국 내에서 모바일 운영체제 경쟁력을 갖추는 것과 둘째로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있는 땅에서 또한 애플과 삼성이 페이 서비스를 뿌리내리지 못한 땅에서 안드로이드 페이를 성공시키는 것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결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 구글은 다시 저렴한 안드로이드 전략으로 돌아왔다. 전작이었던 모토롤라가 만든 넥서스6의 32기가 모델이 $649였던 엽기적인 기억을 벗어나 넥서스5 2015가 16G기준 $379.99로 예상되며 넥서스6P는 32G기준 $499.99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내 스마트폰 브랜드들이 워낙 낮은 가격으로 폰을 판매하고 있지만 구글의 레퍼런스라는 장점과 화웨이라는 제조사의 친밀성을 고려하면 넥서스를 중국 내에서 좀 더 널리 보급시키기 위해서 $400불대의 가격의 선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인증을 혁신하려고 한다.
새로운 두 개의 넥서스 폰들은 모두 지문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지문인식을 탑재한 넥서스가 출시되는 것도 물론 처음이다. 아이폰은 오래 전부터 지문인식을 지원해오고 있었다. 지문인식은 언뜻 생각하면 하드웨어의 기능이지만 지문인식의 역할이 가지는 본질을 생각해보면 사실 하드웨어적인 중요도보다는 소프트웨어적인 중요도가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문인증을 통해 1차적으로는 휴대폰의 잠금 상태를 풀 수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인증방식이 더 혁신될 경우 하드웨어뿐 아니라 앱이나 웹 서비스의 로그인 역시 지문인식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개인정보보호의 이슈가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지문인식은 단순히 휴대폰 잠금해제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문인식이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요술봉이 될 수는 없다. 지문인식 역시 위험하다는 기사 역시 조금씩 나오고 있다.)
만일 구글이 새롭게 출시되는 넥서스를 필두로 인증 단계의 혁신을 이끌어낸다면 Alpha-Numeric ID(알파벳+숫자조합의 ID)에서 이메일 ID로 한번 혁신되었던 인증의 서비스가 또 다른 수준으로 점프업하게 될 것이다. (이메일 ID기반의 혁신 역시 구글의 지메일이 그 혁신의 한 가운데 있었다.) 또한 지문인식의 혁신은 폭넓은 하드웨어의 배포없이는 불가능한 혁신이기도 하다.
어쩔 수 없이 그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이들도 있다.
LG와 화웨이는 앞에서 이야기 한 것 처럼 훌륭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다. 거기에 LG는 잘알려진 바와 같이 LTE관련 특허 세계 1위이며, 화웨이는 통신장비 생산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B2C를 위한 서비스군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 예를 들어 독자적인 페이서비스나 지문인식을 통해 연동할 수 있는 독자서비스가 없는 회사들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독자 서비스가 없는 회사들 중에서 가장 큰 회사들이다. 그들이 독자적인 모바일 서비스들을 보유하고 있는 애플이나 삼성전자 혹은 변종처럼 등장한 샤오미와 싸울 수 있는 방법은 우군을 만드는 것이다. 구글은 그들의 간지러운 곳을 긁어줄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등긁게 인 셈이다.
선제적으로 단말을 보급하고 단말로는 돈을 벌지 않는 것은 아마존이 이미 오래전 킨들을 통해 성공시킨 전략이다. 이 전략은 워낙 오래되서 지나치게 진부한 사례이기도 하다. 그런데 구글이 비슷한 전략을 들고 온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아마존에 비하면 단말기 값 자체는 모두 받기는 한다.
구글은 왠지 적정 기술과 적정 서비스를 잘 퍼뜨려주기 위한 적정 하드웨어 수준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도 언론이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넥서스5 2015의 메모리 용량이 왠지 그 고민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3G를 제공하면 어차피 사려고 했던 고객들은 만족하겠지만 가격이 올라 걱정이고 2G를 제공하면 이미 넥서스5에서도 2G의 메모리를 제공하였기 때문에 잠재 구매 고객들의 반발지 만만치 않을 수 있다. 단순히 최고의 수준을 지향한다면 고민할 것도 없는 고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최고의 수준을 지향한다면 넥서스를 2가지로 만들었을리도 없다. 결국 높은 스펙과 낮은 스펙을 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넥서스를 만드는 것 역시 더 많은 넥서스의 보급이 목표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원하는대로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하드웨어 -> 서비스 -> 수익창출의 선순환 고리를 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구글을 통해서 간지러운 곳을 긁던 제조사들은 어쩌면 등긁게에 긁혀 피가 날지도 모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