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반 서비스는 반쯤은 정답!
당근 마켓이라는 앱이 있어서 설치를 해보았다.
지역 기반의 중고상품 판매라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당근마켓!
당연히 경쟁자는 중고나라와 번개장터, 그리고 헬로마켓이다.
아는 사람들을 잘 알고 있듯이 중고거래를 꽤 종종하는 나에게 중고판매 앱의 UX는 항상 관심이 있는 부분이다.
그래서 뜯어 봤다.
앱을 설치하고 들어가면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여러가지 톤의 주황색이라는 색상의 아이덴티티이다.
요즘 앱들은 마치 회사를 대표하는 CI가 하나의 Key Color를 가지듯이 (삼성:파랑, 현대:초록, LG:빨강, 구글:파빨노녹) 앱 디자인의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는 하나의 색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황은 이미 중고나라의 Key Color 아닌가... 물론 당근 마켓의 주황색이 다소 흰색의 색감이 들어가 있는 연한 주황색에 가깝지만...
당근이 주황색이니 사실 다른 색으로 디자인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을 것이다.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에서 만나는 중고거래 마켓입니다.
라는 한마디로 서비스를 설명할 수 있다.
당연히 뒤에 나올 모든 UI는 저 위에 한 문장으로 기술되어 있는 서비스의 아이덴티티와 맥락을 같이 한다.
그래서 시작부터 내가 살고 있는 혹은 주로 시간을 보내는 위치(동네)를 찾는 것으로부터 초기 앱 세팅이 시작된다.
그런데 그 방식이 좀 새롭다. 처음부터 GPS를 켜고 위도/경도의 좌표를 찍어서 그 위치상의 POI데이터로 위치를 식별하지 않고 그냥 User가 자신의 동네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물론 나 역시 이런 방식을 지지한다. 이처럼 사용자에게 옵션을 주고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의 Geo-Select UI는 내 거주지역과 현재 내 위치가 일치하지 않는 모든 순간에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지역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나는 성수동에 살고 있는데 분당으로 출근을 하고 출근길에 일원동을 지나는데 당근마켓을 설치하고 사용한다면 '그럼에도 나는 성수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지역 선택 방식보다 더 인상적인건 지역의 '오픈', '미오픈' 여부 분리 기능이다. 특정 숫자 이상의 사람들이 인증을 하기 이전에는 지역이 중고시장으로서 열리지 않는 것이다. 중고 시장이라는 특징이 매물을 올리는자와 매물을 사려는자 간의 수요공급이 어느 정도 최소한의 숫자 이상으로 올라와야 활성화 된다는 특성으로 인해 생긴 기능인듯 하다. 물론 이런 기능은 내가 가입을 했음에도 동네가 미오픈인 경우 물건을 사고 팔기 어렵다는 점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당근 마켓이 점점 더 활성화되어 퍼져나가면 대부분 인구가 어느정도 살고 있는 지역들은 모두 '미오픈'의 상태에서 '오픈'의 상태로 바뀔 것이기 때문에 큰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런 방식과 같이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해는 앱의 UX는 나 역시 최근에 강연 등을 통해 강조하고 있지만 이제는 UX가 비즈니스를 완벽하기 이해하지 못한다면 용서받지 못할 시대에 진입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부분에서 사업이나 고객의 편리냐 간에 선택을 해야하는 이슈는 항상 존재한다.)
일단 회원가입을 해주면 물건을 사고 팔수 있게 된다.
메뉴는 특이한 건 없지만
역시 1. 동네 변경하기, 2. 동네 인증하기 기능이 눈에 띄고
3. 당근 생활백서 라는 기능도 눈에 띄는데 생활의 꿀팁을 알려주는 기능이라고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당근마켓'을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유의사항을 담고 있다. 레이블링 센스는 나쁘지 않다.
그 아래에는 문의 및 기타 영역에 다른 레이블과는 다르게 '당근마켓팀에게 문의 및 제안'이라는 메뉴명을 제공해서 다소 부드러운 대화체의 메뉴명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정도면 무리하지 않은 (더욱이 컴플레인 메뉴명은 조금 덜 딱딱한게 좋으니) 시도 혹은 좋은 시도라고도 할 수 있다.
카테고리 분류에 있어서는 크게 튀는 부분은 없는데 일단 컬러를 많이 사용한 카테고리별 심볼 이모티콘이 눈에띄며, 카테고리 분류 안에서는 구인구직 영역을 따로 빼 놓은게 인상적이다. 요즘 (대리주부나 홈마스터와 같은) 사람에게 일을 시키는 앱들이 많고 구인구직의 영역은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과연 이런 카테고리 구조가 단순히 고객 편의성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구인구직 시장에 대한 강화 의지가 반영된 것인지 궁금하다. (나머지 카테고리는 대부분의 쇼핑몰에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카테고리 구조와 유사한데 구인구직만 그렇지 않아서...)
상품 리스트 영역은 심플한 일반 리스트뷰를 제공하는데 1. 상품 마다 지역별 로케이션 정보를 배너 영역에 노출한다는점 그리고 2. 상단에 공지 배너를 통해 매장 영역 내에서 여유를 조금 더 주었다는 부분이 마음에 든다.
또한 상품 리스트 페이지에서 동네범위를 변경하는 일종이 Location Picker를 클릭하면 지역의 범위를 넓히거나 줄일 수 있다.
지역에 입장하려면 아래와 같은 팝업을 지나면 된다.
검색 기능이 가지고 있는 기능의 형태는 동일한데, 다만 고객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하여 검색창 안에 텍스트로 '지역' 근처에서 검색 이라는 키워드를 제공한다. 로컬 서비스에 대한 색은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부분의 UI가 심플하고 훌륭하지만 아래와 같은 레이어 팝업 형태의 가이드 메시지는 그다지 세련되 보이지 않는다. 차라리 토스트 형태가 나을것 같아 보인다.
위의 내용 안에서 화면 캡쳐를 하지 않아서 담지 못했던 내용이 하나 있는데,
당근마켓은 자체적인 채팅 기능을 가지고 있다. 아직 자세히 보지 않아서 게시판 기능을 채팅처럼 보이게 만들어 놓은 것인지 혹은 정말 실시간 채팅 서비스의 형태인지는 알 수 없으나 혹시 실제 채팅 기능이라면 기존의 타 서비스에서는 게시판에서 덧글을 달던 형태의 상거래를 위한 커뮤니케이션보다 훨씬 편리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중고로 물건하나 판매하겠다고 카톡에 친구추가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런 기능은 차별화로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다.
이 앱을 소개해준 친한 형은 '로컬 즉 지역 기반의 서비스는 언제나 옳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나도 굉장히 동의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지역은 UX적으로 가장 중요한 컨텐스트이며 모바일과 IoT가 지향하는 서비스의 끝과 맞닿아 있다.
하지만 그런 지역적인 특성을 가진 당근마켓은 아직 지역별로 나뉘어져 있는 블럭 단위 게시판마다 충분히 오랫동안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살펴볼만큼 많은 중고거래 제품을 가지지 못한다는 단점을 불러왔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의 최대 장점이 1. 택배거래없이, 2. 업자없이 중고상품 거래하기 인데, 그것을 달성하려다보니 잃게되는 부분도 생겨나는 법이다.
더욱이 당근마켓이 지역기반의 앱이므로 중고나라처럼 '꼭 살 물건이 있을때'가 아닌 마치 우리가 '꼭 살 물건이 없더라도 그냥 심심할때' 동네 마트를 들를 수 있는 형태의 UX를 가지게 될 텐데 그렇기 때문에 충분히 많은 양의 물건이 이처럼 비목적성 Time Killing 체류 고객을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나라면 상품 등록 이벤트를 하거나 등록시 포인트를 주는 등 여러가지 방법을 강구하여 이 허들을 넘어보려고 할 것이다. 나라면.... 그렇게 할 듯 하다.
당근마켓은 LeanUX적으로 매우 올바른 서비스 기획의 절차를 거쳤다고 생각된다.
심지어 나조차도 이미 헬로마켓이나 번개장터로 인해 이제 당분간 더 이상 중고거래 서비스는 새롭게 등장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생각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일상적이며 자연스러운 서비스라고 생각이 된다.
어쨋든 그렇게 첫 삽을 뜬 당근마켓이 실제로 시장에서도 더 인정받을 수 있도록 그 규모와 영향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