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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eseung Mun May 23. 2016

090523, 나에게는 두가지 의미

그것은 끝이자 시작이었다.

오늘은 5월 23일,


그리고 그날은 많은 사람들에게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은 날이다.


바로 노무현 대통령에 서거하신 날이다.


5월 23일이 점점 다가오면 사람들은 TV 통해서 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그날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직도 꽤 많은 이들에게 그날은 이 땅의 민주주의 앞에 가장 슬픈일이 벌어진 날로 남아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는 공과 과가 남았지만,

세상의 모든이들에게 공과 과가 남기 마련이다.


나의 기억 속에 그는 대통령이기보다 한 명의 인간으로서 남게 되었다.












나는 09년 5월 23일에 다른 특별한 일을 하고 있었다.


바로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여느 신혼부부와 마찬가지로 나와 나의 아내는 새벽부터 일어나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때 너무 이른 감이 있었는데 나의 절친에게 전화가 왔다.

이미 여러번 전했던 결혼 축하 메시지를 주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혼 축하를 위한 전화가 아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전하는 전화였다.


처음에는 친한 친구의 짙궂은 농담인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내 그것이 사실인 것을 깨달았다.


순간 많은 생각들이 교차했다.


왜 죽은걸까?

왜 하필 오늘 내가 결혼한 날에 자살을 하신걸까?




그리고 식장에 다다른 후에도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죽음은 즐겁고 행복해야하는 결혼식장에는 조금 무겁고 어두운 주제였다.


나는 광적으로는 아니지만 그를 좋아했기에 그의 죽음과 나의 결혼식날이 겹친 사실이 달가울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날은 비가 내렸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과거를 돌아볼 겨를은 없다.


다만 벽에 걸린 액자들은 내가 얼마나 나이를 들어가는지, 과거의 우리는 얼마나 젊었는지를 알려준다.


젊고 예뻤던 아내는 여전히 예쁘지만 주름은 숨길수 없다.







나의 첫번째 분신은 내년이면 초등학교를 가고 두 번째 분신도 이미 사진처럼 많이 커버렸다.


만으로도 이미 결혼을 한지 7년이 넘어가기 때문이다.


큰애의 나이인 일곱은 세월을 계속 셀 수 있게 도와준다.











이제 나는 그날의 5월 23일을 포함해서 여덟번의 5월 23일이 지나가고 있다.


우리는 사진 속에서 그 시간만큼 나이가 들고 있지만, 인터넷에서나 찾을 수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은, 그 시간은 09년에서 멈추었다.




우리 모두들 그리고 심지어 서거일에 결혼식을 치뤘던 나에게 조차 점점 그 사실들이 희미해져 간다.


얼마전 나는 내가 결혼식을 했던 바로 그 자리에서 백명이 넘는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을 했다. 결혼식을 했던 자리에서 강연을 하다니 영광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나의 결혼식에 대한 기억만이 스치고 지나갔을뿐, 그에 대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그게 물론 나의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어쨋든 그를 기억하겠다고 그에 대한 책을 읽고 사진을 찾아보기도 했던 나인데, 이런 기억이라는 녀석이 야속해진다.


그리고 그렇기에 오늘 같은 날, 더욱 그의 마지막이었고 우리의 시작이었던 오늘만큼은 그를 한아름 기억하고 싶다.




오늘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모든 5월 23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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