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예쁜차들과 이제와서 예쁜차들
개인적으로 자동차의 디자인은 그 차가 나오고 난 후 10년 정도 후에 다시 재평가되어야지 올바른 평가가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동차가 나온 직후의 시점에는 쏟아져나오는 신문기사와 리뷰들 그리고 그 당시 그 자동차 회사들의 입지 등에 의해서 디자인이 객관적으로 평가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갑자기 뽑아봤다. '시간이 흘렀어도 디자인이 매력적인 차들'
시간이 흘렀다는 기준은 처음 그 차가 출시된지 최소 10년 이상된 모델을 기준으로 하였다.
그럼 한대, 한대 살펴보자.
모닝은 2004부터 생산된 기아 자동차의 경차라인업의 차량이다. 유럽 등의 지역에서는 피칸토라는 제품 명으로 판매되었다. 또한 비스토의 후속으로 나온차량이다.
비스토에 비해서는 전폭이 넓어보이고 좀 더 각이져 보이는 박스타입 디자인에 가깝다. 라지에이터 그릴의 형상 역시 만화 캐릭터 느낌이 나듯이 마치 사람의 코와 같은 형상이라 더욱 앙증맞다. 사실 차량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루프라인이나 캐릭터라인 그리고 사이드 스커트 등은 매우 무난하다. 주로 곡선미를 가지기 보다는 직성의 디자인이 주를 이루고 있다.
구모닝이라고 불리우던 1세대는 주관적인 관점에서 당시 대우에서 판매되던 마티즈와 비교하여 더 듬직해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고 만화캐릭터스러운 전면부가 매력적이지 않은가 싶다. 그래서 이후 페이스리프트 버전이 출시되었지만 구모닝 디자인을 더 선호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신모닝은 구모닝보다 조금 더 둥글둥글한 곡선라인의 디자인을 보였었다.
벤츠e클래스 8세대 모델(W211 시리즈)은 2002년부터 판매됐다
BMW5시리즈 E60 모델은 2003년부터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두 차량 모두 국내 도입은 그후로 1년 정도 후이다.
요즘도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이 서로 경쟁차동들이 시간차 없이 출시하듯이 그 당시에도 벤츠와 BMW가 1년 사이의 짧은 시간 안에 중형급 차량의 모델을 서로 내어 놓은 것이다.
그리고 이 모델들이 돋보였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약 7~8년 전에 나왔던 이전모델에 비해서 획기적인 디자인 변신을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로 이 모델 라인업이 등장한지 이제 15년 가량의 시간이 흘러 2세대정도의 라인업 교체가 되었지만 그 시절의 디자인이 올드해보이지는 않는다. 심지어 BMW의 경우는 최근 나오는 5시리즈의 디자인과 비교해보아도 당시 모델의 디자인이 전혀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취향은 오히려 E60모델에 한표를 준다.)
눈꼬리가 올라가 있는 BMW 5시리즈와 라이트를 2개로 나누어 디자인한 벤츠 E클래스는 전면부 디자인에 있어서 기존의 차량들과 확실히 다른 디자인을 보였다. E60모델의 경우 라지에이터 그릴 하단의 후드 부분을 두텁게 디자인하여 차고가 낮아보이고 동시에 스포츠 세단의 느낌을 줄 수 있게 디자인 되었다. 이에 반해 W211모델은 차고가 낮아보이지는 않지만 그릴을 비롯한 전면부가 살짝 누워 있는 형상을 가지고 있으며 휠 디자인의 경우도 역동적이기 보다는 차분한 디자인을 선택하였다. 고급세단을 지향하는 벤츠의 장점을 잘 부각시킨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요즘에는 보닛 위에 평평하게 붙여놓는 벤츠의 삼각별 심볼 디자인이 당시만하더라도 조형물을 달아 놓듯이 놓여있었다. 그런 부분의 세련미도 별로 떨어져 보이지 않는다.
한편 당시 나왔던 동급 차량인 그랜져와 같은 국산차나 렉서스의 GS 혹은 ES 등을 보면 솔직히 조금 올드해보이는 느낌을 가지게 된다. 약간 옛날차라는 생각이 바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어쨋든 아직도 많은 수의 W211과 E60차량이 현역으로 뛰고 있어서 도로에서 쉽게 볼 수 있기도 하다.
사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토스카에 있었다. 토스카는 2006년에 나온 대우의 중형 세단이었다.
당시의 중형 자동차시장에는 현대자동차의 NF소나타와 기아자동차의 로체가 존재했다. 그리고 SM5가 있었다. 한편 로체는 형제 자동차라고 할 수 있는 NF에게 완전히 눌려있었고 토스카의 이미지 역시 NF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NF는 디자인적으로 매우 무난했고 당시만 하더라도 지금 정도로 부정적이지 않았던 현대자동차의 이미지와 함께 압도적인 판매량을 보였다. NF소나타는 여전히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차이다.
한편 NF소나타는 커녕 SM5에게도 판매량이 많이 밀렸었던 토스카는 당시 TV광고를 거의 찍지 않던 서태지를 모델로 썼다. 이런 부분은 자동차 자체보다 더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어쨌든 당시만 하더라도 그냥 2군급으로 분류되었던 토스카가 지금 다시 보았을때는 가장 디자인이 세련된 중형세단이 되었다. (순전히 나의 주관적인 기준이다.)
약간 어떻게 보면 스바루 레거시의 느낌이 나는 것 같기도 하면서 현재 윈스톰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패밀리룩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어쨋든 처음 토스카가 출시되었을때는 잘 못느꼈지만 10년이 넘게 지난 지금 훌륭한 디자인이라고 생각되는 것이다. NF소나타처럼 너무 간결하지도 않으면서 SM처럼 튀려고 노력하는 느낌도 아닌 그 가운데 쯤에서 로체보다 훨씬 훌륭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이다.
미니는 말이 필요없다. 그냥 변함없는 동안이다. (물론 사진에 이미지는 휠도 그렇고 조금 작업이 들어간 미니처럼 보인다.)
BMW가 참여하여 나온 최초의 미니 모델은 로버미니라고 불리던 1세대 미니와 비교하여 2세대라고 할 수 있는 아래 이미지의 모델은 2001년에 나왔다. BMW에 인수된 후 새롭게 나오게 된 미니는 1959년 처음 나왔던 1세대 미니와는 역사와 혈통상에서는 서로 접점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디자인 아이덴티티만은 계승하였다.
세대가 지나도 별차이 없는 2세대 이후에 다시 3세대 미니쿠퍼가 현재 판매되고 있지만 디자인 차이는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인 모델이다. 예를 들어 미니쿠퍼 2세대가 처음나왔을 당시 아우디TT와 같은 모델이 작고 아담하지만 스포티하고 매력적인 디자인을 뽐냈지만 이제와서 약 15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미니 2세대와 대략 2001년식 아우디 TT 모델을 비교해보면 미니2세대의 디자인이 더욱 현대적으로 보인다. (물론 아우디TT도 디자인으로 평가했을때 정말 훌륭한 모델임이 분명하다.)
물론 2세대 미니와 3세대 미니 간에도 외형상에서 분명 달라진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헤드램프의 타입이 바뀌어 요즘 나오는 3세대 미니의 눈이 조금 더 초롱초롱해 보인다는 점이나 라지에이터 그릴의 크기와 형태가 일부 바뀌었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거의 2세대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나 느낌들이 3세대에서도 이어져나아가고 있다. 그런 이유는 모두 이미 15년전이었던 2001년에 15년이라는 세월을 초월할 수 있는 완성된 디자인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냥 미니쿠퍼는 자동차계의 이승환이다.
테라칸은 국내에서는 잘 만들어지지 않는 프레임바디 차량이다. 내 기억으로는 현대정공이 있던 시절에 만들어진 테라칸은 2001년에 출시되었다. 또한 이 차량은 갤로퍼와는 사촌관계라고 할 수 있다. 원래는 갤로퍼 후속으로 진행되다가 갤로퍼 상위 라인업으로 출시되었다. 갤로퍼는 미쓰비시의 파제로와 쌍둥이이니 테라칸도 파제로와 건너건너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어쨋든 오프로드형 차량을 지향하기 때문에 프레임 바디를 가지고 있는 이 차량은 외관 다지인에서부터 오프로드 드라이빙에 어울리는 각진 외관을 가지고 있다. 그 가운데 요즘은 많이 보이지 않는 인터쿨러 영역과 전방 라이트 위에 추가로 붙어 있는 사이드 미러, 일반 SUV보다 넓어보이는 휠하우스나 명확하게 그 영역이 두드러지게 나와 있는 사이드스커트 등이 인상적이다.
한편 SUV 쪽 라인업에서 오래전부터 강자였던 쌍용자동차의 뉴코란도는 심지어 1996년도부터 생산이 되었음에도 그 디자인이 지금 보아도 예사롭지 않다. 과거 지프 타입의 차량에 많이 적용된 정원형 전방 라이트와 앞부분 디자인에서 큰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범퍼가드 등이 다른 차와는 다른 뉴코란도만의 색을 보여준다.
요즘 나오고 있는 모하비와 같은 차들도 이런 테라칸과 뉴코란도에 비해 크게 눈에 띄는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끝판왕이면서, 넘사벽 모델을 데려왔다. 바로 벤츠G클래스이다.
G클래스는 최근 광고를 통해서 유명해진 모델이다. 또한 DOK2나 더콰이엇등 많은 유명인들이 사랑하는 차량이기도 하다. 또한 G63 AMG와 같은 경우 G바겐이라고 별로도 불리기도 한다.
1세대인 W460은 1972년에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내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인 셈이다. 그리고 아래 차범근 감독님의 사진과 그 아래 현재 판매되고 있는 G클래스를 비교해보자. 정말 똑같다. 그런데 지금도 정말 멋있다. 긴말이 필요없다.
무쏘나 에스페로 등 다른 글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훌륭한 디자인의 자동차들은 일부러 담지 않았다. 또한 볼보 C30이나 2세대 SLK, 샤브 9-3 등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예쁘다고 생각해왔던 자동차들이 많이 있었으나 전부 담지는 못하였다.
또한 순전히 개인취향을 기준으로 쓴 글이기 때문에 태클의 여지는 많을 것이다. ^^ (태클은 가볍게 걸어주세요.)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도 디자인에 대한 혜안이 있어서 15년 혹은 20년 후에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차를 보았을때 '내가 보는 눈이 있다니까!'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