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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

by 재쓰민

코앞에 닥쳐야 움직이는 나는 굉장히 자만한 사람이거나 굉장히 게으른 사람이다.

짧은 시간에도 그 일을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속으로는 그럴만한 능력이 있다는 자만이 기저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애초 시간과 공을 들여야 된다는 것을 안다면 겸손하게 시간을 쪼개 정성을 들였을 것이 분명하지 않겠는가.

또 하나,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에 대해 변명할 여지를 주는 비겁함도 보인다.

'시간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단지 실행하지 못한 핑계가 길었을 뿐이라는 것을.


대일밴드를 만나고 그 뒤로 이어진 생각들이 꼬리를 물었다.

'나는 왜 트레이닝을 잘한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잘 맞는다고 말했을까?'

오늘 그 생각의 끝에 다다른 결론은 내가 자신을 관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내고 움직이지 못한 것을 다른 사람을 훈련시키는 것으로 대체하려는 마음. 내 변화는 보이지 않지만 타인의 변화는 감지하기 쉽기 때문이다.

일종의 대리만족과 같은 이것이 정녕 나의 장점이며 좋아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는가!

상대를 통해 나의 열심을 느끼려는 이 마음은 이타심일까? 이기심일까?

이런저런 생각이 또 꼬리를 늘어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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