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일기
아삭아삭 빨간색 오이무침
빨간 고춧가루에 참기름 두르고 깨가 쏟아진 부추무침
마늘장아찌를 빨간 양념으로 무쳐내고
다소자극적인 반찬에 청순한 하얀 콩나물 무침
기본에 충실한 동그랗게 채 썬 양파에 간장베이스 소스
싱싱한 상추와 매운 고추와 편마늘 그리고 소금
동그란 철제 식탁에 놓인 기본찬이다.
끝난 줄 알았지?
집된장처럼 진한맛이 나는 된장찌개가 손안에 딱 들어맞는 뚝배기에 실려온다.
마지막으로 잔뜩 부풀어 오른 계란찜 등판에 금세 내손, 신랑손을 타면서 순식간에 바닥을 드러내 보인다.
그러고 보니 분명 불판이 없었는데 어느새 동그란 무쇠 불판이 중심에 들어앉았고
곧이어 재빠르게 따라 나온 덩어리고기 등장. 1인분에 200g. 초기세팅 3인분
총 600g의 덩어리고기를 불판에 올리고 지글지글 익어가길 기다린다.
타이밍이 조금 아쉽다.
고기와 함께 먹을 비빔국수가 먼저 도착. 기가 막힌 페어링은 잠시 접어두기로 하고 빨간 양념이 진하게 묻어있는 비빔국수를 슥슥 야채와 함께 비벼 한 젓가락 호로록 마셨다.
'흐흐흐. 그래 이맛이지'
고기가 익어가는 속도와 남아있는 비빔국수의 양을 빠르게 살펴보고 우린 다음 스텝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
'틈을 허락해선 안된다'
불판에 고기가 3분의 1 정도 비워졌을 때
우린 그때를 나이스타이밍이라 한다.
"사장님! 항정상 2인분이요"
항정살 1인분 180g, 총 360g을 더한다.
오이무침, 부추무침, 콩나물무침 한 번 더 리필하고
지글지글 타오르는 무쇠불판에 익어가는 항정살을 하나둘 이동시킨다.
동그란 불판에서 통통한 내 뱃속으로.
'흐흐흐. 그래 이맛이지'
960g. 조금 모자란 1kg지만 꽉 차지 않아 더 괜찮았다.
960g의 기쁨. 너 좋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