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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슈타트가 백승호의 전북행을 확신한 이유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이적 문의를 한 구단은 딱 한 곳이었다

by 정재은

백승호가 전북현대에 입단했다. 과정은 시끄러웠고, 복잡하게 꼬인 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백승호와 전북현대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손에 얻었다.


나는 약 한 달간 다름슈타트 측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다름슈타트 역시 백승호가 어떤 일에 휘말려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 나중에야 수원과 얽힌 문제를 알게 됐다. 누가 봐도 꽤 복잡해 보였지만, 그들에겐 확신이 있었다. 백승호가 결국에는 전북으로 이적할 거라고 자신했다. 독일로 돌아올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왜 그렇게 확신했던 걸까.


다름슈타트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의 입장은 이렇다. 수원은 다름슈타트에 '공식적인' 영입 문의를 단 한 번도 넣은 적이 없다. 다름슈타트는 수원과 백승호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수원과 협상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름슈타트가 먼저 수원 측에 백승호 완전 이적 조건이 담긴 제안서를 보내 달라고 세 차례 요청했다. 다름슈타트에 따르면, 수원은 그들의 제안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수원으로부터 받은 건 백승호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려달라는 문의뿐이었다. 한 관계자는 수원이 백승호를 상대로 뭔가 하려는 신호 같았다고 귀띔했다. 영입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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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백승호의 전북행을 확신한 이유는 결국 간단하다. 수원과 문제는 복잡하지만 ‘공식 제안’을 건넨 곳은 전북현대뿐이었다. 백승호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협상이 진행되는 구단은 딱 한 곳이었다. 특정 구단 이름을 밝히진 않아도 늘 단수로 표현했다 (예: Mit einem/dem Verein). 당연히 전북이다. 한국에서 수원과의 문제가 점점 복잡해질 때도 다름슈타트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수원으로부터 완전 이적 조건이 명시된 제안서를 받은 적이 없으니까. 먼저 요청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전북행에 더 무게를 실었다. ‘수원이 다름슈타트에 공문을 보냈다’라고 국내에 보도된 내용을 접하고는 조금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물론 수원도 국내 언론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공문이나 내용 증명서를 보냈을 거다. 그에 관해 구단의 한 관계자는 “내가 볼 때 수원은 백승호를 영입하려고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했던 게 아니었다”라고 넌지시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취재진은 이렇게 말했다. “수원은 백승호를 애초에 영입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돈을 원했다.” 물론 그의 사견일 뿐이지만, 수원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 좀 아쉽다. 진짜 의도와 달리 저렇게 비쳐서.




2일 백승호 매니지먼트 브리온컴퍼니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서 일부를 발췌했다.


‘수원 구단은 2월 말 선수의 전 소속팀 다름슈타트에도 선수의 영입 의사는 밝히지 않은 채 오로지 ‘선수의 현재 상태’ 에 대한 문의 메일만 발송했고, 다름슈타트는 수원 구단으로의 이적이 가능하다 (‘Possible transfer to Suwon Samsung Bluewings FC’)라는 사실을 명시하며 선수의 완전 이적에 대한 조건들을 3월 5일까지 제시해 줄 것을 요청 했습니다. (‘We kindly ask you to declare if you are interested in a permanent transfer of the player until Friday, March 5th, 18.00 p.m. European time.’) 그러나 이후 수원이 이에 응하지 않아, 해당 협의는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름슈타트가 밝힌 입장과 일치한다. 다름슈타트는 여기에 언급된 ’문의 메일’을 받으면서도 수원의 ‘진지한 태도’를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취재한 내용이다. 이런저런 전후 사정, 문제들과 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름슈타트는 백승호의 전북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북이 협상을 중단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 입장에서 매 순간 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건 전북 뿐이었기 때문이다. 진전이 더뎌 초조했을 뿐, 결국엔 백승호의 이적이 성사돼 지금은 후련한 상태다. 한 현지 취재진은 공식 발표가 뜨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Geschafft!(해냈다)”. 다름슈타트에 백승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짧고 굵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선수로 남을 것 같다.


사진=전북현대,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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