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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Apr 03. 2021

다름슈타트가 백승호의 전북행을 확신한 이유

그들에게 공식적으로 이적 문의를 한 구단은 딱 한 곳이었다

백승호가 전북현대에 입단했다. 과정은 시끄러웠고, 복잡하게 꼬인 실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백승호와 전북현대는 자신이 원하던 것을 손에 얻었다. 


나는 약 한 달간 다름슈타트 측과 연락을 주고받았다. 처음에는 다름슈타트 역시 백승호가 어떤 일에 휘말려 있는지 제대로 모르는 상태였다. 나중에야 수원과 얽힌 문제를 알게 됐다. 누가 봐도 꽤 복잡해 보였지만, 그들에겐 확신이 있었다. 백승호가 결국에는 전북으로 이적할 거라고 자신했다. 독일로 돌아올 가능성도 고려하지 않았다. 아무런 걱정이 없어 보였다. 왜 그렇게 확신했던 걸까. 


다름슈타트를 취재한 바에 따르면 그들의 입장은 이렇다. 수원은 다름슈타트에 '공식적인' 영입 문의를 단 한 번도 넣은 적이 없다. 다름슈타트는 수원과 백승호의 관계를 알게 된 후 수원과 협상할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심지어 다름슈타트가 먼저 수원 측에 백승호 완전 이적 조건이 담긴 제안서를 보내 달라고 세 차례 요청했다. 다름슈타트에 따르면, 수원은 그들의 제안에 어떤 반응도 하지 않았다. 수원으로부터 받은 건 백승호가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려달라는 문의뿐이었다. 한 관계자는 수원이 백승호를 상대로 뭔가 하려는 신호 같았다고 귀띔했다. 영입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고.



그들이 백승호의 전북행을 확신한 이유는 결국 간단하다. 수원과 문제는 복잡하지만 ‘공식 제안’을 건넨 곳은 전북현대뿐이었다. 백승호가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부터 협상이 진행되는 구단은 딱 한 곳이었다. 특정 구단 이름을 밝히진 않아도 늘 단수로 표현했다 (예: Mit einem/dem Verein). 당연히 전북이다. 한국에서 수원과의 문제가 점점 복잡해질 때도 다름슈타트의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수원으로부터 완전 이적 조건이 명시된 제안서를 받은 적이 없으니까. 먼저 요청했는데도 말이다. 그래서 전북행에 더 무게를 실었다. ‘수원이 다름슈타트에 공문을 보냈다’라고 국내에 보도된 내용을 접하고는 조금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물론 수원도 국내 언론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공문이나 내용 증명서를 보냈을 거다. 그에 관해 구단의 한 관계자는 “내가 볼 때 수원은 백승호를 영입하려고 우리에게 뭔가를 요구했던 게 아니었다”라고 넌지시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취재진은 이렇게 말했다. “수원은 백승호를 애초에 영입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돈을 원했다.” 물론 그의 사견일 뿐이지만, 수원이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 좀 아쉽다. 진짜 의도와 달리 저렇게 비쳐서. 




2일 백승호 매니지먼트 브리온컴퍼니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입장문에서 일부를 발췌했다.


‘수원 구단은 2월 말 선수의 전 소속팀 다름슈타트에도 선수의 영입 의사는 밝히지 않은 채 오로지 ‘선수의 현재 상태’ 에 대한 문의 메일만 발송했고, 다름슈타트는 수원 구단으로의 이적이 가능하다 (‘Possible transfer to Suwon Samsung Bluewings FC’)라는 사실을 명시하며 선수의 완전 이적에 대한 조건들을 3월 5일까지 제시해 줄 것을 요청 했습니다. (‘We kindly ask you to declare if you are interested in a permanent transfer of the player until Friday, March 5th, 18.00 p.m. European time.’) 그러나 이후 수원이 이에 응하지 않아, 해당 협의는 더 이상 진전이 되지 않았습니다.’


다름슈타트가 밝힌 입장과 일치한다. 다름슈타트는 여기에 언급된 ’문의 메일’을 받으면서도 수원의 ‘진지한 태도’를 느낄 수 없었다고 했다. 


여기까지가 내가 취재한 내용이다. 이런저런 전후 사정, 문제들과 별개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름슈타트는 백승호의 전북행을 의심하지 않았다. 전북이 협상을 중단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그들 입장에서 매 순간 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 건 전북 뿐이었기 때문이다. 진전이 더뎌 초조했을 뿐, 결국엔 백승호의 이적이 성사돼 지금은 후련한 상태다. 한 현지 취재진은 공식 발표가 뜨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Geschafft!(해냈다)”. 다름슈타트에 백승호는 그라운드 안팎에서 짧고 굵게 존재감을 각인시킨 선수로 남을 것 같다. 


사진=전북현대, 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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