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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Aug 23. 2021

넘어진 토마스 뮐러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바이에른 뮌헨은 만족을 모른다. 경기에서 앞서고 있어도 종료 휘슬이 울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사력을 다해 뛴다. 다득점 경기가 유난히 많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 토마스 뮐러, 세르쥬 그나브리 등 쟁쟁한 공격수도 이유 중 하나지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비결은 바로 'Bayern-Like'이라 불리는 바이에른 특유의 끈질김과 열정이다.




22일 오후.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2021-22 분데스리가 2라운드가 열렸다. 바이에른은 쾰른을 상대했다. 코로나19 상황 완화로 2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커다란 경기장은 2만 명 만으로도 꽉 찼다. 그들이 내지르는 반가운 함성 덕분이다. 듬성듬성 빈자리가 전부 채워지는 날이 기대됐다.


전반전은 보는 사람이 다 숨 막힐 정도로 팽팽했다. 바이에른은 율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지시로 전원 공격에 돌입했다. 니클라스 쥘레까지 페널티 에어리어로 들어가 슈팅을 때릴 정도였다. 그런 바이에른을 예상한 쾰른은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끈끈하게 수비했다. 어떠한 실수도 없었다. 바이에른은 공격 진영까지 우르르 올라갔다가도, 곧 쾰른의 수비나 티모 호른의 선방에 힘없이 돌아서야 했다.


후반전은 달랐다. 계속 두드리니 열렸다. 2분 만에 레반도프스키가 리그 첫 홈경기의 첫 번째 골을 터뜨렸다. 전 시즌 득점왕이자 세계 최고의 공격수가 제 명성을 다시 알리는 득점이었다. 잠시 후에는 뮐러가 왼편으로 올린 크로스를 그나브리가 받았다. 왼발로 받아 발리슛을 선보였다. 공은 골대 우측 구석으로 강하게 꽂혔다. 2-0이 됐다.


기쁨도 잠시. 쾰른의 앤서니 모데스테와 마르크 우트가 2분 간격으로 나란히 골을 터뜨렸다. 모두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공격에만 집중했던 바이에른 수비진은 손을 쓸 틈도 없이 허무하게 무너졌다. 레반도프스키와 그나브리의 골에 후끈 달궈졌던 알리안츠 아레나가 순식간에 차가워졌다. 강하게 두 방 얻어맞은 바이에른도 2-2가 된 이 순간이 믿기지 않았을 거다.


이를 그나브리가 두 번째 득점으로 만회했다. 호른이 멀리 걷어낸 공을 요슈아 킴미히가 잡았고, 곧장 우측 그나브리에게 길게 패스했다. 그나브리는 망설이지 않고 오른발로 강력하게 슈팅했다. 경기 종료까지 약 20분이 남은 시점에 다시 바이에른이 앞서기 시작했다. 한 골을 더 넣기 위해 바이에른은 계속 공격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코렌틴 톨리소, 에릭-막심 추포모팅까지 투입하며 공격력에 불을 계속 붙였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정규 시간 종료가 다가왔다. 쾰른은 계속해서 역습을 노렸다. 이쯤 되면 바이에른이 공격보단 수비를 단단히 채우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다시 동점을 허용하는 것만큼 바이에른에 끔찍한 일은 없으니까.


88분경 뮐러와 레반도프스키가 추가골을 노렸다. 호른의 선방에 무산됐다. 그때 뮐러가 넘어졌다. 왼쪽 발에 통증이 있는 듯했다. 그는 드러누워 발을 붙잡고 아파했다. 경기 종료도 얼마 안 남았고, 저렇게 해서 차라리 주심의 시선을 끌면 되겠다 싶었다. 승점 3점이 가까워졌다. 이런 생각을 하며 뮐러를 보는데, 곧 내가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관중들은 뮐러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쳤다. 곳곳에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일으켜 세우는 목소리가 크게 들렸다.


보통 저런 상황에서 팬들은 주심을 향해 소리친다. 원망하고, 욕한다. 왜 우리 선수가 넘어졌는데 휘슬을 불지 않느냐며 말이다.



바이에른 팬들은 다르다. 그들은 자기 선수가 누워있는 꼴을 못 본다. 마지막까지 뛰고 또 뛰어서 한 골을 더 넣으라고 소리친다. 한 골 차이의 승리는 만족스럽지 않으니까. 바이에른의 정신 'Bayern-Like'가 팬들에게도 깊숙하게 스며들어있다. 그러니 선수들이 해이해질 수가 없다. 특히 분데스리가는 팬의 힘이 큰 리그다. 그런 팬들이 자신을 향해 일어나라고 소리치는데 계속 누워있는 선수가 몇이나 될까. 반대로, 경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아프다며 넘어진 선수에게 일어나라고 소리치는 팬들은 또 얼마나 될까.


그런 '특이한' 선수들과 팬이 어우러진 곳이 바이에른 뮌헨이다. 매년 챔피언 자리를 차지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팬들의 외침에 벌떡 일어난 뮐러는 후반 추가시간 3분까지 최선을 다해 뛰었다. 골은 더 나오지 않았다. 3-2으로 마무리했다. 나겔스만 감독은 "놀랍도록 강도가 높은 경기였다. 결국에는 승리를 따냈다는 점이 중요하다. 기쁘다. 우린 오늘 밤 행복한 승리자다"라고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관중도 끝까지 최선을 다한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고, 기쁨의 셀카를 찍고, 서로를 끌어안으며 행복한 일요일 저녁을 보냈다.


그리고.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사네가 다시 그라운드로 향했다. 경기에서 1분도 뛰지 않았거나 후반 중후반에 투입돼 짧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들은 컨디션 유지를 위해  5~10 정도 그라운드를 달린다. 코치의 지도 하에 이뤄진다. 여기에 사네가 참여했다. 선발로 나서 전반전을 소화했는데도 말이다. 이날 좋지 않은 경기력을 자신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사네는 속상한 마음을 풀듯, 5 동안 누구보다 빠르게 달리며 비로소 자신의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전에도 사네는 늘 자신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발적으로 경기장에 남아 뛰곤 했다. 지금 당장은 이적료와 등번호 10번에 걸맞은 모습이 나오지 않지만, 언젠간 반드시 나올 거라는 확신이 생긴다. 'Bayern-Like'의 힘은 강하니까.



사진=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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