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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재은 Sep 25. 2021

내가 좋아하는 주말 아침 풍경


주말이 되면 뭐하지? 뭐하고 놀지? 어디 가지? 하며 마음이 들뜬다. 내가 사는 독일 뮌헨에는 주말에 놀거리가 다양하다. 알프스 산맥이 보이는 '알세권'이라 하이킹에 최적화된 곳이다. 뮌헨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예쁜 산과 호수 천국이 펼쳐진다. 덕분에 산을 좋아하지 않던 내가 뮌헨에선 하이킹에 재미를 들였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해가 쨍쨍하면 쨍쨍한 대로 알프스 산맥은 365일 각기 다른 매력을 뿜는다. 여름에는 뮌헨 근교 호수로 나가 보트를 타거나, 수영을 하며 논다. 호수가 다 얼마나 예쁜지 그림 같은 공간에서 홀딱 벗고 수영하고 있으면 천국이 부럽지 않다. 굳이 몸을 물에 담그지 않아도 산책만 해도 좋고, 보트를 타며 작은 섬에 방문하는 재미도 있다. 꼭 뮌헨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즐길거리 투성이다. 뮌헨의 자랑 영국정원(Englischer Garten)에서도 충분히 여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돗자리 깔고 누워서 낮잠도 자고, 친구들과 카드게임도 하고, 아페롤도 빠질 수 없지. 새끼오리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지난여름에 새끼오리가 많이 태어났다. 꼭 자연을 즐기고 싶지 않다면 예쁜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한다. 단골 카페에 가서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고, 투박하고 진한 커피를 마시며 주말의 문을 연다.


이렇게 즐길거리가 많은데,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말 아침 풍경을 꼽자면



식탁에 노트북을 펴고 앉았을 때 보이는 윈터발콘. 윈터발콘은 우리집의 자랑이다. 전체가 통유리로 되어있어 비가오나 눈이 오나 테라스에 앉는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지금은 집 꾸미기에 권태기가 와서 조금 쉬는 중이지만, 내가 가장 신경 써서 가꾸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 집은 대체로 가구가 어둡다. 검은색, 진한 갈색, 회색의 향연이다.  집에 이사를  때만 해도 밝은  가구로 꾸미고 싶었는데 포기할  없던 빈티지 가구를 먼저   들여놓다 보니 어쩔  없이 전부 같은 톤으로 맞추게 됐다. 유럽은 등도 그리 밝지 않다. 그래서 집이 조금 어두워 보이기도 한다. 윈터발콘 바깥 풍경은 그런 우리 집에 생기를 더해준다. 커다란 액자 같은 느낌? 저렇게 햇살이 적당히 들어오면 조명을   환한데 식탁에 앉아  풍경을 보면 괜히 기분이 싱그러워진다.  공간의 편안함이 더해져  특별한  같다.


아침에 일어나 전에 빨래해서 널어둔 옷가지들을 정리했다. 전날 저녁 식사로 폭탄이 된 부엌을 대충 치우고, 식탁에 앉았다. 바닐라향이 첨가된 두유로 바닐라라테를 만들었다. 이탈리아 상점에서 산 쿠키도 몇 개 담아왔다. 언제든 당을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후 작업을 하기 시작. 프리랜서의 삶에는 마땅한 평일도, 마땅한 주말도 없다. 앉는 곳이 작업실이고 언제든 쉴 수 있고 언제든 일할 수 있는 환경. 풀타임 저널리스트로 일할 때도 비슷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적응은 충분히 잘 됐다. 가끔은 너무 적응해서 지루해지기도 한다. 그런 지루함에 저런 풍경이 약간의 활력소가 된다. 주말 아침부터 노트북을 열고 앉았지만, 비록 하이킹도 못 가고, 보트도 못 타고, 친구들과 하하호호 떠들며 놀 수는 없지만 내겐 파스텔톤의 커다란 액자가 있지.


이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주말의 아침이다. 평일에 못한 밀린 작업을 하며,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일상에서 특별함을 찾는 순간. 잘 찾았으니 이제 업무를 시작해볼까.


물론 저녁에는 맛있는 식사를 하러 나갈 예정이다.



사진=정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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