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재은 May 17. 2024

독일 상사가 아시아 음식에 문제제기를 했다

정확히 말하면 '아시아 음식'이라 부르는 것에...


요즘 내가 사는 뮌헨 날씨는 참 좋다. 한낮에는 20도와 25도 사이고, 햇살이 따뜻하다. 날씨를 잘 타는 독일 사람들과 있는 만큼, 요즘 점심시간 분위기도 겨울과 달라졌다. 점심시간이 되면 너 나 할 것 없이 뒤뜰로 나와 비어방크(비어가르텐에서 볼 수 있는 걸상과 길쭉한 의자)에 앉아 다 같이 모여 각자 챙겨 온 점심을 먹는다. 평소라면 친한 사람들끼리 먹을 텐데 이렇게 햇살 아래서 다 같이 모여먹으니 색다르다. 평소라면 점심 자리에 잘 참여하지 않는 팀헤드도 요즘은 엉덩이를 걸치고 앉아 챙겨 온 샌드위치를 먹는다.


그곳에서 나오는 이야기 주제는 대체로 비슷하다. 주말 및 휴가 일정 (독일 회사 단골 테마), 우리의 다음 공식 팀런치 장소, 새로 발견한 맛집, 반려견과 반려묘, 비건... 아무래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먹는 이야기다. 먹으면서 다음에 뭐 먹을지 고민하는 건 세상 어딜 가나 다 똑같다.


그러다 아시아 음식이 나왔다. 이곳에도 중국 음식점, 한국 음식점, 일본 음식점, 대만 음식점 등 다양한 아시아 음식점이 있다. 그들은 보통 한 카테고리에 묶여 '아시아 음식점'이라 불린다. 구체적으로 중국, 일본, 한국이라고 말하는 독일인은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특히 아시아 문화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더더욱 그렇다.


독일에서 7년째 살다 보니 '아시아 음식'이라는 단어가 귀에 익숙하다. 사실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음식점을 운영하고, 일본 식당에 가도 주방과 홀에서는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베트남 쌀국수와 일본 초밥을 함께 파는 짬뽕 식당이 정말 많다. 한식당에 가도 튀긴 오리고기가 잔뜩 올라간 대만식 볶음면이 있다. 그런 식당이 흔하다 보니 그냥 '아시아 음식점'이라고 불리는 게 크게 이상하지 않다.


내 동료들은 특히 초밥을 좋아한다. 그들은 각자의 동네에 얼마나 맛있는 초밥집이 있는지 설명하며 계속 '아시아 음식점'이라고 표현을 했다. 그러다 가장자리에 앉아있던 팀헤드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아시아 음식이 주제가 나와서 말인데, 재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혹시 너는 '유럽 음식점'이라고 표현을 해?"


오, 굉장히 생소한 단어 조합(?)이었다. 유럽 음식점... 바이에른 음식점, 이탈리안 음식점, 프랑스 음식점 이렇게는 표현해도 유럽식이라고는 한 적이 없다.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지 않더라도, 유럽으로 묶어서 표현하는 경우는 0에 가까웠다.


"그렇지? 우리도 좀 이상한 것 같아. 스시면 일본 음식인데 퉁쳐서 아시아 음식점이라고 하는 게 이상하지 않아?"


사실 나조차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지점인데, 팀헤드의 부드러운 지적에 동료들이 전부 "진짜 그러네?"라며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직장 상사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른이었다.


날씨가 계속 좋았으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