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을 꼭 저녁에 하란 법은 없다
우리 팀은 매월 한 번씩 전체 회식을 한다. 저녁이 아니라 점심이다. 월 2회 팀 전체 미팅을 하는데, 그때 내달 점심을 어디에서 먹을지 토론도 한다. 주로 팀원이 돌아가면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편이다. 독일 음식, 이란 음식, 중국 음식 등 나름 종류도 다양하다. 팀런치를 하는 날이면 사무실이 보통날보다 더 북적인다. 홈오피스를 주로 하는 사람들도 이날만큼은 오피스에 나와서 팀런치에 참여한다. 다 같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고, 평소 잘 보지 못했던 동료들과 캐치업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오가는 업무 이야기도 때로는 더 부드럽고 효과적으로 진행될 때도 있다. 공식 미팅에서는 쉽게 내지 못했던 의견을 편안하게 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팀런치 문화는 꽤 좋은 것 같다.
저녁 회식을 하는 우리 회사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다. 퇴근 후 시간은 철저하게 개인의 시간이므로 그걸 회사가 터치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기본적으로 사생활을 최우선으로 존중해 주는 문화다. 개인 사정이 있으면 얼마든지 한두 시간 늦게 출근하거나, 한두 시간 일찍 퇴근해도 된다. 업무 시간 중간에 병원 검진을 다녀오는 일은 흔하디 흔하다. 제 일을 책임감 있게 한다는 전제 하에 누릴 수 있는 자유다. 일종의 복지라면 복지겠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복지이기도 하다. 독일은 기본적으로 병원 검진 예약을 잡는 게 정말 어렵다. 예약 날짜 상의.. 따위의 호사는 누리기 어렵다. 택배를 제때 못 받으면 영영 못 찾는 일도 허다하다. 엉뚱한 곳에 배달되거나, 사라지거나, 반송되거나. 특히 뮌헨을 비롯한 몇 도시는 웬만한 상점이 6시부터 8시 사이에 다 닫아서 업무 시간 내에 개인적인 볼일을 봐야 하는 일이 비교적 많이 생긴다. 이런저런 제도 및 사회적 분위기가 이러한 독일의 자유로운 홈오피스, 워케이션 문화를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다.
팀런치도 그런 문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 같다. 때로는 다 같이 아침을 먹는 팀브런치도 있다. 함께 빵과 잼, 요거트, 다양한 아침 식사 거리들을 준비하면서 또 다른 끈끈함이 형성되기도 한다. 한 팀리더와 조금 어색한 사이였는데 같이 아보카도를 자르고 토마토를 씻으면서 꽤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졌다. 보통 회식이라는 단어가 내게 그리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지 않았는데 우리 회사의 회식은 오히려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물론 참석 여부는 자유다. 팀 전체 헤드가 참석 여부를 묻는 메일을 보낸다. 대부분 참석하는 분위기이긴 하나 누구도 강요하지 않는다. 가끔은 팀헤드가 팀원들을 위한 작은 선물도 준비한다. 주로 맛있는 초콜릿과 0,33L 크기의 와인 혹은 프로세코다. 참석하지 못한 동료들에게는 따로 택배로 보내주기도 한다. 우리 팀이 개인의 자유가 우선시 되는 조직 안에서도 끈끈한 데는 이유가 다 있다.
가끔 아침 댓바람부터 프로세코를 따는 분위기도 한몫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