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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뚝배기 Jun 19. 2020

방어적인 대화

저는 일을 할 때 되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하는 편입니다.


어떤 일의 평가나 피드백에 대한 부분 말고, 그냥 부탁이나 의사 소통 자체를 그렇게 합니다.

가령 마감에 가까워졌는데 일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되었다던지 그럴 때에도 애둘러 사정을 돌려 말하거나 핑계를 대기 보다는 그냥 이러저러했다, 죄송하다. 이런 느낌인데요.


사실 그러다 보니까 주변의 신뢰도 쌓이고 스스로에 대한 강한 압박감을 주어 일을 보다 빨리 끝내는 장점도 있기는 합니다. 대신 제가 좀 피곤하기는 하지만요.


그게 사람과 사람간의 신뢰고 거짓말 해선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물론 눈치 있게 남들과의 관계가 끼어있다거나 할 땐 애둘러 말하긴 합니다.


어느 정도 상급자로서 제가 책임질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그러곤 하는데, 요근래 주변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 남과 대화 할 때 스스로에게 방어적인 대화를 하세요, 그래야 요령 있게 일 할 수 있다니까요 '


방어적인 대화? 무슨 이야기인지 싶었습니다. 속된 말로 밑밥 깔고 이야기를 하란 건지. 그런 대화법이 왜 필요하지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어서 들었던 예시가 꽤 충격이었습니다.


' 일을 하거나 마감에 늦어도 본인이 다 죄송하다, 어쩐다 할 것 없이 클라이언트 분 좀 더 만족스러운 제작물 전달드리려고 수정을 결정했다던지, 상대방 기분 좋게 해줄 명분 같은 걸 찾으면서 이유를 만들며 대화해봐요 '


사실 잘못이면 그냥 잘못이지 뭐 이유가 있겠어 라는 생각으로 살았던 사람이기에 이런 그럴 듯한 대화법이 꽤 낯설긴 했습니다만 반성도 되더군요.


하기야 지인들이나 가족들이랑 이야기 할 땐 솔직한게 최고일 수도 있겠지만 직장에서의 일은 또 그렇지 않으니까.. 뭔가 어느 정도의 적절한 요령도 있어야 능력있는 사람이고 거래처와의 관계도 더 좋아질 수 있는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이야기를 전해주시던 분도 말씀하시기를 본인도 처음엔 꽤 심각하게 그렇게 남들과 솔직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답니다. 그런데 그러다보니 하대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무시하거나, 되려 무례하게 구는 경우도 많았다구요.

그래서 뭔가 상대방 기분도 안나쁘면서 본인 스스로에게도 탈출구를 마련하는 대화법이 뭐가 있을까 싶어서 연구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단순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요령있게 일하기 위해서에 그치지 않는 다는 것은 다들 잘 아실겁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느꼈던건, 일의 성과가 갈릴 수 있는 순간에도 자신의 가치를 낮추지 않고도 유려하게 뭔가 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단겁니다.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직장에서 마냥 솔직한게 최고는 아닌가 보다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요즘 같이 스스로의 가치, 즐거운 내 삶이 일 보다 먼저인 세상에서 스스로에게 상처주지 않고 자기를 깎아내리지 않는 방어적인 대화법은 꽤 훌륭한 대화법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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