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뚝배기 May 05. 2020

재택근무 한달, 그래도 봄은 왔네요.

급작스런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를 시작한지 벌써 한달이 되어 갑니다.




일주일, 이주일 정도면 사그라들고 정상출근하지 않을까 싶던 기대는 재택근무를 한달 더 연장한다는 소식에 산산히 무너진지 오래.


출근하지 않는 주말, 집에만 있는 행복이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재택 근무 첫날의 신기함과 여유로움도 사라졌습니다. 신기하게도 우리는 잠깐의 일탈이나, 옆에서 늘 일어나던 일이 일어나지 않음에 있어 처음엔 흥미를 곧잘 느낍니다. 재택근무 역시 많은 사람들이 그랬죠. 집에 있으니 출퇴근 시간도 아끼고 이것저것 할 수 있을거란 기대도 하구요.


그렇지만 있을 때 잘하란 노래 가사가 말하듯이 모든 건 익숙함에 길들여진 착각일 뿐 입니다.

정상적으로 처리되지 않는 일, 줄어든 소득, TV나 인터넷을 통해 정상적으로 방영되던 컨텐츠들의 중단 소식들은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끔 합니다.


사실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늘 반복되는 같은 방안의 모습, 잘 밖에 나가지 않는 탓에 이주일 전에 잠깐 밖에 나갔더니 느껴졌던 따뜻한 훈풍은 3월임을 늦게나마 자각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정신 없이 야구 중계가 이루어지고, 벚꽃엔딩 노래가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계절이지만 바깥의 이런저런 상황들은 쉬이 이런 여유들을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도 봄이 온 것을 보면 시간은 흐르고 있나봅니다. 3월 초만 해도 다들 좀비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모두가 전염되어 아포칼립스가 올 것 같이 굴었었는데 공포도 어느 정도 사그라졌고 확진자 수도 뉴스에서 연일 떠들던 것에 비하면 많이 가라앉았으니까요.


물론 여전히 백신이나 완벽한 치료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사람들은 이 일상의 반복에 안타까움을 느끼면서도 어느샌가 새로운 재미를 찾아내고 있는 듯 합니다. 유튜브를 강타하고 있는 달고나 커피를 시작으로 넷플릭스를 채팅하면서 보는 방법이라던지,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이 시기를 나고 있는 모습이 마치 동면을 견디는 동물들 마냥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기나긴 코로나의 터널을 이겨내는 궁극적인 해결책일 순 없겠지만 숨죽여 집에만 있으며 시간을 죽이는 것 보단 훨씬 생산적일테니까요.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면 유명한 대사가 있죠. 늘 그렇듯 새로운 방법을 찾을거란 말. 늘 막다른 골목에 서면 우리는 새로운 방법을 찾습니다. 코로나를 통해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커피와 설탕을 휘젓고 있는 누군가 처럼 분명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닐 것이고, 새로운 반전을 찾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재택근무 한달을 하며 집에서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질 수록 걱정도 늘어나는 것을 느낍니다만 인고의 시간은 늘 쓰고, 긴 밤이 지나면 새벽, 아침이 오기 마련입니다. 불변의 진리이기도 하고 어르신들께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젊은 사람들에게 늘 하는 말이지만요.


누군가에게는 뒹굴뒹굴 핑계를 대며 지나보낼 시간일지도 모르고, 걱정과 두려움에 몸서리 치며 화만 낼 수도 있는 시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무기력하게 답답한 시간을 보내며 원망하기 보단 그래도 창문 틈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과 공기를 느껴보기도 하고, 잔잔하게 소중했던 지난 일상들을 돌아보며 정상적인 시간이 돌아왔을 때 내가 살아갈 미래를 계획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시간이 원망스러워도 결국 기다리던 봄은 오니까요.




작가의 이전글 어떠한 상실도 절대적이지 않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