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성 그리고 또 다른 시작
경업금지 기간이 어느덧 끝나가고, 이직할 회사 인사팀에서 오랜만에 메일이 도착했다. 다시 싱가포르로 갈 시간이 다가온 것이다. 그리고 그 준비의 첫 단추는 비자 발급이다.
싱가포르의 취업 비자는 크게 Work Permit(WP), S Pass(SP), Employment Pass(EP)로 나뉜다.
Work Permit(WP):
특별한 기술이나 경력 없이 고등학교 이상의 학력만 있는 외국인 근로자에게 발급. 주로 제조, 건설, 서비스 등의 분야에서 종사자 대상.
S Pass(SP):
전문대, 대학교 졸업자, 또는 최소 1년 이상의 정규 기술자격증 과정을 수료한 기술자에 해당하는 비자. 2025년 기준 최소 월급은 SGD3,150이며, 지원자의 연령에 따라 기준이 다름.
Employment Pass(EP):
대졸 이상 전문직 인력을 대상으로 하며, 최소 월급은 일반 분야 SGD5,600, 금융권은 SGD6,200이다. 고숙련, 고임금, 국제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기준이 까다로움.
최근 싱가포르 정부는 현지인 우대와 자국민 채용 확대에 정책의 방점을 찍고 있다.
WP와 SP의 경우, 기업마다 외국인 쿼터가 정해져 있어서 이미 정원이 다 찼다면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비자 발급이 불가능하다. 반면 EP는 쿼터 제한 없이 심사 경쟁을 거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심사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으며, 정부가 거절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다. 또 EP의 최소 급여 기준도 꾸준히 상향 조정되고 있는 추세이다.
매번 들어도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외국인이 주거용 부동산을 구입하면 구매가의 60%를 추가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만 봐도 싱가포르가 자국민 우선 정책을 얼마나 철저히 챙기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
금융권은 대부분 EP로 발급되기에 회사 입장에서 쿼터 부담은 없지만, 심사 강화는 예외가 아니다. 실제로 이전 회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파이널까지 간 후보자들을 봤을 때 만약 동일한 능력이라면 자국민이나 영주권자를 선호하는 보이지 않는 기준이 존재하곤 했다.
나의 경우 이전 회사와 이번 회사 모두 Fragomen이라는 전문 업체에 대행해서 일을 진행한다. 처음 싱가포르에 입국할 땐 서류 준비만 몇 주가 걸렸다. 이번에도 Fragomen에서 보내온 체크리스트를 보고 잠시 한숨이 나왔다. 그래서 서류를 준비하기에 앞서 무턱대고 “예전에 이 회사랑 진행했던 자료를 재활용하면 안 될까요?”라고 물었다. 몇일 뒤 다행히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고 덕분에 둘째 아이와 관련된 서류만 새로 준비하면 됐다.
EP를 받으면 배우자와 자녀는 자동으로 Dependent Pass (DP) 를 받을 수 있다. 첫째는 이미 기록이 있어 수월했지만, 둘째는 처음이라 전부 제출해야 했다. 그중 가장 까다로운 것이 예방접종 증명서다. 국가별로 요구하는 백신이 다르고, 싱가포르는 비교적 엄격하다. 필수 접종을 모두 완료하고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서류 제출 후, Fragomen이 EP 심사를 신청했다고 연락이 왔다. 보통 2~3주 후 결과가 나오며, 먼저 IPA(Approval-in-Principle) Letter 가 발급된다. 이 서류가 나오면 싱가포르로 이주해도 되며, 현지에서 건강검진을 통과하면 최종 EP가 발급된다. 이번에도 아무 문제 없이 발급이 되기를 기도해본다.
길게만 느껴졌던 1년이 이렇게나 빠르게 지나갔다. 막상 떠날 날이 다가오니 제주도가 아쉽다. 생각보다 여행을 많이 다니지 못했고,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 특히 동쪽은 한 번도 안 가봤다. 이번 주말에라도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남은 시간을 제주 이곳저곳에서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