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식'과 '배려'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노키즈존
과거 '노키즈존'이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개인적으론 '그럴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들거나 울면 주위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카페나 식당, 공공교통 기관 안에서 아이들의 소란으로 좋지 않은 경험을 하기도 해, 가게 방침이라면 납득 못할 일도 아니지 싶었다.
최근엔 노키즈존을 '배제와 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논하는 몇몇 매체를 보게 됐다.
아래 <경향신문> 기사도 그런 맥락에서 네 아이 어머니의 반응을 전하고 있다. 기사 중 다음과 같은 부분이 눈에 띄었다.
"노키즈존이 이슈가 되는데, 아이가 잠재적으로 혐오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배타적 취급을 받은 아이가 자라서 나이 먹은 우리에게 ‘당신들은 힘이 없으니까’라고 배제할 수 있지 않을까. 사회에서 아이들한테 영향을 준 만큼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아이가 꺼려지는 대상이 돼 공공 장소에서 배제하려고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차별이 공공연화되면 자란 아이들이 어른들에게 '되갚을 것'이라는 무서운 말도 덧붙여져있다.
비슷한 관점으로 아래 <한겨레21> 기사도 노키즈존을 혐오와 차별의 관점으로 짚었다.
필자는 솔직히 사회적 배제의 관점으로는 노키즈존 문제를 고민해본 적이 없어 신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사라지는 게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일일 수 없다. 아이 엄마를 무조건 '맘충'으로 폄하하는 풍조도 문제가 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노키즈존 논의에서 빠져있는 게 있다. '어쩌다 노키즈존이 생기는 상황에 이르렀냐' 하는 점이다. 노키즈존이 생겨난 배경은 무시한 채, 결과만 놓고 옳으니 그르니 하는 게, 건강한 논의를 낳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일반화하는 건 어렵겠지만, 한국에서 생활하면 식당이나 카페에서 어린 아이들이 떠들거나 뛰어다니는 모습에 짜증이 난 적이 적지 않았다.
문제는 부모들의 태도였다. 부모들이 조금이나마 미안한 기색을 보인다면,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하는데, 대체로 방치하는 일이 많았다.
한 번은 고속버스 안에서 아이들이 너무 떠드는데 부모가 전혀 신경쓰지 않아 어머니에게 조용히 좀 시켜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그 어머니는 짜증을 내며 "저 아저씨가 조용히 하란다"고 대충 말한 뒤 다시 애들을 그대로 뒀다. 솔직히 한 마디 더 할까 싶었지만, 싸우기도 귀찮아 그만뒀다.
나중에 이 일을 주위 사람에게 얘기하니 "애 엄마하고 싸워봤자 너만 손해"라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이게 일반적인 인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과 배제'를 말하기 전에 되도록이면 아이들을 조용히 하도록 교육을 할 수는 없는 걸까. 솔직히 아직 아이를 길러보지 않아 뭐라고 말 할수 없다. 그래서도, 이번 글은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
다만, 일본에서 생활하다보면 교육으로 어느 정도 아이들을 '잠잠하게(?)'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한국보다는 비교적 조용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어린아이가 우는 건 물론 이쪽에서도 종종 접하는 일이지만.
잘 알려져있다시피 일본에서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들 교육을 굉장히 엄하게 한다. 한국과 가장 크게 비교되는 건, 대놓고 남들 앞에서 아이를 혼낸다는 점이다. 마치 주위사람들이 보란듯이 말이다. 평소 조용조용한 일본인과는 180도 다른 무서운(?) 모습으로.
최근에는 쇼핑몰에서 아이가 뛰어다니고 소리지르자, 어머니가 애를 불러다가 아주 강하게 "뛰면 안된다고 했지!"하면서 거의 외치듯 혼내는 모습을 봤다. 아이는 울 것 같은 얼굴이었지만, 그렇다고 울면 또 혼날 거 같은지 꾹 참고 있었다.
강한 훈육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애들은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덜 소란스럽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일본 사회가 질서정연하게 유지되는 것일 수도 있다.
지난달 일본 코가네이(小金井)시에서 주관하는 '과학의 제전'이라는 어린이 대상 과학 체험 행사에 간 일이 있다. 지인들이 불러줘 시계제작 체험 코너에서 하루 종일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어린이들이 소란스러울 것을 우려했지만 기우였다.
엄마 아빠는 애가 소란스럽거나 떼를 쓸 거 같으면 미리 다 차단했다. 수십명의 아이들이 시간대별로 왔지만 별 힘들이지 않고 행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색연필이나 테이프, 스티커가 부족할 때 무조건 달라고 떼쓰는 아이도 없었다. 그저 차례가 오겠거니, 기다리는 모습들이었다.
한국에서 비슷한 행사를 했어도 이런 모습이었을까 솔직히 자신할 수 없다.
이런 일본에서도 최근 '어린이 거절' 카페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불렀다. 카페에 찾아온 아이가 창호지를 부숴놓고, 사과없이 간 일 있어서 일정 시간 어린애를 데리고 카페에 못 들어오게 한 것이다. 한국에도 자주 있는 패턴이지 싶다. 일본에서도 역시 비슷한 일은 일어나고 있었던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도 아래 칼럼의 '노키즈존이 선진국에 없다'는 내용은, 최소한 일본에서는 틀린 말이다. 반박 예는 아래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추가로, 아래 글은 영국에 노키즈존이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영국에서 사는 학부모의 글인 듯 싶은데, 해당 부분을 그대로 인용해본다. 결국 노키즈존은 '무배려'와 '무훈육'이 낳은 한국사회 특유의 비극(?)이라는 필자의 생각을 좀 더 강화해주는 내용인 듯싶다)
'중산층 영국인은 공공장소에서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할 뿐만 아니라 식사 매너도 엄격하다. 그래서 영국 중산층 부모는 어릴 적부터 철저하게 테이블 매너 교육을 시킨다. 식사할 때는 입안의 음식물이 보이지 않게 하고, 소리를 내며 씹지 않도록 가르친다. 포크와 나이프 사용 방법도 정확하게 알려준다. 아울러 아이가 식사 중간에 돌아다니면서 먹지 않도록 가르친다. 이런 철저한 매너 교육 덕분인지 영국 레스토랑이나 펍에서 아이들 때문에 특별히 시끄럽거나 방해를 받는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런 점은 한국과 무척 다르다. 올해 초 한국에 갔을 때 딸아이와 함께 외식할 경우는 놀이방 있는 식당을 주로 이용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샤브샤브 체인점에 갔더니 레스토랑인지 키즈 카페인지 도저히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아수라장이었다. 아이들은 놀이방뿐만 아니라 테이블 사이사이 좁은 곳에서 마구 뛰어다녔다. 서빙하는 사람이 뜨거운 음식을 들고 다니다 부딪히면 큰 사고로 이어질 게 뻔했다.
그런데도 대부분 무모들은 테이블에 앉아서 한결같이 말로만 "조용히 해" 하며 내버려두었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 어느 정도 참고 이해하려 했지만, 그런 상황이 너무 심해 그곳에서 식사하는 게 어느 순간 불쾌해졌다. 왜 한국에서 영유아와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의 출입을 제한하는 노 키즈 존이 늘고 있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본문 97)
아래 뉴스는 일본의 노키즈존 사례와 논란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몇 장면을 번역해 옮겨본다.
오카야마의 한 카페 트위터에 "17시까지 0세 아이를 제외한 미취학 아동 동반 입점을 거절합니다"라는 글이 논란이 됐다. 카페측은 문 창호지를 찢은 아이가 있었는데, 부모가 연락도 없이 사라졌다고 한다. 심지어 찢어진 창호지를 안 보이게 떼다 숨겨놓았다고.
카페 주인은 "뭔가 말씀이라도 해줬다면 다르게 대응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한다. 트위터상에선 "아이들은 원래 소란스러우니까" "제대로 교육 않는 부모가 나쁜걸" "출입금지는 당연"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논란이 커진 2주 뒤, 부모로부터 "사죄드리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카페는 '매너를 지키는 어머니와 아이는 들어와도 된다'고 방침을 완화했다.
토치기현의 한 레스토랑도 과거 2번 '아이동반 입점금지' 정책을 시행했다. 애들이 뛰어다니고 큰 소리를 내는 일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레스토랑에서 소중히 여기던 유리컵을 깬 뒤 그 부모가 "애들이 깨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라고 적반하장으로 얘기하자 점주가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하지만, 단골손님들이 "애들과 꼭 가고싶다"고 요청. 결국 '아이가 울기시작하면 아무리 식사중이라도 밖에서 달래야 한다'는 종이를 붙이게 됐다. 그 뒤 큰 소란은 없어졌다.
한 매너 전문가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걸(메와쿠) 알고 있다면 데리고 안 가는 게 중요하다"고 못을 박는다. "만약 데려가야 한다면 똑바로 교육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신칸센에서의 대응도 소개된다. 휴가 시즌에 아예 한 량을 '패밀리 차량'으로 구비해, 아이들을 데리고 타도록 했다. JR측에선 주위 손님은 물론, 부모들도 여유있게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뉴스의 논조는 대체로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하고 신경써서 데려가자'는 데 맞춰진 듯하다. 중간중간 "엄마들이 갈 데가 없어 안됐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폐 끼치면 안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교육이 지나쳐서 아이를 풀숲에 버린 부모가 논란이 된 적도 있다. 아래 기사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사람에게 돌을 던지며 민폐를 끼치자, '버릇을 고치겠다'며 숲에다 버리고 온 것이다. 일본의 강한(?) 가정교육이 다른 나라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사건이었다.
물론, 제대로 아이를 가르치지 않는 부모들때문에, 한국에서도 평소 아이를 훈육하는 부모들이 피해 입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노키즈존에 들어갈 수 없는 '선의의 피해자'다.
하지만 전반적인 한국사회의 분위기를 돌이켜보면, 선의의 피해자를 고려해 자신있게 '노키즈존을 없애자'고 나서긴 쉽지 않다. 오히려 훈육과 배려 없는 부모들로 인해, 더 큰 반감이 생길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그렇기에 윗글의 영국 거주자의 경험, 필자가 일본에서 느끼는 감정을 종합해 생각하면, 가게들의 '노키즈존'을 사회적 차별과 배제의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건 솔직히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