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일본, 90년대 한국을 풍미한 트렌디 드라마 다시보기
흥미로운 동영상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80년대 일본이 경제성장의 정점을 달리던 시기, '트렌디 드라마'가 방영된다.
트렌디 드라마는 도시에서 생활하는 남녀의 연애나 유행을 그린 장르다. 과거와 달리 전통에 '전혀' 얽매이지 않는 젊은 주인공이 인상적으로 등장한다. 현대화된 직장 생활이 빈번히 나오고 보다 현실적인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또 사회비판적이진 않다. 삶을 구가하는 소소한 인물들의 생활이 갈등을 낳기도 하고, 때로는 행복하게 지내기도 하는 드라마가 바로 트렌디 드라마다. 리얼리티면서도 한편으로는 판타지이기도 하다.
이번에 소개할 동영상은 트렌디 드라마의 구성 요소를 재미있게 재현한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질투'를 시작으로 90년대 감성을 담은 드라마가 연이어 등장했는데, 이것들이 트렌디 드라마에 해당된다. 30대 이상 분들이라면 아마 이번에 소개할 일본 동영상을 봐도 어색함은 들지 않을 듯 싶다.
트렌디 드라마 개요는 위키피디아를 참고로 했다.
트렌디 드라마에 해당하는 '네 눈동자를 체포하겠어(君の瞳をタイホする, 1988년)'는 유튜브에서 전편을 볼 수 있다. 다만 한국어 자막은 없는 듯하다.
아래는 맥주로 유명한 기린(Kirin)에서 최근 내보내기 시작한 유산균 음료 광고로 소개하고자 하는 동영상이다. 이름하야 '트렌디의 법칙'. 주요 장면 캡처를 하나씩 소개한다.
(1) 트렌디의 법칙. 화면에 나온 사람들이 당시 트렌디 드라마의 주요 캐릭터들이다. 단정한 오피스 레이디와 성실한 회사원 남성. 이들이 주로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그밖에 주위에 서있는 친구, 동료들은 갑갑한 친구도 있는가하면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이들도 있다.
(2) 두 주인공은 오피스 거리에서 우연히 부딪쳐 안 좋은 계기로 만나게 된다. 티격태격의 시작. 안 좋은 인상을 갖고 짜증내던 차에...
(3) 우연히 같은 날 저녁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여기서는 '뻔한 기적적 재회'로 표현하고 있다. 위에 있는 대사는 "아, 당신 오늘 아침의?"라고 돼있다. 트렌디도(トレンディ度)는 65%. 그 뒤 동료들이 한 명씩 저녁 자리에 나타나는데...
(4) 지나칠 정도로 개성적인 동료들이 속속 등장한다. 패션과 머리 스타일로 알 수 있다.
(5) 그런데 그 중 한 명은 무려 '플레이보이'. 긴 머리와 표정으로 알 수 있다. 플레이보이 생활을 하면서도 뭔가 밉지는 않을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드라마 분위기를 띄워주고, 웃음을 주는 역할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6) 재미있게 달아오르던 저녁 식사자리는 '항상 누군가가 열받아서 도중에 돌아간다'. 이른바 '너무나도 자유로운 현지해산'. 주위 테이블 사람들이 놀라서 시선을 보내는 모습에서 리얼리티를 느낄 수 있다. 동영상 댓글을 보면 플레이보이가 다리 벌린 모습을 살린 데 감탄하는 반응도 있다. 트렌디도는 55%.
(7) 사랑을 외치는 거리는 무려 10m. '멀수록 좋다. 10m 거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 장면도 왠지 기시감이 느껴진다. 트렌디도는 85%에 달한다.
(8) 여자주인공이 슬픔에 차 전화하는 장면. 비와, 눈물과, 공중전화 부스. '슬픔의 3종셋트'라 한다.
(9) 남자주인공의 반응. '젖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 사랑의 폭우 런너'. 굳이 비오는데 양복을 입고 우산도 안 쓰는 데서 트렌디도는 90%로 올라간다. 이로써 남자주인공와 여자주인공 사이의 갈등은 극복되고 드라마는 정점으로 향해간다.
(10) 대단원의 막. '마지막은 어쨌든 빙빙 돌고 싶다. 인력 회전목마' 두 사람을 축하하는 듯한 배경속에서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안고 돌리며 드라마는 막을 내린다. 트렌디도는 100%를 달성하며 훈훈하게 막을 내린다. 보는 시청자도 아마 따뜻한 마음을 안고 일상으로 한참 동안 리모컨을 만지지 못했을 것이다.
동영상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문구는 이렇다.
지금부터 약 30년전 매일이 빛났다. 그때도, 지금부터도 더욱 더욱 빛나기 위해, 빛나는 매일을 응원한다. 今から約30年毎日か輝いていた。あの頃もこれからも、もっともっと輝くために輝く毎日をサポートする。
라며 상품 소개와 함께 끝난다.
개인적으론, '유튜브 유저를 사로잡기 위해 이렇게 질높은 광고를!!'하고 감탄했다. 최근 일본에선 과거 버블기를 넘어선 '일손 부족' 등등이 화제가 되고 있다.다시금 트렌디 드라마에 눈을 돌리는 것도 어쩌면 경제적 근심걱정이 줄어든 환경을 반영하는 측면이 있을 것도 같다. 90년대 한국 드라마를 상상하면서 보시면 수긍되시는 대목도 많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