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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r 04. 2018

운동만 했어도 어엿한 '증권사 엘리트 사원'

노무라증권(野村証券) 방문기

오랜만에 일본 취업, 경제 사정 관련된 내용을 적어볼까 한다. 하루일정으로 노무라증권(野村証券) 본점과 지인이 지점장으로 있는 지바현 후나바시(船橋) 지점 견학을 한 소감이다.


참고로 일본에서 노무라증권은 대부분 분야에서 1위(고객수나 거래액 등)를 기록하고 있지만, 취업시장에서 인기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부문에 따라 다른데, 자산운용계열사나 IB쪽은 인기가 있으나 리테일-즉 개인영업- 부문은 그냥 그렇다). 


한국이라면 유명 증권사 입사가 상당한 메리트 있는 직종으로 꼽히겠으나 일본은 외국계 혹은 투자은행(IB) 부문이 아니면 높이 쳐주지 않는 듯하다.


아래 취업 관련 랭킹을 보면 IB 등 부문은 상당히 높은 순위에 있다. 반면 일반 증권사 입사는 결코 높다고 할 수 없다. 굵은 색으로 표시하고 밑줄 그은 게 각각 노무라증권의 다른 부문 순위다. 일본에서 증권사 영업직은 격무에 스트레스도 많은 인상을 주기 때문에 그닥 선호되는 직종은 아니라고.


【66】東京海上日動(SPEC)、みずほFG(AC)
【65】みずほ証券(IB)、野村證券(GM/IB)、SMBC日興証券(IB/S&T)、三菱UFJモルガンスタンレー(IB) 、みずほFG(GM&AM/GCF/RES) 、大和証券(GM/IB)、東京海上日動(総合職)
【64】農林中央金庫、トーア再保険、損保ジャパン日本興亜、日本取引所G、全国銀行協会、日本損害保険協会、日本証券業協会、日本政策金融公庫、日本政策投資銀行、日本相互証券


【55】あおぞら銀行、ソニー損害保険、中央労働金庫、北洋銀行、スルガ銀行、群馬銀行、広島銀行、中国銀行、大垣共立銀行、伊予銀行、七十七銀行、京都銀行、十六銀行、肥後銀行、その他の中堅地銀
【52】ニッセイAM、SMAM、ゆうちょ銀行、プルデンシャル生命、住友生命、かんぽ生命、野村證券、大和証券、松井証券、マネックス証券、三菱UFJモルガンスタンレー証券、SMBC日興証券、岡三証券、みずほ証券、東京海上あんしん生命、三井住友あいおい生命、富国生命、三井住友プライマリー生命、SMFLキャピタル
【50】
朝日生命、太陽生命、三井生命、富士火災、共栄火災、日新火災、城南信金、京都中央信金、SJNKひまわり生命、アフラック、ソニー生命、オリックス生命

노무라증권은 2008년 리먼 쇼크로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가 망한 뒤, 아시아-유럽 법인을 그대로 사들였다. 처음에는 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내부적으로 나왔다 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부적으로 이름 높이는 데 그럭저럭 도움이 되고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흥미로운 건 입사할 때 3부문으로 나눠서 뽑는다고 한다. 종합직A, 종합직B, 종합직C가 그것으로, 종합직A와 B는 하는 업무는 거의 비슷한데 특징은 '지방 전근이 있는지 여부'라고 한다. 


이런 제도는 일본 금융사들이 공통적으로 채용하고 있기도 하다. 


예를 들어 종합직A로 입사한 경우, 첫 부임지가 도쿄 신주쿠 지점이라고 한다면, 3~4년 뒤에는 오키나와나 북해도로 발령나는 식이다. 언제 어디로 이동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그만큼 주거비용 지원이나 복리후생을 두텁게 하고 있다고 한다. 입사 4년차 직원 말로는 한달에 월세(家賃)보조가 14만엔까지 나온다고 하니 어디서든 넉넉하게 살 수 있는 셈이다.


종합직B는 임금 처우는 크게 다르지 않은 대신 인사 이동은 특정 지역권내(예를 들어, 수도권, 간사이권)에서만 이뤄진다. 다만 지점이 한 곳밖에 없는 현(県)의 경우 한 지점에만 계속 있을 가능성도 크다고. 대신 월세보조가 없고 복리후생에서는 종합직A보다 확연히 부족한 게 차이점이다. 또 인간관계가 중요해 이 때문에 고민하는 직원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종합직A는 주로 남성이, 종합직B는 주로 여성이 많이 있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아래 채용 홈페이지를 봐도, 모델로 등장하는 건 각각 해당되는 성별이다.


종합직C는 계약직인 대신 돈을 많이 받는 업무가 해당된다. 트레이딩 등 부문이 주로 속해있는데, 복리후생은 떨어지지만 연봉이 많고, 실적에 따라 지급되기 때문에 주로 외국인이 많다고. 유출입이 잦은 외국계 증권사 이미지라고 보면 되겠다. C를 제외하고 종합직A와 B는 둘 다 엄연한 정규직이다.




노무라증권은 비용문제로 2000년대 들어와 도쿄의 상징인 긴자(銀座)지점을 없앴다. 그러다 문제가 계속 제기되자, 2007년쯤 긴자 아르마니 점포에 주요 고객층(부유층)과 회의할 수 있는 PB 오피스를 만들었다. 필자가 실제 방문해봤는데 다른 건 없고 말그대로 투자 상담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만 있었다. 


그 대신 모든 기자재는 아르마니 제품(심지어 간식으로 내오는 초콜렛도)였고, 차 역시 긴자의 유명한 업소 제품이라고 한다. 고객 중에는 외장이나 차 맛만 보고 바로 아는 사람도 있어 신경을 쓸수밖에 없다고. 상담은 각 지점에서 미리 신청을 해서 쓰는데, 많아야 하루 1~2팀 정도밖에 이용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만큼 밀도 있는 상담을 하기 때문이다.


PB오피스는 긴자 지하철 역과 이어져있었고, 교통이 편리한 위치에 있었다. 반대로, 외부 간판 등은 전혀 없어서 사람 눈에 띄는 걸 꺼려하는 부유층들의 특성도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PB오피스 사진. 아르마니가 들어선 건물 5층에 자리잡고 있다.
PB오피스 입구

일본 부유층들의 고민은 대체로 '절세'였다. 세금을 어떻게 줄일지가 고민이라, 다양한 수단이 강구되고 있었다. 특히 베이비붐 세대들이 속속 은퇴하다보니 거대한 돈이 다음 세대에 어떻게 이전될지, 즉 상속, 증여를 어떻게 할지 노무라증권은 사활을 걸고 있다고.


한편, 일본 젊은이들이 주로 인터넷 위주의 증권사(SBI증권)를 이용하다보니, 노무라증권의 세대간 이용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여기에 저금리로 수익이 떨어지는 은행들도 증권형 사업을 벌이는 것도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요인. 


최근 미즈호 금융그룹은 이례적으로 증권사 출신이 톱이 되는 일도 벌어졌는데, 노무라증권에서도 화제가 되는 한편 경계심도 강화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은행부문이 없는 노무라는 지방은행(일본은 지방은행의 힘이 세다)과 연계를 중시하고 있다고 한다.


노무라증권 후나바시 지점


같은 날 방문한 후나바시 지점은 상당한 규모였다. 직원수는 100명 가까웠다. 건물은 증권사 한 곳이 5층을 다 쓰고 있었다. 몇 천억원이 맡겨져있다고 하니, 지바현내에서도 두번째 정도로 큰 곳이라고 한다.


이 곳에서는 지점 영업 현황을 소개받고, 젊은 직원들의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일반적인 인상은 한국 증권사 직원들과 그리 다르지 않았는데, 한 친구의 얘기가 기억에 남았다.


2015년 입사한 젊은 친구(남)로, 대학은 명문대학인 규슈대학 농공학부를 졸업했다고 한다. 다만, 학생 때 연구에 매진하는 다른 동기선후배들과 달리, 공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고등학교때는 야구를, 대학교때는 미식축구를 해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원에서 연구를 할 생각도 없었다.


그러다가, 친한 선배에게 "노무라에서 일해보지 않을래?" 라고 제안을 받았다고. 평소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고 이과이다보니 숫자에도 강한 편이었다. 선배 얘기에 흥미가 생겨 "그러겠다"고 대답. 그게 바로 입사하는 길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라면 쉽게 말하지 못할 일인데, 역시 일본에서는 그닥 특이한 일도 아니란 듯이 대답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이 친구가 입사한 직종은 종합직A로 전근이 있는 정규직이다. 지점장말로는 후나바시 지점의 엘리트 사원으로 향후가 더 기대되는 전력이라고. 그렇기 때문에 내년도 신입 직원 교육을 전담한다고 한다(이는 극소수에게 주어지는 역할로, 승진 등에도 매우 유리하다고 한다).


일본 영업직은 '체육회계(体育会系)'가 선호된다고들 한다. 운동부활동(部活)한 학생들이 상하관계가 철저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한국이라면 남자는 누구나 군대를 간다는 인식이 있어서, 도리어 운동만 하면 머리가 나쁘지 않은가 하는 편견이 있는 데 비해, 일본은 어느 정도 이상 대학을 나온 운동부 출신(한국과는 조금 다른 시스템으로 입시는 일반 입시를 거친다)은 취업시 유리하다. 반대로 운동부 경험이 없는 친구들은 나약한 이미지가 따라붙는 것도 사실이다. 


일본의 채용 시스템을 보통 '포텐셜 채용'이라고 한다. 이는 어차피 대학에서 배운 건 기대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돼있다. 한국처럼 모든 게 준비된 인재를 요구하지 않는다. 어차피 다시 가르칠 거면 자세가 바른 사람이 낫다는 체념(?) 비슷한 방침이랄까. 


대신, 한 번 입사하면 빠져나가기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노무라의 경우 2000년대까지, 한 번 퇴사했다 다른 곳으로 가면 재입사를 아예 불허했다고 하니, 순혈주의에 대한 원칙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겠다. 이날 만난 10여명 안팎의 노무라증권 사람들도 모두 옮긴 적 없이 길게는 30년가까이 다닌 사람들이었다.


일본식 채용 시스템의 단면을 노무라증권을 통해 조금이나마 다시금 확인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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