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자 운전면허 자주 반납' 캠페인
한국에서도 상식이 된 고령화 사회.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고령화 사회 문제를 겪고 있는 만큼, 몇 가지 참고가 될 만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고령자 운전 문제를 거론해보고자 한다.
한국에서는 종종 운전을 했지만 일본에서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본 도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체감적으로 한국 도로위에서 노인 운전자를 접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다. 실제 한국에서도 이른바 '김여사(중년 여성 운전자)'는 비하적 의미로 비교적 자주 쓰이나, 운전하는 노인을 비하하는 말은 아직 못 들어본 듯하다.
한국에서 자가용이 급속히 보급된 게 20년전인 1990년대고, 서울에서는 대중교통(특히 지하철) 무료 정책이 잘 갖춰져 있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에 비해 일본이 급속히 성장한 건 1960~70년대일이다. 차를 갖기 시작한 세대가 한 바퀴 돌았다고 봐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일본에서 노인 문제는 매우 심각하게 여겨지고, 실제 지표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래 표를 보자.
'65세이상 인구비율과 교통사고 사망자 구성비'란 제목으로, 파란색이 65세이상 인구비율, 빨간색이 사망자 비율이다. 맨위가 독일, 영국, 프랑스, 미국, 일본 순이다. 일본이 고령화가 상당히 진행됐다고 해도, 이상하리만치 사망자 비율이 높다.
이 표를 게재한 릿쇼대학의 도코로 마사부미 교수는 "초고령사회라고는 해도 명백하게 이상한 수준"이라며 "사망 사고의 절반은 보행중 사고지만 가해자가 되는 케이스뿐만 아니라 치매(인지증)에 따른 사고도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한다.
http://www.nhk.or.jp/kaisetsu-blog/400/232522.html
실제 최근 몇 건인가 인지증(일본에서는 치매란 말이 차별적 단어라 쓰이지 않는다)으로 도로를 벗어나 보도를 달리거나 한 사고도 있었다. 일본에서 몇 차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고령자 사고가 발생하자, 면허 갱신 심사를 엄격히 하기도 했다. 예컨대, 70세 이상에 대해 면허갱신때 일률적으로 고령자 강습을 도입했고, 75세 이상에게는 인지기능 검사와 시야 검사 등을 하고 있다.
무조건적인 규제 일변도만으로는 해법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 나름대로 당근책도 제시하고 있다. 바로 '고령자 운전면허 자주 반납 제도'다.
최근 자주 보고 있는 '요시모토 신키게키(吉本新喜劇)'의 한 장면이다. 노인으로 분장한 츠치모토 시게오(辻本茂雄)가 나와서 "고령자 여러분, 무리하지 말고 운전면허증 반납합시다. 반납하면 좋은 일 있을 거에요(오사카 사투리)"라고 홍보한다. 옆에 선 연기자가 "지금 말투는 뭔가요"라고 지적하자, "실제로 이 캠페인을 하고 있어요"라고 하며 포스터를 가리킨다. 아래 영상 4분 53초부터다.
아래 동영상 맨 앞을 보면 츠지모토가 실제 오사카 부로부터 감사장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그만큼 일본 정부로서는 시급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란 얘기다.
https://youtu.be/WrGOH0Mh8Uk?t=4m53s
그러면, 자주 반납제도가 왜 당근책일까. 일본은 사진이 붙어있는 신분증이 마땅치 않아 운전면허가 한국보다 자주 쓰인다고 한다(미국도 비슷하다고 들었다). 그래서도 계속 갖고 있으려는 노인이 많다. 아예 반납을 시키려면 유인이 필요할텐데, 일단 신분증으로 쓰일 수 있는 '운전 경력 증명서'를 발급해준다. 몇년 운전했고, 주소와 신상 등이 적혀 있다. 대신 빨간색으로 "자동차등의 운전은 할 수 없습니다"라고 눈에 띄게 쓰여져있다.
여기에 추가 되는 게, 각종 할인 혜택이다. 몇 가지 살펴보면,
미츠코시이세탄백화점과 타카시마야백화점에서는 자택으로 무료 배송을 해준다. 몇몇 신용금고에서는 예금금리를 우대해준다(하지만 굉장히 낮다). 호텔이나 보청기 할인, 미술관 박물관 할인, 무료 관람 등도 있다. 하지만 쭉 살펴봐도 크게 도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지는 않는 수준이다. 아래 경찰청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목이 면허를 반납할 용기'로 돼있다.
http://www.keishicho.metro.tokyo.jp/kotu/hennou/hennou.htm
일반 교통기관은 지자체 보조 등으로 할인이 되긴 하는데, 한국처럼 전면 무료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애초 일본의 교통수단 자체가 완전 민영화된 상태라, 쉽지 않은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골이나 교통수단이 미비한 지역의 노인들을 중심으로 절대 반납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차없으면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동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골로 갈수록 교통 수단 요금은 헉소리 나올 정도로 비싸진다. 지자체 중심으로 교통수단을 마련해주면 좋을텐데 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서도 슬슬 노인 운전 관련해서 논의는 되는 모양이다. 최근엔 노인 택시 운전사 관련된 보도도 있었다. 면허를 강화한다는 기사도 있다.
http://www.hankookilbo.com/v/78e2affada354659a8c0fa06bc600915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5101833401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적지 않은 수의 급발진 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노인이라는 보도를 본 기억이 있다. 실제 차량에 문제가 있어서 급발진을 일으킨 일도 어느 정도는 있겠지만 노령에 따른 오인 사고도 적지 않으리라 싶다. 일본의 노인 관련 정책이나 실제 일어나고 있는 문제는 되도록 미리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