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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Feb 04. 2016

일본의 대표 논객?①

이케가미 아키라

오늘은 일본의 대표 논객이라는 주제로 몇 자 써볼까 한다. 사실 논객이라는 말보다는 해설자나 설명해주는 사람 정도의 단어가 적절할지 모르겠다. 


일본에서 TV를 보다 보면 느끼는 게, 반복 출연이나 비슷한 포맷의 방송이 많다는 점이다. 아침과 오후까지는 한국 종편이 포맷을 따왔다는 이른바 '와이드 쇼'를  계속한다(공중파의 이른바 '아침 정보 프로그램'의 원형이다). 와이드 쇼 컨셉은 간단하다. 각종 시사 문제를 굉장히 알기 쉽고 단순하게 설명해준다. 출연자들은 각종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인, 그리고 예능인들이다. 주부라든지 일반인의 관점에 맞춰서 얘기해주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다. 예능인들이 주로 일반인들의 관점을 대표해 출연한다.


후지테레비의 와이드쇼 형식 프로그램


와이드쇼에 대해선 지식층을 중심으로 한 비판도 상당하다. 복잡한 시사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거나 국제 사회(중국이나 한국)에 대한 편견을 자극하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봤지만 시간이 갈수록 전부 비슷한 포맷과 '수박 겉핥기식'의 깊이 없는 내용에 질려가고 있다. 게다가 아침에 한 내용을 점심에, 점심에 한 내용을 저녁에 반복한다. 보통 제일 앞에 오는 뉴스도 연예인 불륜이나 야구 선수 마약 복용 등이 많다는 점에서 내용의 수준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와이드쇼, 해설 프로그램의 범람 속에서도 나름대로 신뢰와 자신만의 영역을 쌓아온 사람이 두 사람 있다. 한 사람은 NHK 기자 출신인 이케가미 아키라(池上彰), 인기 학원 강사 출신 하야시 오사무(林修)다. 이 두 사람은 각기 본인의 이름을 단 주말 저녁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일본에서 신뢰있는 해설자, 선생님을 조사하면 1,2위로 꼽히는 이들이다.


이케가미 아키라 (출처:http://up.gc-img.net)


햐아시 오사무(출처:/i.ytimg.com)

실제 언론인 출신인 이케가미 아키라는 한마디 한마디가 신뢰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1950년생으로 게이오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했다. 줄곧 NHK에서 기자와 뉴스캐스터를 하다, 2005년 퇴직해 이후로는 프리랜서로 활동중이다. 현재 도쿄공대에서 교양학부 교수를 하고 있기도 하다. 책도 여러 권 출판했고 대부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책 내용은 대체로 시사 문제를 알기 쉽게 풀이한 내용들이다. 긴급(?)하게 설명해야 할 이슈가 있으면 와이드 쇼에도 출연해 차근차근 해설해준다.


아래 링크를 따라가 보면 얼마나 많은 책을 냈는지 알 수 있다. 

http://www.amazon.co.jp/%E6%B1%A0%E4%B8%8A-%E5%BD%B0/e/B003UWQD56


본인 이름을 내건 토요일 방송에선 다양한 시사 문제를 2~3시간에 걸쳐 설명해준다. 패널들은 역시나 철저히 일반인의 시선과 유사한, 혹은 좀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연예인들이다. 그들이 발언하고 질문하면 이케가미가 적절한 영상과 함께 설명한다. 테레비아사히의 '그랬던 것인가? 이케가미 아키라의 뉴스(そうだったのか!池上彰のニュース)'란 프로그램이다. 개인적으로 토요일에 시간이 되면 꼭 보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http://www.tv-asahi.co.jp/ikegami-news/


내용은 그야말로 철저히 중립적이고 한편으로는 맹숭맹숭하게 느껴진다. 한국에서 논객이나 언론인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은 대체로 '비판력'이 강조되는 데 반해, 이케가미 아키라가 인기를 얻는 요인은 철저한 중립(때로 기계적으로 느껴질 수준의)과 해설이다. 


여기서도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이 느껴진다. 재밌는 건, 전문성을 자기 관점을 가지고 해설하기보다는 일반적 시사문제를 '알기 쉽게' 해설해주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는 점이다. (물론, 일본 내에도 강하게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주로 학자들-도 적지 않지만, 이상하리만치 사회적 인기는 한국만 못한 듯 싶다)


한국에서 이른바 논객이라 불리는 사람들(손석희, 한때의 유시민, 진중권 씨 등)이 비판적 접근을 강조하고, 그에 따른 일정 정도의 팬덤이 있는 데 반해, 이케가미 아키라는 철저한 전달자의 역할에 머물러있다. 최근 한국에도 '아베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인이 사표를 잇따라 내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졌는데, 해당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봐온 나로서는 솔직히 비판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코멘트 한 두 마디 정도? 아마도, 비판 때문에 그만둔 게 아니고 다른 요인이 있지 않나 생각될 정도로.


http://www.47news.jp/korean/culture/2016/01/130534.html


이케가미 아키라는 지난해 자막 왜곡으로 논란을 불러일으킨 한국 해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었다. 재미있는 건, 출연자들은  시종일관 강한 발언을 하는 반면, 이케가미는 무조건적인 중립적 발언만 한다는 점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은 한국에 극우언론으로 알려진 '산케이신문'계열사 후지테레비에서 방송됐다. 정규 프로그램은 아니고, 특집이다. 필자도 직접 본방으로 봤었는데 아무래도 자막과 실제 말하는 내용이 일치하지 않아 이상하게 생각했었다.


이케가미 아키라 스페셜 '반일' 한국의 수수께끼 (출처:http://kukkuri.jpn.org/boyakikukkuri2/log/eid1732.html)


왜곡장면: (일본을) 싫어해요. 한국을 괴롭게 하지 않았나요? (실제론, '문화가 많고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케가미 아키라가 한국어를 알 리는 없지만, 그가 가진 객관성, 검증력이라는 게 어느 선에서 멈추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립성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의 '얼굴마담'이랄까. 앞서도 적었지만, 이케가미가 모든 이슈를 알리가 없는데, 그에게 설명자 역할, 그리고 선생님 역할을 바라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 어중간한 기계적 중립이 강조되고 인기를 끄는 사회 현상은, 개인적으로 한 번 짚어볼 만한 주제라 생각한다.


(이 같은 '이 사람은 모든 걸 다 알 거야'라는 희한한 인식이 극단까지 나아간 게, 도쿄대 법대 출신 학원강사 하야시 오사무다. 하야시 오사무에 대해선 다음 편에 다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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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
매일경제를 거쳐 현지에서 일본 정치외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sharply2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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