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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ug 02. 2019

단기전략의 치밀함과 장기전략의 허술함 사이에서

일본의 치밀함을 논하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냉전시기 일본 내 현실주의 정치학자 가운데 나가이 요노스케(永井陽之助)라는 사람이 있다. 일본 전후 노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경무장, 미국 의존의 '요시다 노선'이란 말을 널리 전파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생전 사진


아마도 냉전시대 이 같은 사람들은 '우익'으로 몰렸을 테지만 지금 보면 오히려 분석의 적절성에 놀랄 때가 많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현실주의 대표주자인 코사카 마사타카(高坂正尭). 물론 코사카의 주요 제자들은 아베 정권에 협력하는 자들도 적지 않다.


오늘 아베 정권이 각의 결정으로 한국을 화이트국에서 배제하겠다고 하는 발표를 보며, 근래에 읽은 나가이 선생의 책 한 구절이 적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주만 공격으로 치닫던 시기의 일본에 대한 비판이다. 짧게 옮겨본다.


태평양전쟁에서 일본군의 계획을 생각할 때 놓쳐서 안 되는 점은, 남방작전(동남아)에서 보이듯 단기 작전계획에 대한 놀라운 치밀함과 장기전략의 허술함이다. 중장기적 전망에 대해 굉장히 비관적이었던 야마모토 장관(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해군장관, 진주만 공습 주모자) 조차 1941년 9월(진주만은 12월) 코노에 수상 자택에서 미일전 전망에 대해 "꼭 하라고 한다면 처음 반년에서 1년은 (미국에게) 맛을 보여줄 수 있겠지만 2년, 3년 지난 뒤에는 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라 했다.

太平洋戦争における日本軍の計画を考えるとき、逸らしてはならない点は、南方作戦にみられるように、短期の作戦計画のおどろくべき緻密さと、長期戦略のずさんさである。中=長期の見通しについてきわめて悲観的であった山本長官でさえ、「ぜひやれといわれれば、はじめ半年や一年は、ずいぶん暴れてごらんにいれます。しかし、二年、三年となっては、まったく確信がもてません」とこたえている。


永井陽之助『歴史と戦略』中公文庫、36쪽(원본은 1985년, 문고판은 2016년 발행)

야마모토는 진주만 공습이나 미일전쟁 회의론자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조차 초기 1년은 이길 수 있다는 전망을 갖고 있었다는 데 대한 비판이다. 처음부터 전쟁을 막았다면 차라리 피해가 없었을 것이란 얘기.


물론 한국 입장에서 보면 일본이 무모한 전쟁을 벌이고 대패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선 환영할 만한 결정이라고도 하겠다.




여기저기서 일본의 '치밀함'을 논하는 글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일본이 치밀하다는 건 어느 정도 인정하지만 거기에만 주목해서 보면 많은 걸 놓친다.


아베 정권이 보여주는 단기 전략의 치밀함과 장기 전략의 부재. 이게 바로 이번 사안의 본질 아닐까. 물론 한국 정부는? 하고 묻는다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가 답이다. 다만 일본이 지금 이와 같은 수준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한국 정부나 언론이 인식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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