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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r 12. 2020

지역별로 대응이 다른 일본 코로나 상황

중앙통제기구의 부재가 문제일까, 지자체의 의도가 문제일까

지난글에서 일본 내에선 지자체별로 대응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본 인터넷(주로 트위터) 상에서도 적지않은 문제제기가 있기에 대체 얼마나 다른지 정리해본다. 


그 결과 적극 검사를 실시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명확하게 갈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일본은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나 미국의 CDC 같은 기구가 없다. 이게 확진자 억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적어도 지자체가 각자의 방침(크게 보자면 정부의 방침에 따르는가, 거기에 반하는가)으로 개별 대응을 하는 것만큼은 사실로 보인다.


우선 코로나 초창기에 지역 병원에서 원인 모를 원내 감염이 생긴 간사이 와카야마현이다. 와카야마현은 농어촌 중심의 시골로 관광지로도 아주 유명한 지역은 아니다.


와카야마현지사의 다음과 같은 발언을 먼저 보자. 2월 28일자.


조기발견하고 중증화 시키지 않는 게 중요하다. '의사에게 상담하지 말라'는 건 이상한 말이고 따를 생각은 없다. 

뭐에 대한 말인고 하면, 일본 정부가 초창기부터 중증자를 줄이는 대책으로 경증자를 자택요양하라고 한 데 대한 비판이다. 여기에 와카야마현지사는 몸에 이상이 있을 경우 통상대로 의원 등에서 진료를 받고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폐렴을 의심해 검사를 하는 대로 대응을 하겠다고 강조한다.


아래 도쿄신문 기사에 나온다. 지사의 방침이 적극적 대응에 있는 셈이다.

와카야마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자. (여기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2/13~3/10 기준으로 전체 997명이 검사를 받았고 14명이 양성, 983명이 음성이었다. 1.4% 양성율이다. 와카야마현 전체 인구는 94만명으로 규모로 보자면 굉장히 작다 할 수 있겠다. 상담건수나 의뢰건수도 알면 좋을텐데 이는 공개하지 않는 듯하다.


한달동안 997명이니 많다고 하긴 어렵겠지만 정부 대응 방침과 달리한 것만큼은 사실인 듯 싶다.


바로 위에 있는 오사카부는 소극적인 것으로 의심받는 지역 중에 하나다. 인구는 와카야마 9배인 880만명이다. 오사카부 자료는 여기서 확인 가능하다. 


지난 10일까지 검사건수는 1182건이다. 양성자수는 73명이다. 라이브하우스 감염 때문에 계속 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사망자수는 없다. 공식 발표한 그래프다.



그냥 대충 봐도 검사숫자가 와카야마현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인구비율로 보면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오사카는 간사이 관광의 관문인 국제공항이 있고 호텔과 관광지가 몰려 있다. 지난글에서 적었듯 오사카에서 걸려서 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오사카는 현시점 '검사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례만 봐도 중앙정부 의도와는 별도로, 지역 수준에서도 수장의 자세 차이가 영향 미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다음은 비교적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진 북해도 지역이다. 여기서 확인가능하다. 북해도 전체 인구는 528만명이다. 3월 11일 기준으로 1174명을 검사해서 118명이 양성으로 나왔다. 10% 확진율이다. 


북해도는 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넓은데다가 인구가 분산돼 집단 감염 위험성은 다른 곳보다 낮다. 검사자숫자가 비교적 많은 편인 것도 역시나 도지사의 자세가 반영됐다고 볼 법하다.


올림픽을 직접 치르는 도쿄도는 어떨까. 인구는 927만이다. 홈페이지에 비교적 구체적으로 이것저것 실어놓고 있다. 도쿄도는 딱히 지사가 나서서 발언하는 일이 눈에 띄지 않는다. 도쿄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기이하게 여겨지는 지점이다.


3월 11일까지 검사실시 인원수가 1321명으로 양성자수는 73명이다. 특이한 점은 검사실시건수가 보험확대적용(6일)이후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7일 119건에서 9일 30건, 10일 82건이다.


이에 반해서 콜센터 상담건수와 검진상담창구는 오히려 늘어나는 추세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확인할 수 있겠다. 적어도 도쿄도가 검사에 적극적이지 않음은 알 수 있다. 검사 받는 게 수월해졌다고 하나 여전히 기준이 높다는 것이다. 좀처럼 검사가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해서는 결정적 보도나 증언이 나오는 대로 정리해보겠다.



검사실시건수



콜센터 상담건수
진료소창구 상담건수

어제는 국회에 나온 전문가자문회의 부의장의 발언이 퍼졌다. 


일본에는 '귀국자/접촉자상담센터'가 설치돼있는데 상담 기준은 다음과 같다. '감기 증상이나 37.5도 이상 발열이 4일 이상 이어질 때, 다만 고령자는 2일 정도 이어질 때' 특히 몸의 나른함이나 호흡곤란이 있을 때. 


이에 대해 아래 방송에 나온 내용을 중심으로 설명해본다. 


PD가 4일간 경과관찰로 기간을 정한 이유를 묻는다. 


이에 대해 부의장은 'PCR 검사 캐퍼시티와 밸런스를 현실적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향후에 일수가 변경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캐퍼시티가 늘어나면 4일이 3일로 될 가능성도 제로는 아니'라고 답한다. 여기에 공산당 의원인 코이케 아키라(의사)가 '고령자에겐 너무 높은 기준 아니냐'고 하자 '개인적으로는 첫날 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답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어쩌면 정부의 의도 외에 실제로 검사능력이 생각만큼 갖춰지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아래 트위터에서 퍼왔다.



정부차원에서 여론 대응에 나선 것도 감지된다. 검사숫자가 적다는 비판 선봉장에 나선 가미 마사히로 의사는 한국을 예로 진단을 확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위터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다음과 같은 발언을 최근 트위터에 올렸다.


모 방송국에 출연했을 때 "아베 정권 비판은 피했으면 한다"고 주의를 받았습니다. 상층부가 싫어한다는군요.(某局に出演した時、「安倍政権の批判は避けて欲しい」と注意されました。上層部が嫌がるそうです)




어제는 소프트뱅크 사장 손정의씨가 검사키트를 100만개 제공하겠다고 했다가 "검사숫자가 늘면 의료붕괴가 일어난다"고 반발한 넷우익에 밀려 뜻을 접었다. '검사증가=의료붕괴'는 어느 순간 일본 여론을 잠식해들어가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검사증가=아베정권붕괴'라고 생각되지만.


여튼 국민 개개인의 낮은 민주주의수준과 과도한 정권옹호가 만난 비극이 이번 코로나 사태 아닌가 싶다.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업데이트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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