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려보내도 봐주지 않는 코로나 의심 환자들
일본 트위터를 꾸준히 보다가 '의료거버넌스학회'라는 곳에서 내는 메일뉴스레터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해당 학회는 한국과 비교하며 "검사수를 늘리자"고 주장하는 가미 히로마사 의사가 이사로 있는 곳이다. 아무래도 현 아베정권과는 반대되는 목소리를 내는 곳으로 보이는데 이는 감안해야 할 듯하다.
익명으로 올라온 글 2꼭지로 현재 일본에서 벌어지는 '코로나 검사 거부' 사례가 생생하게 전해져와 한국어로 옮겨본다. 장부승 선생이 일종의 폭로가 있을텐데 왜 없냐 라는 식으로 도전적인 글을 썼는데, 일종의 폭로라고 봐도 되겠다.
원문은 아래 사이트에 올라왔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버티고 있다"는 평가속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
도쿄도내 모 클리닉 / 익명 2020년 3월 12일
지난달말, 20대 건강한 여성이 발열과 기침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증상은 통상의 상기도염으로 생각됐습니다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흉부 X선을 찍었습니다. 폐렴상이 없는 걸 확인하고, 내복약으로 귀가조치했습니다. 3월 7일 토요일, 증상이 낫지 않는다고 하며 찾아왔습니다. 비상근의사가 대응했습니다만, 특별히 나빠지지 않았다는 소견으로 일단 경과관찰하기로 하고 개선되지 않으면 다시 내원하라고 했습니다.
오늘 37.8도 발열이 내려가지 않는다는 걸 주증상으로 내원했습니다. 증상은 마른기침과 발열, 나른함. X선을 다시 시행해 폐렴상이 없는 걸 확인했습니다. 채혈에서는 백혈구숫자에 이상이 없었고 Hb9.0 소구성 빈열은 인정돼 나른함은 여기에 원인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됐습니다. 그러나 37도 후반의 열이 대략 10일간 이어졌다는 점에서 귀국자/접촉자센터에 상담 전화를 하고 만일을 위해 PCR(코로나검사)를 시행했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답변은
1. 긴급성이 없는 듯하다면 5시로 업무가 끝났다.
2. 내일이 돼도 증상 개선이 없는 듯하다면 의사분께서 보건소에 연락을 하고 지시를 따랐으면 한다. (환자) 본인이 보건소에 전화해도 검사할 수 없다.
위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어이없는 답변에 놀랐습니다. 긴급성이 없다라는 건 무슨 소리인지. 폐렴 등의 병의 특징으로 긴급성이 없다면 가령 코로나 감염이 의심돼도 그대로 상황을 봐도 괜찮다는 건가. 그렇다면 왜 감염자가 한 사람이라도 나온 경우 전원을 격리한다는 방법을 쓰는 건가.
걱정스러운 환자가 보건소에 직접전화를 해도, 검사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소개받지 못한다는 것도 미디어 설명과 크게 달랐습니다. '밀접접촉이 의심되는 경우라도 본인이 전화하면 안되는 건가'라는 질문에 밀접접촉자는 나라가 전원을 파악하고 있으니 환자측에서 연락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밀접접촉이 의삼되는 경우 전화상담 하도록 요청하는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 대답이었습니다.
환자분들은 결국 평소 다니던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고 폐렴이 인정될 때까지 검사받지 못한 채, 의료기관을 몇 군데나 전전하며 감염이 발각되는 상황이 만연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런 대응으로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게 명확해졌습니다.
그리고 평소 다니던 의료기관은 코로나 감염자가 진료를 받았다고 한다면 안좋은 소문이 퍼져 업무에 지장이 생기는 상황이 되고, 이걸로 누구도 진료를 할 수 없게 됩니다. 특수한 방호복도 없고 마스크조차 손에 넣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1선 의료를 맡고 있는 임상의사를 지키자는 의식도 완전히 결여돼있다고 느꼈습니다.
혹시라도 중증은 아니나 코로나인지 모르는 사람을, 일상생활에 되돌려도 관계없다면 코로나 감염증을 과장하지 말고 통상의 감기처럼 대해야 합니다. 그리고 중증화하지 않는 한 걱정하지 않을 것을 넓게 전해야 합니다.
혹시 코로나 감염증을 정말로 특별하고 위험한 감염증이라고 생각한다면 의심스러운 환자를 제대로 검사하고 자택격리든 뭐든 괜찮으니 격리조치를 해야 합니다. 현재 이뤄지고 있는 건, 어느 쪽도 아니고 불필요하게 불안과 혼란을 초래해 의료현장을 피폐하게 만드는 행위임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COVID19감염증 이리저리 휘둘리는 지역중심병원
도쿄도내 민간병원원장 / 익명 2020년 3월 11일
민간 중규모 병원으로 이미 20 사례를 넘는 COVID19의심 환자가 병원을 찾았습니다. 약 반수는 보건소를 경유한 진찰의뢰로 왔고, 그 외에는 발열 지속을 걱정한 환자와 동네의원의 소개환자도 거의 같은 숫자 왔습니다.
내원한 환자분에게는 인플루엔자, 마이코플라스마, 아데노바이러스 감염을 부정하고, 흉부 X선 혹은 CT로 폐렴상을 확인해 채혈검사로 염증반응을 보고 소변폐렴구균항원, 레지오넬라항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걸로 원인질환이 맞지 않을 경우에는 COVID19 의심증상으로 PCR 검사의뢰를 보건소에 합니다. 그런데 거의 대부분 검사허가가 떨어지지 않습니다.
내원한 환자분들은 왜 PCR 검사를 안 해주는지 물어봅니다. 의사는 친절히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보건소에 의뢰했지만 허가가 안 나왔다고 전합니다. 많은 환자분이 이해해 주시지만 일부는 납득가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이와 같이 의사가 PCR 검사 필요라 판단해도 현실에서는 긴급입원 이외는 거의 검사 허가가 안 나오기 때문에 보고를 올리지 않는 케이스가 다수 있습니다. 대다수 의료기관은 보건소의 거절을 경험했고, 거의 허가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정부의 발표, 보도 모두 너무 안이해서, PCR이 보험적용되면 바로 대응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합니다.
최근 검사부에 PCR 검사 실태에 대해 물었습니다. 민간병원의 직접의뢰는 받지 않고 SRL 등 대형검사회사로부터도 일절 검사에 관한 정보가 오지 않았답니다. 보험적용돼도 감염검체로 대응하니 송부도구(감염검체를 운송하는 도구)가 그만큼 숫자가 되는지 불명확하고, 민간병원에서 검사 센터에 얼마만큼 의뢰할 수 있게 되는 건지, 애초 민간에서 직접 의뢰할 수 있는지 조차도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필자 주 : 일본 정부는 검사 창구로 단일화한 보건소가 검사를 많이 안한다는 말이 있으니 민간병원에서 바로 검사의뢰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5일 (아베) 수상은 6일 보험적용돼 공비부담으로 대응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다수의 COVID19를 걱정한 환자가 의료기관에 찾아올 것으로 생각됩니다. 저희병원에 다수의 PCR검사검체를 검사기관에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 완비되지 않는 한, 현장은 오해한 환자들 대응에 내몰려 환자에게도 감염리스크가 높아질 뿐입니다.
거기에 희한한 일로 수상의 발표 전과 후의 PCR 검사허가 문턱이 달라졌습니다. 저희 병원에서는 3월 4일까지 20 사례 이상 COVID19 의심환자가 왔습니다만 허가된 건 1 사례였습니다. 수상발표 후 3월 5일은 2 사례의 PCR 검사허가가 났습니다.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는 동선을 나눠 대응하는 장소를 확보해, 검사하는 쪽도 감염확대를 막는 완전장비로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감염방어비품은 저희 병원에서 3월말 정도까지는 괜찮지만 혹시 의심환자가 다수 진료를 받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동선은 감염이 없는 환자와 의심증상 환자를 나누는 건 물론, 인플루엔자 환자와도 나눠야 합니다. 마스크를 포함해 감염예방기재는 언제 고갈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환자수가 폭증하는 걸 생각하면 검사를 하는 간호사와 의사를 포함한 모두가 예방물품부족, 감염 리스크 등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PCR검사, 간이검사키트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고, 여유분의 하드웨어를 가진 공립병원이나 대학병원을 빼면 민간병원은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정말로 안이하게 수상이 민간기관에서의 진료대응을 얘기하고 있는 건 문제입니다. 현실을 내다본 보도를 했으면 합니다.
이런 현상이 도쿄내 일부 병원에 한정된 일일 수도 있다. 전수조사도 아니고 문제가 있다고 여긴 사람이 익명 투고를 했을테니. 다만 문제라고 지적돼온 것이 일본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인 듯싶다.
오늘은 검사수가 무려 '181건' 늘어서 그 가운데 '52'명이 확진판정을 받았다. 보험 적용이나 검사확대(?) 방침 뒤에도 이런 상황이다.
마침 지금 트럼프가 '도쿄 올림픽은 연기해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평소 트럼프에게 쩔쩔매는 아베가, 모든 걸 걸어온 올림픽 연기를 결정할 수 있을까. 흥미진진한 전개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