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된 시그널 어느 쪽에 장단을 맞춰야 하나
일본 상황은 나아지는 것 없이 묵묵히 환자수가 일정비율로 증가해 가는데, 오히려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도 적지 않은 느낌이다. 아베 정권의 '방역 정책'이 아니라 '여론 정책'이 먹혀들어간다고 봐도 될 듯하다. 환자들이 자기 주위에서 보이지 않는 이상 위협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시그널은 과연 이번달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게 한다.
최근에 일어난 몇 가지 사례는 아베 정권이 방역 대책보다 여론 관리에 힘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물론 검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이른바 '대형 집단감염'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일견 모순돼 보이는 정책이나 발언이 연이어 등장하는 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우선 유럽에서 오는 사람들을 무대책으로 입국시키고 있다는 건 얼핏 생각해도 문제가 많아 보인다.
한국에 대해 비자와 격리조치를 내걸었을 때의 감염자숫자를, 주요 유럽국가나 미국이 이미 훨씬 넘어섰음에도 별다른 조치가 없다. 중국 입국금지에 한국을 끼워 넣은 건 다분히 정치적이었다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아베 정권의 주요 지지자들을 만족시키는 여론대책이었다.
그 덕인지 아베 정권은 떨어졌던 지지율도 극적으로 회복시켰다.
교도통신 조사에서 2월에 까먹었던 지지율을 고스란히 회복하면서 49.7%를 기록했다.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38.1%까지 떨어졌다. 다른 여론조사도 대동소이하다.
당초 '일본 정부가 검사에 소극적'이라는 여론은 '검사를 불필요하게 많이 하면 의료가 붕괴돼서 환자들이 갈 곳을 잃는다'는 주장에 잦아들었다. 특히 온라인상에서 친아베정권 인사들이 끊임없이 '검사과다국=한국/이탈리아=의료붕괴'라는 프레임을 짜서 주장을 유포했다.
일본 사회 전반에 퍼진 한국에 대한 불신과 맞물리면서 이 주장은 힘을 얻어갔다. 가관은 '드라이브 스루' 검사에 대해 오히려 감염이 확산될 수 있다며 거짓 정보까지 퍼뜨린 일이다.
한국 온라인에도 많이 소개된 무라나카 리코라는 의사가 그 '주범'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혐한 / 친아베인사'라고 하기는 애매한 부류였다가 이번 국면에 이른바 '혐한 코인'에 편승한 사람이다. 원래는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해 폭로하면서 이름을 얻은 나름 정상적인(?) 사람이었다.
여론의 관심을 끈 트윗은 3월 5일에 올린 아래 내용이다.
'어제 미야네야(와이드쇼 프로그램 이름, 진행자성이 미야네) 출연자 전원이, PCR검사는 클라스터(집단감염) 추적과 중증환자 구명이 목적으로 대상을 좁힐 필요가 있다는 데 대해 이해해줬다고 생각한다. 한편에서 '한국처럼 PCR을 하라'고 말하라는 오더를 대놓고 하는 방송도 있어서 전부 거절하고 있다. 그런데 기뻐하며 그런 얘길 하는 의사(한국 옹호)는 얼마든지 있으니 어려운 문제다'
昨日のミヤネ屋は出演者全員にPCR検査はクラスターの追跡と重症者の救命が目的で対象を絞る必要があることを理解してもらえたと思う。一方「韓国みたいにPCRやれ」と話してというオーダーをあからさまにしてくる番組もあり全部お断りしている。でも喜んでそういう話する医者はいくらでもいるから難しい
뜬금없이 이같은 '폭로'를 하면서 검사 문제의 프레임이 일본 국내 문제가 아니라 한일사이 비교, 자존심문제로 비화하기 시작한다. 여기에 다양한 극우논객들이 비슷한 프레임을 짜서 흘려보냈다. 무라나카의 압권은 저 미야네야에 나와서 한국의 드라이브스루 검사를 대놓고 비하한 장면이다.
아래 3월 10일 방송으로 1시간 40분 쯤에 나와서, 옷과 장갑을 얼마나 갈아쓰는지에 대해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그 뒤로 한국의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위험하다는 인식과 저런 식으로 무조건 검사를 늘리면 안된다는 인식이 일본 사회에 정착해간다. 동시에 일본서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않은 데 비해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환자가 폭발하자 '상대적으로 우리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잡아간다.
검사숫자도 문턱을 낮췄다곤 하지만 그다지 크게 늘지 않았다. 많이 늘어야 1000명 미만으로 검사를 해왔다.
다만 이번주 들어와서 숫자가 들쑥날쑥한 상황인데 3월 19일에는 무려 3000명을 넘겼다. 일본 정부 내에서 슬쩍 바뀐 건지는 조금 지켜봐야 할 듯 싶다. 아래 자료다. 확진환자 숫자는 36명 늘어났다.
드라이브 스루에 대해서는 몇가지 헛웃음이 나는 사례가 있는데 하나씩 소개해볼까 한다.
우선 이 검사가 정작 일본에서는 진작부터 준비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래 시코쿠신문에 실린 2010년 기사를 보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보인다. '강독성 독감'에 대비해 드라이브 스루 훈련을 무려 10년전에 실시하고 있었던 걸 일본 네티즌이 발굴해냈다. 이 때문에 '위험하다'며 배척하던 사람들이 머쓱해지는 상황이 됐다.
그러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미국이나 독일, 유럽에서 시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더 이상은 일본내에서도 무작정 위험하다는 '정치적 주장'을 하기 힘들어졌다.
무라나카가 동일한 미야네야 방송에서 이번에는 독일을 소개하면서 "확실히 검사자를 선별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덧붙였다. 이 방송은 직접 생방송으로 봤고, 직접 들었음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불과 1주일 사이에 주장이 바뀐 셈이기 때문이다.
아래 캡처화면을 보면 1. 의사에게 전화상담, 2.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 3. 정해진 시간에 병원앞에, 4. 차에 탄채로 검채 채취, 라고 돼 있다. 한국이라고 아무나 검사하는 게 아닌데 굳이 그걸 구분하려고 저렇게 소개한 것이다.
아래 트위터에서 캡처화면을 퍼왔다.
다음 황당한 사건은 주무부처인 후생노동성이 트위터 공식계정에서 드라이브 스루 문제를 지적한 뒤 스스로 철회하는 코메디를 벌인 일이다. 지금 방역대책보다도 여론대책에 혈안이 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인데, 이 역시 3월 15일자 트위터 내용을 옮겨 보겠다.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걸렸는지 걱정되시는 분이, PCR검사를 받기 위해선 의사의 진찰이 중요합니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는 의사의 진찰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실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발열이 있는 분이 진료를 받으실 경우, 의사는 진찰로 환자의 병력, 연령, 증상, 검사소견 등을 종합해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의심할지, 다른 질환을 의심할지 등을 판단해 PCR검사를 실시합니다.'
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にかかっているのではないかと心配される方が、PCR検査を受けるためには、医師の診察が重要です。「ドライブスルー方式」では、医師の診察を伴わないことが多いため、我が国では、実施しておりません。(2/5)
発熱した方が受診された場合、医師は診察で、患者の既往歴、年齢、症状、検査所見などを踏まえ、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を疑うのか、他の疾患を疑うのかなどを総合的に判断して、新型コロナウイルス感染症を疑った場合に、PCR検査を実施します。(3/5)
무라나카 의사가 말한 것과 대동소이한 내용을 후생노동성 공식 트위터에서 내보낸 것이다.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한국발로 퍼져나갔다는 것을 충분히 의식한 '전략'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과거 기사를 발굴해낸 사람들이 계정에서 집단으로 진짜 그렇냐고 질문하기 시작했다. 언론에는 반박하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자 하루 뒤 다음과 같은 내용이 올라온다.
'3월 15일에 올린 '드라이브 스루 방식 PCR 검사를 실시하지 않는 이유'라는 트위터에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 않는 이유로 '의사 진찰을 동반하지 않는 일이 많다'고 게재했습니다.
현재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PCR검사를 실시하는 나라에서는 문진표를 배부하고 의사가 검사의 적정성을 판단한다고 알게 돼 정확성이 결여된 표현이 있어 정정합니다.
우리나라의 PCR 검사 실시에 대해서는 의사가 진찰한 뒤 필요성을 판단하는 걸 중시해, 어떤 형태로 검사를 실시할지는 각각의 의료기관에서 감염방어를 확실히 한 뒤에 적절히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新型コロナウイルス「ドライブスルー方式」のPCR検査】 3月15日に投稿した「ドライブスルー方式のPCR検査を実施しない理由」と題するツイッターで、ドライブスルー方式を導入しない理由として、「医師の診察を伴わないことが多い」との記載をしていました。(1/3)
現在ドライブスルー方式でのPCR検査を行っている国では、問診票を配布し、医師が検査の要否を判断しているものがあると承知しており、正確性を欠く表現であるため、訂正させていただきます。(2/3)
我が国のPCR検査の実施については、医師が診察の上、必要性を判断することが重要と考えており、どのような形で検査を行うかは、それぞれの医療機関において、感染防御をしっかりとられた上で、適切に行われるものと考えています。(3/3)
가장 중요한 정보 전달 창구가 돼야 할 곳이 적은 검사숫자를 방어하는 기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들의 얼굴을 더 구기게 된 것은 결국 일본에서마저 드라이브스루 방식이 준비되면서다.
아래 기사의 사진에 나왔듯이 환자가 끊임없이 늘어나던 나고야에서 곧 시행한다는 방침이 나왔다. 후생상도 국회에 나와서 검사 방식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하며 완전히 체면이 망가졌다.
결국 드라이브 스루 때리기의 시발점이 된 무라나카도 자기 의견을 철회한다.
얼마전 한국 드라이브스루 방식 검사가 감염을 확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습니다만, 검체 채취자 방호만 확실히 한다면 자가용차를 일종의 격리시설로 사용해 원내감염을 억제시킬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정정합니다.
先日、韓国のドライブスルー方式の検査が感染を広げている可能性があると発言しましたが、検体採取者の防護だけしっかりすれば自家用車をある種の隔離施設として使って、逆に院内感染を抑止できるとのご指摘を受けました。 この場を借りて訂正します。
끝까지 뻔뻔한 극우세력과 달리 그나마 양심적이라 해야 할지.
오사카부 지사는 어제 트위터에 놀라운(?) 문서를 공개한다. 사실 문서 공개목적은 자신들이 취한 고베-오사카간 왕래 자제에 대한 근거제시였다(이 왕래 제한 조치도 일본어를 잘못 읽은 황당한 실책이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에 대해서는 생략한다). 해당 문서는 후생노동성 코로나대책본부 내 전문가가 작성한 자료다.
그런데 문서 내 빨간 네모칸 안에 적힌 수치가 충격적이었다.
- 오사카부와 효고현 전역에 감염원이 불명인 사례가 증가중
- 한 명이 만들어내는 2차 감염 평균치가 효고현에서 1명을 넘어섰다.
- 보이지 않는 집단감염 연쇄가 증가하고 있고 감염의 급격한 증가가 이미 시작됐다고 생각된다.
- 이를 계산하면 3월 19일까지 환자 78명 (중상자 5명)
다음 1주일간 환자 586명 (중상자 39명)
다음 1주일간 환자 3374명 (중상자 227명)
- 감염자 보고숫자가 이제부터 급격히 증가해 다음주에는 중증자에 대한 의료제공이 어려워질 가능성 있음.
무려 수천명의 감염자가 2주안에 나타날 것이란 예측이 적혀 있던 것이다. 게다가 잠복기가 2주라는 걸 생각하면 이미 손을 쓰기 어려워졌을 가능성도 예상된다.
지난 글(지역별로 대응이 다른 일본 코로나 상황)에서 적었지만 오사카는 대표적으로 환자수 축소를 의심받고 있는 곳이다. 현재 오사카 지역 포퓰리즘을 내세우고 극우성향을 표방하는 일본유신회(오사카유신회에서 이름 재변경)가 집권중이다. 정책이라는 것도 대부분 인기투표를 위한 것들이고 어떻게든 환자수를 눌러놓으려는 의지가 다른 곳보다 강하다.
일본의사회는 이달 초에 이어서 도도부현 26곳을 종합해 보건소에서 몇 건의 검사 거부가 있었는지 3월 18일 발표한다. 지난번에 도쿄와 오사카가 빠져 있었는데 이를 모두 합치니 무려 290건에 달했다. 진료한 의사가 고심끝에 코로나를 의심하고 검사를 요청했음에도 후생노동성 관할의 보건소가 대거 거부한 것이다.
특히 오사카가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47건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으로 검사를 해서 막기에도 늦었고, 수천명이 한 지역에서 쏟아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 무조건 손 놓을 수도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결국 이는 일본 정부와 저급한 여론 대책에 넘어간 국민이 자초한 일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온라인 여론 흐름으로 보자면 서구권에서 대량 검사가 실시되는 걸 보고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들도 다시 늘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아베 정권은 일단 통계가 안정됐다고 판단했는지 20일에 휴교조치 '요청'을 연장하지 않기로 발표한다. 물론 지자체별로 알아서 휴교 연장을 할 수 있지만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는 '이제 위기는 아닌 것 같다'는 시그널을 보냈다고 봐도 되겠다. 이런 상황에 더 적극적으로 검사할 유인이 있을까?
문을 닫았던 유원지도 속속 눈치보며 개원을 시작했다.
아래 트위터 동영상 배경은 신주쿠 교엔이라는 벚꽃으로 유명한 정원이다. 어제(20일)는 춘분으로 휴일이었는데 많은 벚꽃 감상객들이 모인 것을 알 수 있다. '사회적 거리'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지켜진 적도 없다. 정부가 적극 방어에 나섰다고 보기도 힘들다. 그런데 정말 안정세에 접어들 수 있었을까?
3월말 4월초를 일본은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솔직히 불안하다. 동시적으로 완전히 다른 신호가 나오고 있는 것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싶은데, 여전히 일본 사회 분위기는 태평하다.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까. 확실히 알게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