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Mar 11. 2020

일본 정부의 코로나 대응 중간 평가

장부승 선생의 글을 보고... 일종의 보충과 반론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로 글 쓸 타이밍을 보다가 좀처럼 수습이 안 돼서 이제야 몇 자 적는다. 개인적으로 바빴던 일도 있었고 정리가 된 뒤에 쓰려고 생각한 게 글이 늦어졌다. 처참한 크루즈선 대응 뒤에는 한국에서 확진자수가 폭증했고, 일본서도 몇 차례 여론의 변곡점이 있었다.


지금은 다른 나라에서 폭발적으로 증가하다보니 일본 여론조차도 적은 숫자에 안도하는 분위기로 기우는 느낌이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 이어질지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지만.


이 글은 일본의 코로나 대응 과정을 전부 반영하기보다는 페이스북에서 우연히 접한 간사이외국어대 장부승 선생의 글에 대한 생각이다. 몇 자 적어야겠다고 생각한 점을 정리했다. 일본내에서 제기되는 의문들에도 장 선생의 글이 그다지 좋은 답은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원본 글은 아래 페이스북에 있다. 일본으로 시작한 글이 중간에 왜 '다른나라'로 바뀌는지 의문이긴 하나, 일본을 다른 나라로 상정해 장 선생의 글에 대해 몇 가지 첨언하고자 한다.




https://www.facebook.com/booseung.chang/posts/1851125455021781 (아래는 원본글)


왜 한국에는 확진자가 많은데, 일본에는 확진자가 적은 걸까요? 한국에서는 검사를 많이 해서 그렇다는 것이 하나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과학자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설명은 잘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설명은 또 다른 질문을 부릅니다. 한국은 왜 검사를 많이 할까요? 그리고 다른 나라는 그러면 왜 검사를 많이 안 할까요?


첫번째 가설: 다른 나라들은 바이러스 감염 현황을 은폐하려고 한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감염 대응에는 수천, 수만명의 의사, 간호사가 관여합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의 수련을 거친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이 모두 빠짐없이 누군가의 은폐 계획에 동조해야만 은폐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두명이면 몰라도 수천, 수만명의 전문가적 양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 막는다? 그게 가능할까요?

올림픽 때문에 그렇다? 과연 수천, 수만명의 의사, 간호사들이 올림픽이 그리도 좋아서 자기 직업윤리에 반하는 판단을 할까요?

은폐에는 수천명의 입을 틀어 막아야 하지만 은폐 기도의 폭로에는 단 하나의 입으로도 충분합니다.거대 사회 시스템의 은폐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두번째 가설: 정부에서 검사를 가로막고 있다?

이 역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방역 체계는 한국이나 다른 나라나 비슷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사람이 “저 아파요. 코로나 바이러스 걸린 것 같아요.” 하면 그 말만 듣고 바로 검체 채취하고 PCR테스트(유전자를 배양해서 확대시켜서 양성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해주나요? 아니요. 검사의 필요성 여부는 전문가인 의사가 판단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에 3.5(목)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 여부 결정 체계는 이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민간 병원이나 귀국자/접촉자 24시간 센터(우리로 치면 1339 24시간 상담센터)에 환자가 연락을 하면 여기서 보건소로 보고가 됩니다. 그러면 보건소에서는 환자의 증상을 검사 기준에 비추어 보고 검사 필요 여부를 판단합니다. 검사가 필요하다고 보건소에서 판단하면 각 지방에 설치된 위생연구소로 검체를 보내서 PCR테스트를 실시하게 됩니다. 이 경우 검사 비용은 13,500엔인데 전액 정부에서 부담합니다.

이렇게 하니까 보건소에서 검사가 필요치 않다고 판단 받은 사람이 그래도 검사를 받고 싶다고 하는경우가 나오게 됐습니다. 그래서 3.5(목)부터는 민간병원에서 바로 민간 검사기관으로 직접 의뢰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개입되지 않기 때문에 비용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민간검사 기관의 경우 건당 1만8천엔을 받습니다.

이를 감안해서 일본 정부는 3.5(목)부터는 검사 비용이 건강보험 대상이 되도록 했고, 건강보험에서 부담해 주는 70% 이외에 나머지 30%는 정부가 지불해 주기로 했습니다. 즉 이 경우에도 검사 비용은 무료가 됩니다.

게다가 기존 민간 검사 기관이 4곳이었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된다고 하니까 다른 민간 검사 기관도 열 군데 정도가 시장에 뛰어들 거라고 합니다. 검사 역량은 더욱 확대될 것입니다.

즉, 건강보험을 적용하면서 달라진 것은 보건소 중심 체제에 비해서 검사를 받기가 보다 용이해진다는 거죠. 다만 이 경우에도 환자 본인의 판단으로 검사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판단은 의사가 하는 겁니다.

이런 식의 체제는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도 동일합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방역 방침을 보면 아예 첫 페이지에 환자 본인이 원한다고 검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검사 여부 판단은 의료 전문가가 하는 것이라고 명문으로 못을 박아 놨습니다.

그런데 아까 은폐 음모론의 문제점을 제기할 때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한 나라의 의료 전문가 전체가 뭔가를 은폐하기 위해 검사에 소극적으로 임할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왜 그래야 합니까? 왜 수천, 수만의 의료진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에 소극적이 되는 걸까요? 사실 잘 납득하기가 어렵습니다.

세번째 가설: 검사 장비가 부족해서 그렇다?

3.5(목)까지 일본의 각 지방 위생연구소가 보유한 PCR 테스트 역량은 하루 평균 4천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이 중 900건 정도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테스트 시설이나 역량이 부족해서 테스트를 못한 것이 아닙니다. 검사 필요성 판단을 받아서 각 지방연구소로 올라오는 검체 자체가 적었던 것입니다.

그렇다면 검사 역량이 부족해서 확진자 수가 적었다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게다가 일본 정부는 검사 역량 확대를 위해서 우리나라처럼 간이 테스트 키트도 도입하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민간검사기관들이 속속 시장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이런 데도 검사 장비 부족이 원인일까요?


네번째 가설: 검사 비용 부담 때문이다?

앞서 두번째 가설 관련 설명드릴 때 말씀드렸다시피 3.5(목) 전이나 후나 PCR 테스트 비용은 개인이나 의사, 민간 병원에게 전가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비용이 문제인 것도 아니죠.


이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실마리로서 저희 학교에서 사회학을 강의하시는 오인규 교수님의 3.9(월)자 코리아 타임즈 칼럼을 아래 첨부합니다.

오 교수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 비해 일본의 확진자가 적은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한일 양국의 전염병 방역 정책이 달랐습니다.
둘째, 양국의 사회 기구의 양상이 다릅니다.
셋째, 청년층 여성들에 대한 사회적 태도가 양국이 다릅니다.

세 가지 이유를 자세히 설명드리기 전에 한국의 확진자의 인구학적 구성이 독특하다는 점을 지적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 교수님 설명에 따르면 대부분의 코로나 바이러스 피해 국가에서 확진자는 대개 50대 이상 남성입니다. 그런데 오로지 한국에서만 20대 여성이 가장 많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3.5(목) 현재 한국 확진자의 63%가 여성입니다. 반면 일본에서는 38%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차이를 만든 첫번째 이유로 오 교수님은 정책적 차이를 들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발생 초기에 한국은 높은 의료기술과 수준 높은 검사 키트 등에 의존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 발병자가 적었고,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은 2월 13일에 TV에 나와 코로나 사태는 조만간 끝날 것이라고 하기까지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사회적, 집단적 대응에 중점을 뒀습니다. 대형 빌딩, 야구장, 학교, 선박 등을 폐쇄하고 분리시켜서 인간 집단들간의 접근과 접촉을 차단하는 데 집중한 겁니다.

이러한 대응은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대응의 경우에는 큰 낭패를 보게 만들었습니다. 3천명이 넘는 승객들을 대형 페리선 안에 폐쇄, 격리시킨 것인데, 밀폐성이 너무 높다 보니 오히려 그 안에서 전염이 되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죠. 하지만, 일본 특유의 이러한 사회적, 집단적 대응은 육지에서는 비교적 성공을 거둔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죠.

둘째, 감염의 사회적 환경이 달랐습니다. 한국에는 문병 문화가 있습니다. 가족이나 친구가 몸이 아프면 병원에 찾아가서 장시간 지근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죠. 때로는 함께 밤을 새기도 합니다. 청도 병원에서의 감염 대량 발생은 이런 문병 문화와 연관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나 서구에서는 문병 문화가 약합니다. 오히려 엄격하게 시간과 공간을 통제해서 환자와 일반인을 분리시키죠.

또 하나 차이는 다른 나라에 없는 대규모 사회조직이 존재한다는 겁니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대형 교회 문화가 있습니다. 이들이 정기적으로 장시간 좁고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큰 목소리로 기도를 하기도 합니다. 한국의 7백만 개신교 신도가 모두 대형 교회 소속은 아니지만 그 중 상당수 신자들 사이에서는 대형 예배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비단 신천지라고 하는 일부 교단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욱이 한국에는 65만 병력의 군대가 있습니다. 군인들은 대개 제한된 병역이나 좁은 막사에서 지근 거리에서 함께 생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에 우호적인 환경이 될 수 있죠.

일본의 경우, 대형 교회 문화가 없고, 자위대 병력은 우리의 3분의 1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이들은 지리적으로 한국의 4배나 되는 일본 영토의 여러 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더욱이 코로나 발병 초기 부터 일본 자위대는 자위대 사병들과 외부인의 접촉을 엄격 통제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가 한국에서는 신천지나 군대였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오인규 교수는 지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요인은 20대 여성이 제기하는 수수께끼를 풀면 나옵니다. 왜 한국의 확진자들 중에는 20대 여성이 그토록 많을까요? 이들은 대부분 신천지 교회 신도들인 것으로 추정이 됩니다.

그러면 20대 여성들이 왜 대형 교단의 예배에 그토록 적극적으로 그리고 대규모로 참여했던 것일까요? 오인규 교수는 추측의 기초가 되는 변수로서 한국 여성의 높은 자살율을 지적합니다.

한국은 전체 자살율도 높지만 여성 자살율이 세계 최대입니다. 일본도 여성 자살율이 높은 편이긴 합니다만, 우리나라에 비하면 현격히 낮습니다. 이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심리적 지원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한 방증이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러한 사회적 시스템의 결핍이 여성들이 대형 교회에 적극 참여하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고 오인규 교수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인규 교수님의 이러한 추측들은 아직은 충분한 데이터의 체계적인 수집에 근거한 연구 결과라기 보다는 사회학적 훈련을 받은 전문가로서 제기하는 일종의 시론일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과 다른 나라간의 의료 시스템상의 차이나 장비 숫자의 차이만으로 이렇게 현격한 확진자 수의 격차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서 그러한 수수께끼를 해소해 보려는 시도 또한 분명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 다른 나라에 비해 한국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그리도 많은 지에 대해 궁금증을 갖고 계신 페친 여러분들께 관서외국어대 오인규 교수님의 아래 칼럼 일독을 권합니다.




위의 글을 읽으면서 몇 군데서 고개를 갸우뚱했기에 그에 대해 하나씩 적어본다.


1. 일본에서 검사수가 적은 이유 : 아직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지점


사실 이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명확하게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검사수가 적다는 비판이 초기부터 계속 나왔음에도 일본 정부는 미적지근하게 대응해왔다. 계속해서 검사수를 늘려가겠다고만 해왔다. 지난달까지 일본 내에서도 가장 많이 비판받았던 지점이다.


끔찍한 크루즈선 대응과 더불어, 트위터상에서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모르나) 줄을 이었다.


아래는 3일 전에 있었던 가토 후생노동상(한국의 보건복지부 장관)의 NHK 인터뷰다. 여기서도 "이번달 말에는 하루 7000건 검사가 가능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 한국이 하루에 1만건을 넘긴 상황에 다소 한가한 말을 하는 셈이다.


올림픽이나 경제 때문에 검사수를 억누르는 방법을 사용해왔다고 속시원하게 말해주면 좋으련만 일본 정부는 딱히 국민을 설득하고 있지 않다.



지난달말에는 아베가 직접 나서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 전국에 휴교를 '요청'했고, 지난주에는 한국과 중국에서의 입국을 사실상 막았다. '안정돼간다'는 입장만 강조했던 정부의 뜬금없는 '초강경 조치'에 일선 학교는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이 지점에서 실제 감염자가 훨씬 더 많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된다.


우선 장 선생 글에 나오는 대로 보험적용이 됐다거나 검사 체계가 보건소를 거치지 않도록 간편해진 건 사실이다. 정부가 발표하기도 했고 필자도 보험 적용 이후에 검사수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해 트윗을 적기도 했다.


다만 한국처럼 확진자가 스쳐지나가거나 같은 장소에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여전히 검사 대상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밝혀둔다. 대상자를 훨씬 더 엄격하게 선별하고 있는 게 1차 관문이다.


검사에 대한 건강보험은 지난 6일부터 적용됐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발표한 자료를 통해서 검사숫자와 확진자(양성)가 어떻게 변했는지 보자.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이것도 100% 미더운 건 아니다, 일본에는 한국의 질병관리본부나 미국의 CDC같은 중앙전염병통제기구가 없다. 이 때문에 일본의사회가  빨리 정비하라고 촉구하기도 했으나 언제 생길지는 모르겠다. 아베 정부는 뒤늦게 지난달말 전문가 자문기구를 설치하고, 관저에 대응기능을 만들었지만, 전자는 휴교와 한중 통제에 아무런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후자는 주로 재해나 테러 대응이 중심이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5일 +258  / 33 / 13%

6일 +699 / 31 / 4%

7일 +553 / 59 / 11%

8일 +147 / 47 / 32%

9일 +110 / 33 / 30%

10일 +1314 / 26  / 2%


8~9일은 주말(발표일은 전날 집계)로 쉬는 곳이 많아 아마도 중증 환자만 검사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선지 확진 비율이 상당히 높다.


다만 10일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검사숫자가 1000단위로 올라갔다. 이는 위에 적은 보험과 검사 간편화 영향이 '이제서야'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는 근거다.


계속 1000명선을 유지할지는 며칠 더 두고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보험 적용과 간편화 이전(한국과 이탈리아, 이란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점)까지는 검사수가 '특정 요인'에 의해 억눌려져 있었다고 생각해도 될 듯 싶다. 이를 반영하는 그래프가 오늘 일본 트위터상에 공유되면서 관심을 끌었다. 통계학에는 그다지 지식이 많지 않으나 흥미로운 그래프여서 공유한다.


https://twitter.com/AlessandroStru4/status/1236391718318157830


위 그래프는 확진자 '증가속도의 가속비율'을 나타낸다고 한다. 200명 넘은 시점을 기준으로 잡았는데 유독 해당 비율이 크게 변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일본이다.


즉 늘어나는 속도에 가속도가 붙지 않은 채 혼자서 안전운전을 한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들은 일정하게 움직이고 있는 데 반해. 이는 검사 숫자만으로는 영향받지 않고 확진자가 '일정하게' 증가해야 가능하다고 한다. 알 수 없는 '인위성'을 의심할 만한 지표아닐까 싶다.


아래 박치욱 이라는 분께서 수학적 설명을 곁들여놨으니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하시길.


https://twitter.com/chiw00k/status/1236794349339500546

2. 검사가 용이해진 건 극히 최근의 일이다.


장 선생 글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제도 변화 이전', 즉 3월 5일까지의 일본 상황에 대해서는 명확히 답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시기에 한국과 이탈리아, 이란에서는 폭발적으로 환자가 증가해갔다. 한국에서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게 2월 18일이다. 불가피하게 신천지 환자 전수 조사가 이뤄졌고 아시다시피 이를 기점으로 확진자수는 폭증하게 된다.


그러나 일본은 큰 변화 없이 그야말로 꾸역꾸역 환자가 늘어가는 상황이 반복된다. 한국과 출입국 정책에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검사기준은 더 엄격했던 상황 속에서 그저 일본도 더 확진자수가 있으려니 하는 의심만 존재했다.


이 때에 황당한 일도 몇 가지 일어난다. 그 가운데 하나가 확진자가 거의 없던 오사카를 방문했던 외국인 관광객이 뜬금없이 귀국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일이다.


지난달 28일 대만은 직전까지 오사카에 다녀온 30대 남성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현지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한다. 이 시기 오사카에서 밝힌 확진자수는 겨우 6명이었다. 교토는 2명이었다. 고베가 있는 효고는 0명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멀쩡한 관광객이 한자리수 확진 지역을 돌아다니다 감염될 확률이 얼마나 될까. 상식적으로 봤을 때 실제 숫자가 드러나지 않았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적어도 실제 환자보다 훨씬 더 적은 사람들이 검사 대상이 됐음을 알 수 있는 사례라 하겠다.


그렇다면 폭로의 주체가 많으니 감출 도리가 없다는 건 어떨까.


그건 그 말대로 일리가 있다. 일본은 민주주의 사회고 문제점을 폭로한다고 해서 어디론가 사라지거나 하는 일도 없으리라 믿는다. 크루즈의 비참한 상황을 알려서 유명해진 고베대 교수도 있었다(물론 그 후 정부의 반박과 함께 우익들의 협박에 시달리고 있는 건 사실이나).


하지만 폭로의 주체를 민간이 아니라 '관'으로 놓고 보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아베 정권에는 '올림픽을 망쳐서는 안된다'는 아주 큰 유인이 존재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일본 사회에 만연하면 당연히 올림픽을 여는 데 지장이 생기게 된다.


아베 정권 이후 모든 기능이 관저로 집중됐다는 데 대해서는 지난해 반도체 사태때 자세하게 적은 바 있다(일본 '관저정치'의 폐해와 무리한 돌진). 이번에도 비슷한 유인이 작용했다고 본다.


게다가 올해 아베는 '관광객 4천만명'을 공언했기에 이미 우한이 봉쇄되고 공포가 극한에 달했던 2월에도 중국과의 문을 완전히 막지 않았다. 시진핑과의 정상회담도 끝까지 고집하는 상황이었다.


여기엔 한국인 관광객 없이도 중국과 잘해서 아예 한국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거창한 야심'도 있었다. 더욱 중국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고 실제로 중일관계도 예전에 비하면 매우 좋아졌다. 한중출입국 금지날은 정상회담 연기 발표일이기도 했다.


참고로 일본인은 중국 입국 비자가 면제된다. 중국인이 오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일본인은 큰 무리 없이 중국에 갈 수 있었단 얘기다. 물론 간 사람은 소수겠지만.


이런 상황이면 아베 정부가 어떻게든 코로나 확산을 '눈에 보이지 않게끔' 할 충분한 유인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경증 환자는 대부분 자연 치유가 된다는 것도, '시간을 벌면 어떻게든 되겠지'하는 심리를 더 크게 만들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결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의사회는 지난 4일 지역 의사들이 검사를 요청했음에도 보건소 판단으로 거절된 케이스가 7지역(도쿄와 오사카 등 거대 지역은 포함 안됨) 3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경증이라는 케이스도 5건 있었지만 검사체제가 정비 안됐다거나 일손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포함해 '불명'이 25건에 달했다. 여기에 도쿄나 오사카, 교토 등이 포함된다면 훨씬 더 많은 숫자가 거부 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사회는 분명하게 이를 '부적절한 사례'라고 밝히고 있다.


정부 통제가 가능한 '보건소'가 최근까지 민간의료에서 올라오는 케이스를 막는 '방패막이'가 됐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게다가 아베 정부의 권력 독점이 심화되면서 고위 공무원은 물론 말단 공무원들조차 하라는 대로 하는 이른바 손타쿠(忖度)가 만연한 상황이다. 일개 보건소가 검사 대상자를 최대한 엄격하게 하라는 상부의 무언의 압박을 무시할 수 있었을지.


그렇기에 장 선생의 글 아래 부분은 수천/수만명의 의료관계자가 5일까지 '국가 통제하의 보건소'에 막혀왔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잃는다. 게다가 의사회는 장 선생이 말하는 '폭로'를 위와 같은 발표를 통해 하고 있으니 사실 관계도 정확하게는 맞지 않는 설명이다. 즉 아래 부분은 맞다고 하기 힘들다.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감염 대응에는 수천, 수만명의 의사, 간호사가 관여합니다. 이들은 오랜 기간의 수련을 거친 전문가들입니다. 이들이 모두 빠짐없이 누군가의 은폐 계획에 동조해야만 은폐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한 두명이면 몰라도 수천, 수만명의 전문가적 양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입을 틀어 막는다? 그게 가능할까요?올림픽 때문에 그렇다? 과연 수천, 수만명의 의사, 간호사들이 올림픽이 그리도 좋아서 자기 직업윤리에 반하는 판단을 할까요? 은폐에는 수천명의 입을 틀어 막아야 하지만 은폐 기도의 폭로에는 단 하나의 입으로도 충분합니다.거대 사회 시스템의 은폐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간단하게 한국의 2월 18일자 상황을 돌이켜보자. 31번 환자 단 한명을 발견한 일로 수만명을 검사해 수천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는 물론 종교집회 참석자라는 특성도 굉장히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만약 일본의사회가 지적한 30명 가운데 한 명이라도 실제 확진자였고 사람이 많은 지역을 돌아다녔을 가능성은 없었을까. 그건 아직 모를 일이다. 31번 환자 같은 케이스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미 손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지났을 가능성이 크다. 잠복기를 거쳐 한꺼번에 어딘가에서 터져나올지 모를 일이다.


장 선생 글 뒤에서 오인규 선생의 글을 인용한 부분은 논외다. 현재의 일본의 상황을 설명하는 데 중요한 비교가 아닌 듯 싶어서 딱히 거론하지 않겠다(특히 여성 부분).


3. 간사이 지역의 폭발 가능성


마지막으로 앞서 적었던 간사이(오사카, 교토, 효고 등)에서 환자가 우연치 않게(?) 폭발할 가능성이 나왔다. 오사카에 있는 라이브하우스(현재로서는 2곳)에서 감염자가 쏟아지면서다. 한국처럼 수천명이 모인 곳은 아니었지만 다해서 수백명 규모는 됐다고 한다. 여기서 확진자가 밝혀지는 상황이 황당하다.


최근까지 가장 활발하게 확진자를 찾아내던 지역은 북해도다. 북해도는 삿포로를 제외하고는 사람이 밀집해 사는 곳이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중국인 관광객이 지방 구석구석까지 돌아다니는 특징이 있었다. 그 때문인지 지역을 가리지 않고 확진자가 나왔고 북해도에서는 일찌감치 휴교령과 비상사태선언을 했다. 젊은 도지사가 다른 지역과 달리 검사를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 게 주효하게 작용했다고 한다.


북해도 자체가 섬나라의 섬(크기는 상당히 크지만)인 점도 감염자 특정에 도움이 됐으리라 본다.


(중앙정부서 검사를 적게하라고 압력을 넣었다는 좌파 타블로이드 보도가 있었으나 사실 확인은 안됐다)


지난달 25일 북해도는 삿포로에서 오사카출신 40대 남성이 확진됐다고 발표한다. 뜬금없이 오사카 사는 사람이 삿포로에서 판정을 받았는데, 정작 이 시점 오사카 확진자수는 단 1명이었다.


이 사람은 오사카에서 라이브하우스 운영에 관여하고 있었다. 이 때부터 확진 가능성이 높은 라이브하우스 방문자 찾기가 시작된다. 오사카는 감염자 발표를 억지로 누른다고 대표적으로 의심받는 지역이었는데 '불가피하게' 감염자 찾기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오사카를 비롯한 간사이 지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다. 라이브하우스 방문자들을 검진하는 족족 확진 판정이 뜬 것이다. 오사카만 어제 시점으로 44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라이브하우스 방문자들의 동선을 확인하기보다 증상이 있는 사람들의 자발적 신고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모르는 게 약일 수도 있다. 실제 시간이 흐르면 치유될 가능성도 있겠다. 하지만 '숨겨진 환자'들은 본인도 모른 채 누군가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 부분을 현재 '운'에 맡기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저조한 통계'에 어울리지 않는 급조된 강경책이 하나 둘 나왔다. 지지율에 대한 불안과 함께 아베 정부조차 정확히 모르는 감염자수를 억누르기 위해 활동 자제를 요청하고 나선 것이다.


이 와중에 또 몇 가지 의심스러운(?) 일들이 나오고 있다. 사망자에 대한 최소한의 신상 정보도 유족의 반대와 개인 정보를 이유로 명확히 밝히지 않는다.


10일 카나가와현, 나고야시에서 사망자가 나왔지만 연령과 성별은 비공개로 했다. 대체 이 정도 수준의 정보가 개인프라이버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일본에서조차 젊은이가 사망했기 때문에 충격을 줄이려고 '개인정보 공개를 거부 당했다'는 뜬소문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아베 정부가 전염병 확산 방지를 '모 아니면 도'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물론 올림픽 개최에 문제가 생기면 그 피해는 엄청나기에 납득이 아주 안 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수차례 통계조작을 거듭한 아베 정부를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이 시점에도 당장 필요한 조치보다는 전염병을 핑계로 관저 권한 강화하는 법에관심 갖는 모습을 보면서, 머지 않아 최대 위기가 오지 않을까 하는 전망도 조심스레 제기해본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본국민이나 거주자가 지게 될 테지만.

매거진의 이전글 '이키나리 스테이크' 성공신화의 위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