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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pr 17. 2020

일본은 왜 코로나 검사수가 늘지 않을까

더 이상 일본에서도 '전략' 같은 얘기는 하지 않는다

SNS에서 여전히 일본에서의 코로나 검사 체제가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하는 분의 글을 우연히 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전략을 짜는 사람들도 '실패했다. 과거 전략으로는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하는 상황이 현재 일본이다. 과거 전략은 '집단감염원을 찾아서 그와 관계된 사람들을 중심으로 검사/치료한다'는 거였다. 이걸 일본에서는 '클러스터 전략'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지역감염이 서서히 퍼지고 있던 상황이었기에 2월말에나 자리잡은 전략은 무의미했다. 집단 감염은 적었을지언정 소리없이 내부적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었다. 이게 지금에와서는 감염경로 불명 환자의 폭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전 블로그글에서 수차례 강조했듯 '올림픽'이라는 정치적 요인은 2~3월 검사수와 드러나는 감염자수 억제에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된다(사망자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으나 폐렴 의심 사망이라 해서 전원 CT를 찍지 않는다는 의사 증언은 이미 다수 나와있다). 그러다보니 지난 시간 제대로 된(=대량의) 검사와 치료체제는 갖춰지지 못했다.


실제로 4월 들어서는 넘쳐나는 감염의심환자(일본은 그 벽이 불필요하게 높다)조차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위험한 병원 내 감염도 한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증가중이다.


오늘 이를 다시 한 번 입증하는 도쿄의사회 발표가 있었다. 아래 영상인데 주요 참고할만 한 점을 적어보겠다.


- 최근까지 검사 결과를 보면 70~80%가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들이다.

- 한 두 군데가 아니라 특정할 수 없을 정도의 술집에서 양성자들이 나오고 있다.

- 이렇게 되면 의사들이 의심되는 환자들을 되도록 모두 검사하지 않으면 안된다.

- 하지만 모두 입원할 수 있을 정도의 용량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일단은 검사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지역 지부를 중심으로 PCR 검사센터를 만들려고 한다.

- 감염자들을 수용하는 병상은 이미 꽉 차 있는 수준에 달했다.(=의료붕괴)

- 도쿄도 내에서 2000병상이 있다고 하나 코로나 환자 증가 스피드가 너무 빠르다.


앞서 적은 클러스터 대책반의 뒤늦은 고백도 있었다.


감염병 수리 예측이 전문인 니시우라 히로시 교수는  "행동을 8할 줄이면 감염확산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하며 초기부터 다양한 그래프를 제시해 주목을 받았다. 클러스터 대책반의 주요 멤버고 적극적으로 SNS를 하고 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오히려 자신들의 '전략 실패'를 인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사람조차도 "이제는 PCR검사를 되도록 늘려야 하는데 쉽지 않다"고 하는 상황이다.


지난 12일에 올린 트위터도 인상적이다.


현장에서 감염움직임을 조사하고 조언할  있는 접촉자추적조사프로 FEPT 일본의 보물입니다. 한국에서는 메르스  경험으로 FETP 100 있는데다가 군의관이 동원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일본은 10 넘을까 말까.  차이로 대책에 차가 있고 되도록 개선하려고 합니다.


https://twitter.com/nishiurah/status/1249339045840220160


검사체제가 애초부터 갖춰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일본에서 올림픽 연기가 결정됐음에도 검사수(=양성자수)가 늘지 않는 건 검사체제가 정비되지 못한 데서 기인한다.


하지만 올림픽 연기 이전에 조금이라도 준비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클러스터 전략'을 맹신하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도 분명해지고 있다. 여기에 '아베 신자'들이 정치적으로 결합하면서 방역 전략이 '정치 논쟁'으로 전락했다. '검사수가 늘면 의료붕괴'라는 헛소리가 대표적이다.


4월 11일 방송된 NHK스페셜에서 등장하는 클러스터 대책반 오시타니 교수도 2월말 대책반 구성이후 처음으로 "검사체제가 부족했기 때문에 선택한 합리적 전략"이라고 인정한다. 여기에 일본감염병학회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가 수습될 수 있을 것이란 초기 정보를 정부에 전달했음도 드러난다(낙관론 모아놓은 블로그 : http://onodekita.sblo.jp/article/187297462.html).


맹신적 희망을 가진 아베 정권과 현실보다 숫자와 전략에 매몰된 전문가들이 맞물려 검사수를 늘려야 할 시점에 마저 방향전환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붕괴 실상을 보여주는 지인으로부터의 연락을 하나 소개할까 한다. 고베에 사는 일본인인데, 이번주 여동생에게 열이 있어서 응급차를 부를 상황이었다고.


해석을 하면 "여동생이 갑작스런 병으로 어제 응급실을 2군데 돌았지만 모두 발열이 있다고 거부 당했습니다. 이미 의료 붕괴는 시작됐어요. 불안하고 정말 화납니다". 다행히 PCR 검사를 우여곡절끝에 받았지만 음성이고 다른 병으로 인한 발열이었다고 한다.


현재 이게 일본의 실상이다. 검사체제가 갖춰져있지 않다보니 누가 코로나 환자인지 알 수 없고, 병원이 환자를 막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라고 할지언정 병상수도 이미 한계에 다달았다. 의료붕괴인 것이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도쿄내에선 PCR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도 무려 평균적으로 '5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어떤 지차체에선 1주일 걸린 예도 있다고 하니, 검사 결과를 기다리다가 중증화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셈이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사태다.


오늘은 정부차원에서 드라이브 스루 검사를 승인했다. 카나가와현에서는 워킹스루 검사도 도입한다고 한다. 무려 두달이 걸렸다. 이런데도 '일본의 전략' 운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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