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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y 17. 2020

코로나시대의 일본 신문광고

가까워진 죽음을 알리는 신문광고

지난글을 쓴 지 얼마 안됐나 싶었는데 그새 한 달이 지나갔다. 생각해둔 게 몇 개 있었지만 타이밍을 놓쳤는지라 이번글에서는 일본 신문에 딸랴오는 치라시(간지) 얘기를 해볼까 한다.


일본에 오고부터 신문을 구독하고 있다. 종이로 받아보다가 전자판이 나오고 부터는 간편하다는 이유로 주로 전자판을 본다. 하지만 종이 신문도 그대로 받아보고 있는데, 일본은 신문지국 경영문제 때문인지 특이한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 전자판만 구독하는 거나 종이신문만 보는 거나 가격이 다르지 않다.


물론, 종이신문에 단점만 있지는 않다. 지역의 소소한 정보를 알 수 있는 치라시가 할인이나 오픈행사처럼 꽤 이득이 되는 정보를 전해준다. 한국에서는 이미 종이 신문만 보는 사람이 없기에 광고도 거의 없었지만 일본은 여전히 독자층이 지역 내 소비력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토요일이면 치라시가 제법 두툼하게 실린다.




당연한 일이지만 코로나가 확산되기 시작하고 구독하는 신문에 딸려 오는 치라시가 크게 줄었다. 이것만으로도 자영업자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고 하겠는데, 그럼에도 한 두장은 꼭 따라오는 치라시가 있다. 보자마자 이 사람들에게는 대목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든 치라시다. 자본주의란 솔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잔인하구나 하는 감상도.


아래 사진들이다.


얼핏 보면 무슨 건물인지 모르나 '별하늘의 영빈관'이란 이름의 장례식장이다. 


모집을 무려 '24시간' 받고 있다고 한다. 선전문구로는 '관내 살균/제균장치완비' '누구라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장례식장' '스님을 정액제로 소개하는 서비스' '장의용품, 꽃이 가득한 제단'이라는 게 눈에 띈다.


다음은 무려 '수목장'을 내건 광고다. 인근 지역에 있는 어떤 절에서 관리하는 곳인 듯 싶은데 가격도 친절하게 적혀있다. 관리비, 유지비가 필요없어서 가족에게 부담이 안된다고 한다. 정원 같은 곳에 비석이 사회적 거리를 무시한 채 붙어있다.


여기도 수목장을 강조한 곳이다. 가이드북을 준다고 하는데 여태까지 2만 5000부를 발행했다고 한다. 수목장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내용으로 14판까지 찍었다.



서양식 무덤을 강조한 광고다. 저 정도 무덤에 가격이 159만엔부터라고 하니 상당히 비싼 걸 알 수 있다.



이번엔 종교를 자유롭게 고를 수 있는 묘비석 광고다. 광고에 있는 대로 다양한 사은품도 준다고 한다. 게다가 애완동물도 동시에 묻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고.




이제는 잘 알려졌지만 코로나 폐렴 환자는 숨지기 전이나 숨진 뒤에도 가족의 참관이 불가능하다. 이는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사망한 코메디언 시무라 켄이나 배우 오카에 쿠미코 역시 코로나 결린 뒤 갑작스레 악화되면서 가족들 참관도 못한 채 한 줌의 재로 돌아왔다. 일본 사회에 퍼진 충격도 컸다. 유명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면서 코로나로 인한 죽음이 성큼 다가왔다는 위기감도 커졌다.


물론 위와 같은 광고만 보면 '코로나 시대'를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결정적으로 광고를 몇 개 골라서 올려야겠다 생각한 가장 큰 광고는 아래 치라시다.


광고에 적힌 문구가 어떤 의미로 기가 막혔기 때문에 몇 자 옮겨본다.




장례식 : 자택에서 최후를 지켜볼 불안 등에 대해 전화상담받고 있습니다.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대책

모이지 않는 장례식을 제안합니다.


화장식 189,000엔(세금별도) -> 139,000엔(세금별도)

긴급사태에 대응해 기간한정 가격인하로 공헌하겠습니다.


(생략)


신형 바이러스 위생대책 실행중



장사도 장사지만 솔직히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물론 위 광고는 코로나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대상이긴 할테지만, '대유행이 대목'인 사람도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씁쓸했다.


일본은 지난주 14일을 기해 적지 않은 지역의 긴급사태선언을 해제했다. '자숙'이라는 사실상의 '자발적 락다운'으로 사람들의 이동을 막아서 감염자수는 줄었다. 하지만 도심은 유령화됐고 대체 이게 언제 끝나나 하는 불안도 커졌다. 관련된 기이한 사건도 적지 않게 일어났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모아서 정리해볼까 한다.


그러나 선언 해제가 이어졌음에도 여전히 검사+격리에 대한 대책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각 지역에 검사체제를 확충한다고는 했는데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동될지는 의구심이 든다. 한달반이라는 기간 동안 경제가 급격하게 악화되자 억지로 숫자를 맞춰서 별 수 없이 문을 연 느낌이 강하다. 


게다가 사망자수는 800명을 향해가고 최소한 이번달 안에 1000명은 넘어가리라 본다. 물론 그 동안 검사를 제대로 해오지 않은 탓에 확진자수는 좀처럼 늘지 않는다.


긴급사태선언이 이어지는 도쿄도 보이는 확진자수는 대폭 줄었다. 10명 안쪽으로 떨어졌다. 역시나 긴급사태선언해제에 맞춘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다. 70명 이상 통계 누락이 뒤늦게 바로잡힌 일도 있었다.


대책에 대한 불신은 여전하지만 이런 식의 자숙도 못 견디겠다며 '될대로 되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듯하다. 인근 번화가를 가보면 의외로 사람들이 있음에 놀랐다. 그나마 통계상으로 확진자가 거의 없는 지역인 점도 작용했지 싶다. 


개인적으로는 자영업자들과 달리 생업에 타격을 입은 것도, 수입이 줄거나 한 것도 없지만 기이한 형태의 자숙에 질린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머지 않아 다시 감염자수가 폭증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때 일본 정부나 지자체에 대책이 있을까. 일단은 잠시나마의 자유라도 즐기고픈 생각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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