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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May 09. 2016

일본 취업의 몇 가지 사실⑦

줄어드는 생산연령인구, 그럭저럭 유지되는 경제규모

'왜 일본 취업 시장이 활황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겠으나, 대체로 인구감소 경향과 여전히 규모가 큰 경제가 배경에 있다는 건 인식의 일치를 보는 듯하다.


한국도 현재 매우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젊은 인구가 대폭 줄어드는 시점이 되면 (경제가 망조를 보이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비슷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불황형 흑자와 마찬가지로 기뻐할 일은 결코 아니지만.


이번글은 몇 개 통계를 써서 일본 취업시장의 현실을 바라보려고 한다. 다만, 수준 높은 분석이 담긴 건 아니기 때문에 단지 참고용으로만 봐주셨으면 한다. 한국의 장래도 통계청 발표 기사를 통해 간단히 살펴보겠다.


우선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작성한 아래 그래프를 보자.


일본의 인구추이. 출처 : http://www.mhlw.go.jp/seisakunitsuite/bunya/hokabunya/shakaihoshou/dl/07.pdf

표가 꽤 복잡한데, 눈에 띄게 봐야 할 건 '생산연령인구(15~64세)비율(生産年齢人口)'가 되겠다. 그래프의 좌측 맨 위에 있는 선이 해당 비율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선만 눈여겨 봐주시면 된다.


일본의 전후(1950년) 비교적 급격히 상승하던 이 비율은 2000년대 들어와 감소추세로 돌아선다. 최근인 2013년에는 62.1%를 기록했다. 정점이던 1992년엔 69.8%를 기록한 바 있다.


2013년 뒤는 추계치이나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활달하게 일해야 할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는 일본의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세대(덩어리세대, 団塊の世代)'가 대거 은퇴하면서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절대 수치로 봐도 달라진 상황이 체감된다. 일본 총무성 통계국에서는 2년전 수치를 기준으로 2014년 아래와 같이 발표했다.


' 生産年齢人口(15~64歳)は7901万人で,前年に比べ116万5千人の減少となり,32年ぶりに8000万人を下回っています。'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7901만명으로, 전년에 비해 116만5천명 감소해 32년만에 8000만명을 밑돌았다. 출처는 아래 통계국 홈페이지로, 구조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나 일본에서나 고령화라는 말 앞에는, '소자(적은 아이, 少子高齢化)'나 '저출산'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고령화 사회의 문제는 단순히 노인의 증가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할 사람의 부족에도 있다는 점을 새기게 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일본의 경제규모를 나타내는 국내총생산(GDP)은 어떨까. 경제규모가 인구와 함께 줄어들었다면 사실 일손 부족은 크지 않았을 수도 있다.


GDP자료를 보자. 출처는 아래 사이트로, IMF 자료를 기초로 했다고 한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물가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GDP 추이를 살펴보겠다.

일본의 실질 GDP 추이. 출처: http://ecodb.net/country/JP/imf_gdp.html

생산연령인구의 감소가 나타나기 시작한 1990년 전후를 지나도 경제 규모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1980년 2조6983억 달러에서 1984년 3조달러대에 진입한다. 일본 경제가 버블로 향해 가며, 미국 뉴욕 록펠러 센터를 미츠비시가 사들인 게 1989년이다. 이 해에는 4조달러대에 진입한다. 이 당시 기세는 과거 기사나 책을 통해 접한 바로는, 최근 중국을 능가하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와 버블이 터지고, 성장속도가 둔화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일본 경제는 수치상으로 크게 추락한 적이 없다. 성장속도가 느려졌다 뿐이지, 규모자체는 꾸준히 유지해왔다.


2005년 5조달러대에 진입한 뒤, 2008년에는 리먼 쇼크로 4조달러대로 떨어지지만, 지난해 5조2858억 달러로 회복했다.


한국보다 대체로 노동유연성이 낮은 일본의 특성상, 경제 부침에 따른 해고도 많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정년을 지킨 사람들이 퇴직하기 시작하고 젊은 층은 줄어들면서 일손 부족이 심각화되고 있는 것이다.(물론, 채용인원의 변동도 봐야 한다. 이것도 한 번 찾아 다른 글에서 다뤄볼 생각이다. 일단, 아베노믹스를 주창한 아베 수상이 대기업들에 지속적으로 임금인상과 채용확대를 요청해왔다는 점도 상당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이것이 최근 일본채용 시장 활황의 거시적 측면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른 글에서 전한 것처럼, 일본이 어느 정도 경제를 견지해온 것도 일손 부족이 나타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겠다.  


한국도 최근 보도를 보면 인구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싶다. 아래 기사가 그 증거가 되겠다. 한국은 생산가능인구라는 표현을 쓰는데 기본적인 개념은 일본과 같다.


아래는 <연합뉴스> 2014년 기사다. 위에서 다룬 내용을 한국에 상황에 맞춘 기사라 따로 해설은 필요없을 듯하다.



한국도 생산가능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것이다. 다만, 향후 과제는 경제규모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조금이라도 성장을 유지할 것인지에 있다고 하겠다.


또한, 아직까지 일본은 비교적 경직적 노동시장을 지켜내고 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분배 정책이 유럽 복지국가만큼 충분치 않은 일본의 버팀목이 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한국이 계속 노동 유연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서는, 일본과 같은 잠시나마 취업자가 행복한 상황이 펼쳐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일손부족의 대응책으로 일본에서는 적극적 외국인 유입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대량의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꺼리고 있다. 지나치게 제한적인 허용과 엄격한 심사로 외국인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다만, 한국인은 비교적 예외에 속한다. 멀쩡한 기업에 취업만 된다면 비자 문제는 솔직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점은 여전히 한국인을 찬밥 취급하는 미국과 크게 다른 점이라 생각한다).


노동력 유입 문제와 노동 경직성 이슈도 이 연재글과 관련해서 한 번 다뤄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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