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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pr 18. 2016

'악취'로 고립 호소하는 쓰레기집 문제

고립과 마음의 병이 낳는 사회문제

일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한국에선 최근 주목을 받는 사회문제 하나 소개해보고자 한다. 지나치게 많은 쓰레기가 집에 쌓여 주위 이웃까지 악취를 풍기는 이른바 '쓰레기집 문제'다. 


일본에서는 주로 '고미야시키(ゴミ屋敷)'라 불리며 뉴스는 물론, 예능 프로그램에도 종종 등장한다. 드라마의 중심 소재로 다뤄지기도 한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데, 사회복지 관계 공무원인 주인공이 쓰레기가 쌓여있는 집을 찾아가 우울증을 앓는 집주인 여성과 대화한다. 이후 맘의 문을 연 집주인은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고 마을 사람들과 화목하게 지낸다는 해피엔딩.


예전에 쓰레기집을 미디어에서 처음 접했을 때는, 단순히 꼼꼼하지 않은 성격의 문제 정도로 생각했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다.


어떤 모습인지 한번 확인하고자 한다면 아래 사진을 보도록 하자.


실제 쓰레기집 생활로 시사프로그램에 등장한 나고야부근의 한 주민. 출처:http://yaplog.jp/agjtagjt/archive/3187


한 아이돌의 집이 쓰레기장처럼 돼있다. (출처:http://news.mimimeari.com/wp-content/uploads/2016/01/00018.png)

말 그대로 쓰레기장처럼 집 어떤 곳도 발 디딜틈 없는 수준이다. 일본집은 가뜩이나 좁은데, 쓰레기덕분에 방이 아닌 정도로 느껴진다. 가끔은 방뿐만 아니라 부엌을 비춰주기도 하는데 정말 할 말을 잃을 정도다. 청결함에 민감한 일본인들에게 위와 같은 화면은 충분히 감탄(?)을 자아낼 재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일본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여러 형태로 위와 같은 쓰레기집이 등장한다. 하나는 '예능인 집을 찾아가봤더니 더럽다'라는 류, 다른 하나는 '의뢰인의 부탁으로 더러운 집을 깨끗하게 한다'류다. 


전자는 다소 화제를 위한(겉으로는 예쁜데 실제로는 더럽더라와 같은) 만들어진 듯한 성격이 있는 데 반해, 후자는 일반인이 대책 없이 더러운 집을 공개해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 보기엔 깨끗한 집이 안으로 들어가면 정말로 충격을 받을 정도로 더러운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도 방영됐던 '러브하우스'(일반적으로 일본 프로그램의 모방으로 알려져있다)처럼 집을 깨끗하게 하면서 자기 얘기를 털어놓는 컨셉이 일반적이다. 우울증의 원인을 털어놓는다든가.


아래 프로그램은 쓰레기집을 해결해주는 사람들과 그 의뢰인을 다루고 있다.


https://youtu.be/-usbBTUHBg0


풍경의 충격 때문인지, 비슷한 광경이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반복되는 것도 특징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쓰레기집이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사회의 병리와도 연결돼있다는 점이다. 노인의 증가와 그들의 사회적 고립, 농촌 과소화 등으로 인한 공동체 붕괴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일단 일본 위키피디아를 통해 쓰레기집(ゴミ屋敷)를 검색해본 결과를 공유해보면,


https://ja.wikipedia.org/wiki/%E3%81%94%E3%81%BF%E5%B1%8B%E6%95%B7

精神医学の見地では、強迫性障害(OCD)のひとつに強迫的ホーディングがあり、異常行動のひとつの類型として「収集癖」(Hoard、死蔵・退蔵・保蔵、もしくはHoarding、ホーディング)が生じることが報告されている[1]が、ごみ屋敷の発生理由については定説はない。


'정신의학의 해석으로는 강박성 장애의 하나로 강박적 호딩(hoarding)이 있어, 이상행동의 한 유형으로서 수집벽(Hoard, 사장, 퇴장, 보장)이 생기는 게 보고되고 있으나, 쓰레기집의 발생이유에 대한 정설은 없다.'


고 돼있다. 앞서 언급했듯, 일본에서는 주된 사회문제의 하나로 떠오른 지 꽤 시일이 지났다. 정신병적 이유외에 사회적 요인으로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広く報道されているケースではごみ屋敷を作ってしまう人(屋敷主)の多くが、その土地・家屋の所有者本人であり、中には周辺に不動産を複数所有する資産家である事が少なくない。その多くは老齢で独居(結婚していても別居しているか、離・死別あるいは独身)である。知人友人がなく、親類縁者とも疎遠で、地域住民から完全に孤立している。


'널리 보도되고 있는 사례로는 쓰레기집을 만드는 사람의 다수가 토지, 가옥 소유자 본인으로, 주변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자산가인 경우가 적지 않다. 노령으로 혼자살고 있는 일이 많다. 지인이나 친구가 없고 친척과도 소원한 관계로 지역주민으로부터 완전히 고립돼있다.'


개개인의 원인을 보자면 정신병일 수 있지만, 거시적으로 접근해보면 결국 공동체로부터의 고립이 부른 문제라 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해당자들은 물건에 집착을 보여 쉽게 버리지 못한다고 한다. 무엇인가가 자기로부터 떠나는 일 자체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악취 등으로 주변으로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아, 교토시에서는 2014년 11월 조례에 따라 쓰레기집 내 쓰레기를 철거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고립으로 인한 병이, 더 심한 고립을 불러오는 아이러니를 일으킨다고나 할까. 


지자체의 인력이나 민원으로도 사실 한계가 있고, 대체로 쓰레기집 문제를 앓는 이들이 공격적 성향을 보이는 일도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쓰레기집을 정리하는 청소업체들도 활약중이다. 아래는 구글에서 'ゴミ屋敷'를 검색했을 때 가장 위에 나오는 사이트들이다.


다양한 청소업체들. 구글 검색화면.

'쓰레기집 정리 패키지-매우 저렴'을 강조하고 있다. '정리되지 않는 고민을 바로 상담해드립니다', '비밀 엄수, 기본료 40% 오프' 등등 다양한 문구로 고객을 찾고 있다. 실제 한 업체 사이트를 보자.


http://ihin-emotion.jp/

강렬한 쓰레기집 사진이 방문자를 맞이한다. 이곳은 쓰레기집 청소뿐만 아니라, 고독사(孤独死)후의 유품정리, 부동산 사고 물건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준다고 한다. 


재밌는 건 '야반도주(夜逃げ)'라는 항목이 있다는 점이다. 필자도 야반도주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명확지 않아 한 번 찾아봤더니, '채무나 월세 체불, 스토커, 가정폭력, 사기 등으로 최소한의 물건만 갖고 도망가는 경우'라고 한다. 아마도 청소업체가 말하는 야반도주 분야는 몰래 나간 사람을 위해 집을 정리해주는 게 아닌가 싶다. 위에 있던 다른 업체의 '비밀 엄수'(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리해준다?)도 같은 의미일테고.


에모션이라는 업체. 출처:http://ihin-emotion.jp

요금은 아래와 같다. 악취 제거 작업 등에 따라 훨씬 더 많은 요금이 추가되기도 한다. 인건비가 비싼 일본인 만큼 이사비용 수준, 혹은 그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세별이라고 써있는데, 세금은 소비세인 8%다.


요금표. 출처:http://ihin-emotion.jp/13986528129077

깨끗하게 해결되지 않는, 해결되기 힘든 사회적 병리가 산업을 낳는 양상이다. 신문 찌라시 등에서도 청소업체 광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가까이 있는 문제라는 얘기다.


앞서 적었듯 한국에서도 쓰레기집 문제는 종종 뉴스가 되고 있다. 몇가지를 퍼온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2&aid=0003031513 (훈훈하게도 지자체에서 쓰레기를 치워준 사례)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55&aid=0000390888 (서초구의 한 쓰레기집)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7562809 (사회적 이슈가 된 남매 방치 쓰레기집)


이런 문제를 단순히 처벌이나 계도로만 해결하려 하다간 큰 변화는 못 볼 것이라 생각된다. 뻔한 말이라 반복하는 것도 민망하나, 궁극적으로 소위 '복지 사각지대' 해소와 지속적인 공동체의 소외 계층 관심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참고로, 일본은 지방만 가면 빈집이 널려있는데, 이것 역시 큰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다른 고령사회문제와 마찬가지로, 고령층의 증가와 그들이 죽은 뒤 남긴 집이 범죄 소굴이 되는 등의 문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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