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UN Mar 18. 2016

일본 취업의 몇 가지 사실⑥

취준생 응원하는 취업 중개업체들

일본은 3월을 기점으로 올 한해 취업활동이 시작됐다. 다양한 회사들이 설명회를 열고, 치열하게 인재모집에 나섰다. 외국인 유학생도 적극적으로 채용하겠다는 소식이 들린다.


취업시장과 관련해 일본 미디어에서 자주 듣는 게 '구직자 우위 시장(売り手市場)'라는 말이다. 한국에서는 매우 생소하나 일본에서는 현실이다. 경기가 좋다기보다는 그만큼 채용할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취업설명회에 참가하면 상품을 주는 일도 적지 않게 있다. 몇 차례 적은 것처럼 유명 기업들도 진짜 인재를 찾기 위해 혈안이 돼있다.


얼마전 한 방송에는 아래와 같은 보도도 나왔다.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일본시장을 공략하려는 취준생이 증가하고, 일본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응하겠다는 내용이다. 아래는 해당 방송 사진이다.

한국에서 있었던 취업 설명회.
구직자 우위 시장의 일본을 노리는 한국의 취준생
조선일보 보도에 대한 인용

한 중견기업 인사 담당자는 "일본의 시장환경이 구직자 우위시장이 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도 채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의사소통 가능한 일본어와 적극적인 취업 의욕이 있으면 채용하겠단 얘기다. 물론, 이런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그런 가운데, 눈에 띄는 게 취업 중개업체의 '응원 CM'이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CM이기에 오늘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리쿠르트(リクルート)'라는 회사(정확하게는 리쿠나비)로, '마이나비(マイナビ)'와 함께 인력 중개 시장의 큰 손이다. 전에도 설명한 듯한데, 일본의 채용은 취업 중개업체로부터 시작한다. 다양한 설명회를 취업 중개업체가 주재하는 일도 많다.


리쿠르트는 매년 취업시즌마다 아래와 같은 '응원 CM'을 만들어 내보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아래 CM을 TV에서 몇 차례 보고 꽤 인상깊다고 생각했다.

https://youtu.be/q_K8SEZ2CpA


취업 준비생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면접장에 앉아서 질문을 받는다. "자 그러면 자기 소개부터 시작해볼까요" 화면이 바뀌어, 거대한 브라스밴드가 취업 준비생을 응원하는 모습이 나온다. 아마도 이건 취업 준비생의 머릿속일 것이다. 혹은 실제로 면접에 들어오기 직전 일수도 있고. 마지막은 다시 면접장으로 바뀌어 당차게 '제가 귀사를 지망한 이유는...' 이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처음으로 든 생각은 한국에서 이와 같은 CM을 아직 본 적이 없기에 일단 신선했다. 현재의 일본문화는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분위기인데, 취업활동은 그 반대를 요구한다. 어떻게든 다양한 얘기를 해야한다. CM의 자막에는 '혼자가 아니야(ひとりじゃない)'라고 뜬다. 물론, 취업 중개 회사와 함께라 혼자가 아니란 뜻이겠지만 나름 응원으로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는 생각도 든다.


아울러 배경에 흐르는 음악은 캐주얼록밴드 '세카이노 오와리(SEKAI NO OWARI, 세계의 끝)'의 'RPG'(2013)라는 곡이다. 이 곡 역시 처음 들었는데 가사가 인상적이어서 옮겨와본다. 번역은 직접 했다.

https://youtu.be/bJA8LHLO2N4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い物なんてない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운 것 따윈 없어.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大切な何かが壊れたあの夜に
僕は星を探して

一人で歩いていた

소중한 무언가가 부서진 그 밤에

난 별을 찾아

혼자 걸었어.


 ペルセウス座流星群
 君も見てただろうか?
 僕は元気でやってるよ
君は今どこにいるの

페르세우스 성좌 유성군

당신도 보고 있던 걸까?

나는 건강하게 있어.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어?

方法と言う悪魔に
取り憑かれないで
目的と言う大事な物を思い出して

방법이라는 악마에

홀리지 말기를.

목적이라는 중요한 걸 떠올려.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い物なんてない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운 것 따윈 없어.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くても大丈夫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大切な何かが壊れたあの夜に
僕は君を探して

一人で歩いていた
소중한 무언가가 부서진 그날밤에

난 당신을 찾아

혼자서 걸었어.


 あの日から僕らは
一人で海を目指す
約束のあの場所で
必ずまた会おうと

그날밤부터 우리들은

혼자서 바다를 향해

약속의 그 장소에서

반드시 또 만나자고.

世間と言う悪魔に
惑わされないで
自分だけが決めた答えを思い出して

세켄이라는 악마에

현혹되지 마.

스스로가 정한 답을 떠올려.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い物なんてない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운 것 따윈 없어.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くても大丈夫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煌めきのような
人生の中で
君に出会えて

僕は本当に良かった

반짝이는 듯한

인생 가운데서

당신을 만날 수 있어서

난 정말 다행이야.

街を抜け海に出たら
次はどこを目指そうか
僕らはまた出かけよう
愛しいこの世界を

길을 빠져나와 바다로 나왔더니

다음은 어디를 향해갈까.

우리들은 다시 나아가자.

사랑스러운 이 세계를.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い物なんてない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운 것 따윈 없어.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空は青く澄み渡り
海を目指して歩く
怖くても大丈夫
僕らはもう一人じゃない

하늘은 푸르게 개있고

바다를 향해 걸어가.

무서워도 괜찮아.

우리들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긴 가사인데 나름 의미가 있는 부분이 여러 곳 있지 않나 싶다. 세켄이라는 말이 여기서는 답답함, 구속하는 무언가로 등장한 것도 흥미롭다. (세켄에 관해서는 이자카야를 주제로 한 글에서도 한 번 다뤘으니 참고하시길 바란다'<심야식당>에서 읽는 일본의 공동체') 취업활동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응원가로 쓰일 법한 음악이다.


물론, 해당 CM을 보고 오히려 취업의 중압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취업을 끝낸 지인 중에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 떠오른다는 지인도 있었다. 그럼에도, 취업활동을 애써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은 평가할만하지 않을까(군대를 미화하는 몇몇 프로그램과 달리).


리쿠르트의 인상적인 CM 하나를 더 퍼와본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축구 서포터즈가 멀리서 취업 준비생을 응원하는 CM이다. 말이 필요 없을 듯해 설명은 추가하지 않겠다. 2007년 판이다. 졸고 있을 때 서포터즈가 외치는 건 "일어나, 졸지마"라는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Kkh83NgHRmQ


마지막으로, 너무도 적나라하게(?) 취업 준비생을 표현해, 중간에 방송 중지된 도쿄 가스의 CM이다.


주인공은 시작하면서 "몇십번째 기원 메일일까"(앞으로의 취업활동의 성공을 기원합니다-즉 탈락의 의미)라고 뇌까린다. 서류, 면접에서 떨어질 때마다... 전철 맞은 편에 면접관들이 나타나 "사회는 만만하지 않아""학생때는 뭘 했었나요?""연이 없으니..." 등등을 말한다. 사회로부터 부정당하는 기분이 든다. 결국 기분이 상한 나머지 어머니의 식사 권유도 매번 무시한다.


친구한테는 속뒤집어지게도 합격됐다는 소식이 날아든다.


그러다 어찌어찌 최종면접까지 간 회사가 나온다. 기대하며 케이크도 사고 오늘은 맛있게 저녁을 먹으려는 순간... 또 떨어졌다는 문자. 지난해 방송됐다가 1달도 못가 중지됐다고 한다. 직접 보자.

https://youtu.be/ZttlQvI6_Zg


개인적으로는 정치인들이 백만마디 말을 하며 취업을 강조하기보다, 이런 제대로 된 CM 한편이 더 사회적 반향이 크지 않을까 하는 싶다. 지금 한국의 청년들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본다.


결론은 일본 취준생들도 취업은 인생의 쓰라린, 괴로운 경험 가운데 하나다. 다만, 사회에서도 그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는 게 차이려면 차이려나. 불황이 길었던 것에서 여러 세대간 경험 공유가 된다는 게 비극적이긴 하지만.


여튼, 한국의 많은 취업 준비생들도 부디 좋은 결과 있었으면 한다. 아울러 취업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도. 인생을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꼰대같은 말도 한마디 덧붙이며 글을 줄인다.



작가의 이전글 일본의 대표 논객?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