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극단적으로 다른 용의자의 얼굴 공개 문제
범죄 용의자 얼굴 공개 문제는 한국에서 뜨거운 감자다. 어떤 경우에 얼굴을 공개해야 하는지, 수사 당국도 헷갈려하고 신문, 방송 등 언론사도 명확한 기준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이를 정해놓은 법률은 '특정강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으로 8조 2항인데, 이 역시도 적용이 애매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준은 범행수단이 잔인하고 중대 피해가 발생한 특정강력범죄사건일 경우,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경우,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경우, 피의자가 청소년(청소년 보호법상)에 해당하지 않을 경우 등이라고 한다.
하지만 최근 잇따르는 강력범죄 가운데서도 어떤 사건은 용의자 얼굴 공개가 이뤄지는 반면, 어떤 사건은 그렇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 안산토막살인 사건 용의자(피고인) 조모씨는 사건 초기, '사이코 패스'라느니 말이 많았지만, 사건의 결론은 황당하게 나고 말았다(성매매 돈문제로 인한 원한). 개인적으로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이나 범죄예방 등을 기대할 수 있는 얼굴 공개였는지 솔직히 의문스럽다.
이런 혼란은 살인사건이나 아동 학대 사건 등처럼 아예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공개하는 식으로 방향을 잡지 않고는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여담이지만, 2012년 사회부에서 경찰서를 출입할 때 느낀 소회로는, 얼굴 공개 자체가 범죄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고 느꼈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는 독자/시청자의 주목은 확실히 끌 수 있겠다는 것이다. 범죄 예방이 아닌, 언론사가 누릴 수 있는 효과는 비교적 분명한 셈이다.
일본은 어떨까.
일본은 원칙적으로 대부분의 범죄(심지어 경범죄마저도)에 관해 용의자 실명보도(+대략적 주소지)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실명보도 가능 시점은 범죄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된 때다. 신문도 방송도 이 원칙은 대체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방송은 실명공개는 물론, 얼굴까지 그대로 내보낸다. 방송이 사진이나 영상을 못 구하면 체포 당시 호송되는 걸 억지로라도 찍어서 내보낸다(얼굴이 슬며시 비치는 정도).
개인적으로 TV에서 인상깊게 본 얼굴 공개 케이스는 이웃간 분쟁으로 자기 집에 스피커를 설치하거나 각종 장치로 소음을 일으킨 노인이었다. 소음을 일으킨 이유는 다른 이웃이 자신을 비방한다는 이유였다.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마을에 피해를 끼치긴 했지만, "저런 용의자 얼굴 공개 해서 얻을 수 있는 게 뭘까"하는 의문을 품게 했다.
얼굴 공개 문제때문에 한일간 마찰이 인 일도 최근 있었다. 야스쿠니 신사에 폭발물을 설치하려다 발각된 혐의로 체포된 J모씨 사건이었다. J씨는 일본 보도 프로그램에 하루 종일 얼굴을 내밀었다. 특히, 체포되는 시점의 초췌한 얼굴과 큰 덩치는 위협적으로 비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얼굴 공개에 항의했지만, 일본 보도 관행이라는 답변에 대해서는 사실상 별다른 수가 없었다. 아래 사진은 체포 당시 얼굴을 가린 한국인 용의자 사진이다.
다만, 일본 범죄 보도는 얼굴 공개를 제외하면 이상하리만치 경찰 수사 내용만을 좇는다. 최근에 바뀐 경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범죄에 이르게 된 과정이나 동기를 잘 보도하지 않는다(이 부분은 지인인 일본 기자에게 물어볼 생각. 모방범죄 방지 등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따로 적어보겠다). 그러다보니 범죄 기사나 보도가 현상만 전하고 대중의 관심이 식음과 동시에 후속기사가 끊겨버린다.
일본에 있으면서 TV 보도에 대한 문제의식을 여러 면에서 느끼고 있는데, 범죄나 가십 보도는 가끔 상식 선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있었다. 별 것 아닌 사건을 이상하리만치 자주 내보내거나, 중요한 사건이라 생각되면 금방 식어버리는 등. 배경에 시청률 지상주의와 지나친 대중 영합주의가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다른 글에서 한 번 다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