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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Apr 05. 2017

명함 교환하며 양복 신사가 벌이는 랩배틀

'사회인 랩 선수권'에서 분노 풀어내는 일본 직장인들

직장인의 삶은 고단하다. 바쁜 평일과 덧없이 찾아오는 주말이 반복되면 어느샌가 1년이 지나간다. 주말이 빨리 오기를 바라면 바랄수록,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 그러다 결혼, 출산 등 인생의 이벤트가 찾아오고 나이는 높아져간다.


“이게 원했던 삶이 아닌데” 하다 이런저런 탈출구를 찾게 된다.


여기 브런치에서 인기 있는 글들을 보면, 대체로 탈출구 역할을 하는 글들이 많은 듯싶다. 여행, 퇴사, 창업, 전직 등등. 브런치가 나름 타겟을 잘 잡아 안착하고 있는 것도, 글들의 성향에 있다고 본다.


사회인의 삶이 피폐한 건 일본도 마찬가지다. 직장인에 관해 어두운 소식은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온다. 사회적 화두가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인 것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랐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사회인의 울분'을 풀어내는 선수권 대회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클럽의 성지' 시부야에서 열리는 '사회인 랩 선수권'이다.


홈페이지에 있는 선수권 설명을 보자.


"언제나 신세 지고 있습니다"(일본에서 사회인끼리 하는 인사)


그다지 신세지고 있지도 않은 상대방에게, 왜 술술 말할 수 있게 된 걸까. 현대사회 일본에 만연하는 쓸 데 없는 겉치레(타테마에). 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닐까.


"더 팔리는 물건 만들라고!"

"응? 영업쪽이 좀 제대로 물건 팔라고!"


"하청이니까 분위기 파악 좀 해!"

"언제나 언제나 쥐어짜는 일 밖에 주지 않는 주제에 잘난 척 좀 하지마!"


마음과 마음. 혼과 혼의 부딪침. 업계, 업종, 직역을 넘나드는, 사회, 일의 부딪침. 말하면 되지 않아? 마이크를 쥐고. 말하고 싶은 것도 말 못하는 그런 세상은 좋은 나이 된 우리들이 부숴버리자. 사회인 랩 선수권.


회사원, 회사임원, 자영업자, 전문직, 그밖의 다양한 직종의 분들의 참전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いつも大変お世話になっております。」 大してお世話になってもない相手にも、なんでスラスラと言えてしまうのか。 現代社会日本に蔓延る、くだらない建前。 もっと言いたいことがあるのではないか?

 「もっと売れる物作れよ」
 「は?営業がもっとちゃんと物売れよ」

 「下請けなんだから空気読めよ」
 「いつもいつもケチくせー仕事しか渡さねーくせに偉そうにすんなよ」

 心と心。 魂と魂のぶつかり合い。 業界や業種、役職を跨いだ、社会、仕事、のぶつかり合い。 言えばいいじゃない。マイクを握って。 言いたいことも言えないそんな世の中はいい年こいた僕らでぶち壊そう。 社会人ラップ選手権。

 会社員、会社役員、自営業者、士業、その他さまざまな職種の方々の参戦、こころよりお待ち申し上げます。


이 대회의 가장 큰 특징은 랩 배틀을 시작하기 전에 '명함을 교환한다는 규칙'이다.


이 희한한 룰이 만들어진 건, 사회인이라는 '신분'이 참가 조건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예 양복을 입거나 사원증을 목에 걸고 나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아래 사진을 보자.


랩 배틀의 정중한 분위기? 출처 : 사회인 랩 선수권 홈페이지


실제 랩 배틀 광경은 어떨까. 아래는 작년 8월에 있었던 예선 광경이다. 현재 2회까지 진행됐고, 올해부터 3회에 들어간다고 한다.


시작할 때 자기 소개를 하는데, 소개의 중심은 근무하고 있는 회사다. 중간에 보면 치과의사도 등장한다. 가사는 서로를 비난하는 내용이거나, 자신을 자학하는 내용이다. 5분 18초까지 나오는 사람은, 공무원과 컨설턴트다.


"지난번 (대회에) 나갔다가 해고될 뻔"

"난 앱을 만들어서 이 사회를 이노베이션"

"대기업에 지쳐서 벤처에 들어왔어"


이런 가사뿐만 아니라, 저질스러운 가사도 등장한다. 한마디로, 사회인으로서의 울분을 가사에 실어서 풀어내는 장이라고 하겠다.




아래는 2회 결선 진출자들 영상이다.


멈춘 화면에 나와있는 양복입은 남성은 '아내한테 구박받는 내용'을 랩으로 읊고 있다. 소개해본다.


전자 업체 46세 중간 관리직(부장급, 근속 23년)이라고 한다.


"밑에서 시달리고, 위에서 욕먹고, 집에서는 아내한테 욕먹고. 딸은 말하는 거 듣지 않고. 그래도 나한테는 이런 행복한 순간이 있다고. 그건 바로 공원에서 비둘기한테 모이를 줄 때! 내가 모이를 주면 이쪽으로 갔다가 저쪽으로 간다고! 내가 언제나 위라고!"


(한국의 관리직급에 있는 분들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려나 싶다. 이 참가자 스스로도 중간관리직의 비애를 풀어내겠다고 말한다)

영상에 처음 나오는 남자는, 소매업(브랜드품)이라고 한다.


"상품 뿐만이 아냐, 뭐든지 제대로 팔아. 내가 진짜 sell out 주의자. 뭐든지 완전히 팔아. 너희들의 상품 뭐든지 나한테 맡기면 팔리지. 내 명함 받아둬. 언젠가는 돈 벌거야. 밀리언 박스"


그 다음은 편의점 점원. 공무원 시험 불합격자.


"내가 주고 있는 건 카라아게군. 여기도 튀길 거야. 당신은 뭐하는 사람이지?"(튀기다와 주다의 발음이 아게루あげる로 같다, 편의점에서 닭튀김도 판다)


상대방(회사 인사담당자?)은 이렇게 응수한다.


"내용이 중요. 랩도, 면점도 내용이 중요. 내용이 없다면 불채용 통지, 줘버린다고. 프리터, 일자리가 갖고 싶나? 그렇다면 물어볼까? 지망동기, 너의 캐리어, 실력, 그리고 꿈. 전부 말하는 랩, 8소절로 정하는 채용. 어디 한 번 해보시지"


편의점 점원


"프리터가 말하지만 너같은 전형적인 샐러리맨 같은 건 안돼. 나는 프리터에서 이직할 생각이 없거든. 다음은 점장이 될 거니까. 오늘 여기 선수권에서는 결승까지 갈 거니까. 기분은 최고조"


대략 이런 내용이다.


한국에서도 서로 끝나고 예의만 지켜준다는 확신이 있다면 충분히 해볼만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뒤끝없게 말이다. 새로운 재능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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