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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ul 12. 2016

'우경화' 프레임만으로는 읽기 힘든 일본 참의원 선거①

이번 선거는 일본인이 극우 정책을 선호한 결과?

7월 10일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있었다. 한국 언론에서도 신문, TV 할 것 없이 주요하게 다루는 등 관심이 높았다. 아베 정권이 대승하며 사실상 다시 한 번 추동력을 얻었다는 점이 주목 요인이다.


 




일단 본격적으로 얘기하기에 앞서, 일본 내 정치 시스템을 간단하게 다룰 필요가 있겠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의원내각제이다. 간략하게 얘기하면, 국회의원선거(총선)에서 이긴 정당이 행정부를 장악하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영국과 동일하다. 


국회는 2개로 나뉘어져 있으며, 실권보다는 상징성이 큰 상원이 '참의원(参議院)',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권한을 갖고 있는 하원이 '중의원(衆議院)'이다. 참의원은 과거 귀족정 성격을 띠고 있고, 중의원은 일반 국민이 참여한다는 민주성이 강한 의회다.


중의원에 실권이 주어져있다는 건, 중의원 선거에서 이긴 당이 수상을 배출한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중의원 임기는 3년으로 짧은 편이다. 그나마도 수상이 정책 변경이나 신임을 물을 일이 생겼을 때 행하는 '중의원해산'이라는 제도가 있어, 언제든 총선이 치뤄질 수 있다.


법안 제정이나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헌법 개정 이슈도 중의원이 핵심이다. 법안 발의는 중의원에서 이뤄진 뒤 참의원을 거쳐 발효되나, 참의원에서 부결되더라도 중의원에서 재의결할 수 있다. 이때 재의결할 수 있는 정족수가 과반수 출석 전체 의원 2/3의 찬성이다. 


지난해 안보법안이 참의원에서 가결될 때, 극심한 (눈에 익은?) 난투극이 있기도 했다. 다음 사진이다.  


안보법안 가결 저지를 위해 야당의원이 몸을 날리고 있다.  출처:일본 월스트리트 저널(jp.wsj.com)

최근 한국에서 화제가 된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도 야당 주도로 이뤄졌으나 결국 굴복하고 말았다. 일본 위키피디아는 필리버스터 전술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한 번 보도록 하자.


'질문 공격(質問攻め)'은 심의시간을 요구한 뒤에 중복 질의를 반복하는 전술이다. 하지만, 야당이 항상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고 한다. '소혀전술(牛タン戦術)'은 한국에서 이뤄진 바로 그것이지만, 일본은 과반수 찬성으로 연설 시간 제한이 제한된다. '늘어뜨리기(吊るす)'는 위원회 심사(한국의 상임위)로 가기전 본회의에서 설명하도록 해 시간을 끄는 전술이다. '베개(マクラ)'는 야당이 법안제출을 남발해 대결법안에 앞서 심의를 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전술이 있지만 수적으로 밀리면 어쩔 수 없는 건 매한가지다.



만약 중의원과 참의원을 모두 여당이 장악하고 있다면 법안 통과는 부드럽게 이뤄질 것이나, 당연히 그렇지 않을 경우도 있다. 이를 '뒤틀림 국회(ねじれ国会, 참의원과 중의원 다수세력이 각각 다를 때)'라고 부른다.


참의원 얘기로 돌아가면, 임기는 6년으로, 3년마다 절반이 선거로 바뀐다(바뀌는 부분을 개선(改選)이라 한다). 일본 행정단위인 도도부현(都道府県)이 지역구가 돼있고, 일부 지역(주로 농촌 등 과소 인구 지역)은 1인 선거구(사실상 소선구제), 도시 지역은 다인 선거구(중대선구제)로 돼 있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이 인구 비례에 따른 선거구 획정문제가 있어, 올해 돗토리현과 시마네현, 도쿠시마현과 고치현이 하나의 선거구로 합쳐졌다.

 

이번 참의원 선거구 현황. 출처:요미우리신문


참의원 선거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정권 평가' 정도의 성격만 갖고 있어, 중의원 선거에 비해 투표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이번 선거 최종 집계 투표율도 54.7%였다. 3년전은 52.61%였다. 중의원은 대체로 60% 정도가 나온다(최근엔 다소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도 총선과 대선의 투표율이 다른 것을 생각해보면 되겠다.


각각 아래 표는 시간별, 연령대별 투표율이 나와있다. S는 쇼와(昭和)의 뜻이고, H는 헤이세이(平成)다. 각각 연호로, 맨 오른쪽의 H25년은 2013년이다. 일본도 젊은 층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상당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참의원 연대별 투표율. 출처:일본 총무성
중의원 연대별 투표율. 출처:일본 총무성




대략 이런 내용을 참고로 하면서, 금번 참의원 선거를 되짚어보자.


아베 정권이 2012년 겨울 출범할 때, 내세운 건 경제회복(정확하게는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탈출)이었다. 대대적인 돈풀기(양적완화)와 그에 따른 급격한 엔저, 기업 실적 회복, 주가 급등, 채용 확대 등이 뒤를 이었다.


이른바 '아베노믹스'다. 아베노믹스는 지금 효과가 불분명한 채로 있지만, 그럼에도 초기~중기 어느 정도 눈에 보이는 실적을 거뒀다는 점이다. 게다가 전임 민주당 정권이 정권 교체 뒤 별다른 업적없이 조기 퇴진하면서,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높아졌다.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등 각종 안보 행보를 벌이면서도 지지율을 유지하고 버티는 건 이런 실적 때문이다. 일본에서 아베 정권의 안보 정책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는 보기 힘들다. 경제이슈가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형국이다.


아래는 헌법 개정에 대한 의식과 비례 선거구 투표를 보여주는 분석결과다. 아사히신문에서 출구조사를 바탕으로 했으며, 헌법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은 49%, 필요없다는 입장은 44%다. 사실상 갈려있는 셈이다. 특히 아래의 그래프는 자민당 지지자 가운데서도 32%는 헌법개정이 필요없다고 밝혔다.

헌법 개정 관련한 출구조사 분석 결과. 출처: 아사히 신문


아사히신문에서는 아베 정권의 행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경제로 지지율을 번 뒤, 선거가 당분간 없을 때 숙원인 자위대의 군대화 등 안보 이슈를 추구한다고. 헌법 개정도 마찬가지다. 개정의 핵심은 9조로, 일본이 영구히 군대를 가지지 않는다는 조항이다. 지지난해와 지난해 자위대를 해외에 좀 더 쉽게 파견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이 이뤄진 것도 선거와 무관한 시기였다.


하지만, 올들어서는 안보가 좀처럼 이슈로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관심을 모은 건 두가지였다. 물품을 살 때 붙는 소비세 8%를 10%로 올리는 증세 이슈와 전에 다룬 적 있는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이었다.


소비세 증세는 2015년 예정돼있었다. 하지만 아베는 아직 회복되지 않는 경제하에서 세금을 올리면 안된다는 이유로, 국민에게 정책 변경 신임을 묻고자 2014년 중의원을 해산하고 총선을 실시했다. 이 선거에서 압승한 아베 정권은 소비세 증세를 2017년으로 미루게 된다. 당시 아베는 극단적 예외를 제외하고는 소비세 증세 시기를 지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1년 앞으로 다가온 올해에도 본격적 경제 회복 조짐은 미미했고, 결국 다시 증세를 미룬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중의원 해산은 실시하지 않았고, 그에 대한 신임을 참의원 선거에서 묻는다고 했다. 대체로 일본 국민들 사이에서도 소비세 증세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 때문에, 약속을 어겼음에도 별 문제없이 넘어갔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지난 글에서 강조했듯, 여당에 플러스 요인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슈였고, 이는 그대로 적용됐다. (글 내용은 아베의 꽃놀이패, 오바마 히로시마행 참고)


그런 가운데, 아베를 포함한 자민당 세력은 참의원 선거에서 철저히 헌법 개정 등 안보 이슈를 묻어뒀다. 야당이 집요하게 파고들었지만, 응하지 않았다.




야당은 만약 참의원에서 연립여당이 3분의 2를 확보하면 헌법개정에 나설 수 있다고 위기감을 조성했지만, 여당이 무시전략으로 일관하면서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다(중의원에서는 이미 3분의 2선을 확보. 헌법 개정 발의를 위해서는 중의원, 참의원 각각 3분의 2 의원이 필요하다. 발의되면 그 뒤는 각 조항별로 국민 투표를 거친다).


야당(민진당, 공산당 등)은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선거 내내 끌려다니는 인상이었고, 상징성이 있는 인물도 없었다. 지금 당을 이끄는 오카다 카츠야(岡田克也)는 10여년전에도 당대표였고, 대부분의 일본 야당 출신이 그렇듯 자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여당은 배구선수, 전 아이돌 등 이른바 얼굴 마담을 대거 영입해 표를 얻었다. 그나마 야당이 최악의 상황을 막았다고 자평하는 건 1인 선거구에서 이뤄진 야권 단일화였다. 민진당, 공산당, 사회당 등이 연합해 후보 1명을 민 건데, 이는 한국에서도 자주 보아온 현상이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않겠다.


이슈면에서 야당이 불리한 상황에, 인물도 마땅치 않아(실제 민진당 현역이 다수 떨어졌다) 자민당이 지려야 질 수 없는 선거였던 셈이다. 단순히 일본이, 혹은 일본 국민이 우경화됐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선거 구도를 모두 무시하는 것이다. 우경화 등 안보 이슈는 선거와 무관했고, 시종 경제나 사회 보장 문제가 그나마 꺼리 없는 선거 이슈를 지탱했다.


물론, 선거 결과적으로는 우경화라고 볼 수도 있겠다. 당연히 아베 정권은 숙원 사업인 안보 이슈로 다시금 달려갈 것이다. 마침 북한은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고, 중국과 일본 관계도 개선되지 않은 채 바다에서 계속 부딪치고 있다. 얼마전 방글라데시에서 일본인이 테러대상이 되는 참극마저 있었다.


 

선거에 압승한 아베 수상. 출처:로이터


다만 여당을 지원하면서도 헌법개정을 지지하지 않는 투표도 적지않았다. 연립여당인 공명당(公明党)에 의외로 표가 많이 갔다는 점에서다. 공명당은 평화 가치를 내거는 정당으로, 배경에는 일본의 종교단체인 창가학회(創価学会)가 있다(한국에는 SGI라는 이름으로 들어와있다). 헌법 9조 개정에 대해서도 명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이는 여당에 경제 추동력을 심어주되, 헌법 등 우경화는 견제하는 투표로 읽힌다.


한국을 예로 들어봤을 때, 보수 정당이 집권했다고 해서, 그게 바로 우경화로 이어진다고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이번 참의원 선거를 보면서 떠올린 건 야당이 80석대까지 밀린 한국의 2008년 총선이었다. 경제를 위해 민주적 가치를 일시적으로 미루는 투표행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당시 투표의 대가는 아직도 한국사회가 치루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물론, 일본도 어떤 형태로든 미래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는 연령대별 투표 성향(특히 올해는 20세에서 18세로 투표 연령이 내려갔다)과 지역별 이슈는 뭐가 있었는지를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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