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만으로 먹고 살수 있을까?
일본 생활에 대해 자주 눈에 띄는 글이 '알바만으로도 먹고 살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의 전반적 알바 시급이 높아 특별한 직업 없이도 '프리터(フリーター)'로 생활하는 이들이 많다고도 한다. 실제는 어떨까.
(프리터가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의 합성어인 것은 익히 아시리라 믿는다. 요즘 한국에서도 이래저래 쓰이고 있다.)
일본 위키피디아의 프리터 정의를 잠깐 참고해보자.
https://ja.wikipedia.org/wiki/%E3%83%95%E3%83%AA%E3%83%BC%E3%82%BF%E3%83%BC
フリーターは、日本で正社員・正職員以外の就労形態(契約社員・契約職員・派遣社員・アルバイト・パートタイマーなどの非正規雇用)で生計を立てている人を指す言葉。学生は含まれない。学校卒業後の年齢15歳から34歳の若者が対象である。
프리터는 일본에서 정규직(정사원, 정직원)이외의 취업형태를 말한다. 계약사원, 계약직원, 파견사원, 아르비아트, 파트타이머 등. 이런 형태로 생계를 꾸려나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 학생은 포함되지 않는다. 학교졸법후의 연령 15세까지 34세의 젊은이가 대상이다.
일본의 정의로는 단순히 알바만 포함되지는 않지만 일반적으로 보험 혜택을 누리는 고용형태가 아니라는 점은 우리의 인식과 다르지 않다.
그럼 알바의 시급은 대체로 어떻게 될까. 일단 첫번째 사진은 현재 머무르는 도쿄 코다이라시(小平市)에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스테이크 가스토(ステーキガスト)의 알바 모집 간판이다.
듣던 대로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 시간과 나이대별로 다르지만, 910엔 혹은 1138엔부터 시작한다. 10월 23일 환율기준으로 보면(100엔=937원), 8526원, 1만663원이다. 일본 알바 시급은 이른 시간이나 늦을수록 높아지고, 대낮일수록 낮다. 외식업과 함께 알바의 한 축을 이루는 편의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래 사진을 보자.
여긴 시간이 보다 정확하게 나뉘어져있다. 이른 시간은 957엔, 낮 시간은 907엔, 밤샘은 1134엔으로 역시 높다. 주말도 가산 수당이 있다. (참고로 907엔은 최저시급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좀 더 얘기해보겠다) 한국의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간당 6030원임을 감안하면 30% 가량 많다.
간단히 생각해,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기서 알바를 한다고 치면 7256엔(6만8000원가량)을 버는 셈이다. 한달에 20일 일한다고 치면 14만5120엔(136만원가량)이다. 혼자서 넉넉하진 않지만 그럭저럭 먹고 살 정도라고 할까. 주말에 다른 알바를 추가로 하거나(이걸 가케모치(掛け持ち)라고 한다) 하면 17만~18만엔도 가능할 것이다.
삶에 대한 야망이 없고 꾸준히 알바하며 즐기며 살겠다면 나쁘지 않은 액수다. 어쨌든 밤 시간은 넉넉히 있을테니. 일본은 내수시장이 큰 만큼 별의 별 알바가 다 있고, 알바 모집 사이트나 무료 잡지도 치열하게 경쟁중이다. 아래에 몇 개 링크한다.
타운워크(http://townwork.net/)
마이나비(http://baito.mynavi.jp)
그렇다면 중요한 건 물가일 것이다. 시급이 아무리 높아도 물가가 높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밥값은 어떨까. (다만 식당 등에서 알바를 한다면 밥을 무료로(혹은 할인해서) 먹을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걸 마카나이(まかない)라고 한다)
일본은 잘 알려져있다시피 도시락 천국이다. 도시락 종류도 다양하고 밥이나 반찬의 질도 제법 괜찮다. 도시락 물가는 아래의 홋토못토(ホットモット) 광고 전단지를 통해 알아보자.
500엔 안팎이면 그럭저럭 밥 한끼는 때울 수 있는 셈이다. 50엔 추가하면 밥을 좀 더 많이 먹을 수 있다(오모리大盛り라고 한다). 도시락은 체인 외에 슈퍼나 편의점에서도 다양하게 판다. 규동 등을 팔아 일본의 '김X천국'으로 알려진, 요시노야(吉野家), 마쓰야(松屋), 스키야(すきや) 등에서도 500엔 안팎이면 대체로 한끼를 먹는다. 물론 가끔 사치(?)를 부린다면 일반 식당의 점심 정식 등에 700~800엔, 저녁에 1000엔 안팎으로 괜찮게 먹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본 시급이 모든 지역에서 균일하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아래는 지난 9월초 가고시마현(鹿児島県)에서 찍은 사진이다.
도쿄에 비해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가고시마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694엔(내년도)으로 전국에서도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주요 도도부현(都道府県, 일본의 행정단위)을 보면 아래와 같다.
도쿄도 907엔
카나가와현(요코하마) 905엔
사이타마현(베드타운) 820엔
홋카이도 764엔
아이치현 820엔
교토부 807엔
오사카부 858엔
효고현(고베) 794엔
오키나와현 693엔(최저)
(출처는 후생노동성 홈페이지 : http://www.mhlw.go.jp/stf/seisakunitsuite/bunya/koyou_roudou/roudoukijun/minimumichiran/)
다만 지방으로 가면 슈퍼 물가도 낮아지는 점을 감안할 때, 낮은 시급이 반드시 낮은 생활수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는 있겠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도 서울과 지방의 물가가 꽤나 다르다는 점을 생각하면 최저임금도 지역생활물가를 고려해 짜야 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일본 알바에서 중요한 한가지는 대체로 '교통비'가 시급과 별도로 지급된다는 점이다. 물론 아닌 곳도 있겠지만 알바구할 때 교통비 붙는 곳을 찾는 건 상식에 속한다. 하루 왕복 교통비가 400~500엔에 달하는 만큼 일본인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또한, 오랜 기간 일하면 시급이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많은 액수가 올라가는 건 아니지만 일한 보람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알바에서 정직원으로 승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 외식 체인점에서 일하다, 점장 눈에 들거나 하면 보험 혜택 등이 주어지는 정규직이 된다. 심심치 않게 이런 경우로 직원이 되는 사람을 봤다.
(애플 일본 지사도 대졸 채용이 거의 없고 알바 내지는 인턴에서 승급을 시킨다고 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알바는 아닐 것이다)
결론적으로, 알바생들에게 한국이 지옥이라면 일본은 지옥보다는 천국에 가까운 그 어디쯤일 거란 얘기다 . 실제 일본 젊은이들을 알바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고, 그걸 삶의 일부로 여긴다.
하지만, 일본도 사람 사는 곳이다보니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 이른바 '블랙기업(ブラック企業)' 문제다. 블랙 기업은 일본 취업 시장의 어두운 일면이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