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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Oct 21. 2016

오키나와 모욕 발언 파장 확산

단순히 일개 기동대만의 문제일까

지난 여름 학기 수업에서 귀를 의심케 한 질문이 하나 나왔다. 수업은 전직 외교관이 은퇴한 뒤 일본의 외교정책 전반을 가르치는 내용이었는데, 수업 끝마다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졌다. 


질문자는 20대 초반 일본인 남학생. 당시 수업은 일본 외교정책을 어떻게 홍보 할지가 주된 내용이었다. 


"<오키나와 타임스>는 '친중, 반미'를 적극적으로 부르짖고 있는데, 정부에서는 그런 것에 대해선 어떻게 대처하나요?"


일단 황당했던 건, 오키나와의 현실을 외면한 채 <오키나와 타임즈>를 '친중, 반미' 프레임으로 보는 그 학생의 시각이었다. 역사적 과정에 무지한 채 당돌하게, 그것도 당당하게 질문을 하는 걸 보면서 뜨악할 수밖에 없었다. 외교를 담당하는 외무성과는 관계 없는 질문이었다는 점도.


(여담이지만, 페이스북으로 이 학생의 신상을 확인해보니 과거 자민당 모 보수계 의원사무실에서 인턴을 한 적이 있어, 나름대로는 그 인식의 레벨에도 수긍이 갔다. 질문에 대해 조금 당황한 듯 보이던 전직 외교관은 그건 외무성의 일이 아니고 다른 정부기관에서 할 일이라고 적당히 넘어갔다) 


일본은 전국적으로 지방지의 세력이 강하다. 시골이라는 지역으로 가도 대체로 발행부수가 20만~30만부에 달한다(한국에서는 한겨레, 경향 신문이 이 정도 규모다). 이들 신문이 지역 여론을 대변하고, 동시에 여론을 선도하는 역할을 한다. 성향은 대체로 오른쪽보다는 왼쪽이 많은 듯하다.


오키나와도 마찬가지라 <류큐신보>와 <오키나와 타임스>라는 두 지방지가 신문 시장을 과점한다고 알려져있다. 두 신문 사이트는 아래에 링크한다.


해당 학생이 오키나와를 '반미'라 인식한 건, 당연히 미군 기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오키나와에서는 역사적으로 미군 기지 이전 문제가 핵심적인 이슈다. 


이들 신문이 미군 기지문제나 미국의 방위정책에 비판적인 건 그런 여론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신문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편향됐다고 하기엔, 미군 기지 문제의 '정의(justice)'가 어느 쪽에 있는지도 비교적 명확하다.


참고로, 당돌한 학생의 질문과 비슷한 수준의 일이,  지난해 자민당 의원 공부모임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모임에는 극우에 가까운 작가인 햐쿠타 나오키가 연사로 참가했다. 당시는 자위대 역할을 강화하는 법(안보법)이 이슈였다. 


하지만 영 국민들의 이해가 심화되지 않는 데 대해 한 의원이 "언론을 혼내주려면 광고수입을 없애면 된다. 문화인들이 경단련(한국의 전경련격)에 영향력을 행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햐쿠타가 호응했다. 오키나와 주요지인 류큐신보, 오키나와 타임스 두 곳이 정부에 비판적이라는 의견에 대해 "망하게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한 것.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오키나와 어딘가의 섬이 중국에게 빼앗기면 (현민들도) 깨닫게 될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이 일로 큰 파장이 일었지만 별다른 변화 없이 어느샌가 잦아들었다. 


(일본의 사후 처리방식을 보면 누군가 명확히 책임지는 일이 무척이나 드물다. 이게 원래 그런지, 최근 경향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최근 와사비 문제의 사후 처리 방식(황당한 사과문구나 징계) 역시, 대상이 한국인이기 때문에 벌어진 건 아니지 싶은 게, 일본에선 누군가 앞에 나서 확실히 책임지는 일이 드물다)


아래 기사를 참고로 했다.



간단히 오키나와의 역사를 되짚어 보자. 


17세기 초반까지 오키나와는 '류큐왕국'이라는 이름으로 독립왕국을 이루고 살았다. 지도를 봐도 알 수 있지만,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보다는 대만이나 중국대륙에 훨씬 가깝다. 그러다 사츠마(薩摩, 현재 가고시마현)번이 군대를 보내 복속 시킨 뒤 사실상 속국이 됐다.


오키나와 위치. 가운데 긴 섬이 오키나와. 출처:구글지도

그럼에도 오키나와는 일본 본토와는 다른 나라로 여겨져, 조선 통신사처럼 정기적으로 사신들이 에도 막부를 방문했다. 이후 1870년대 하나의 현으로 돼, 일본 본토 통치하에 들어간다. 식민지 시기와 전쟁 시기는 일본의 최전방 기지로 활용됐고,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포함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일본이 미국에 패망한 뒤, 바로 일본으로 반환되지 않고 미군정하에 놓여져, 이것이 1972년까지 이어진다. 이후 미군 기지로 인한 소음문제를 비롯해, 1995년에는 미군이 여중생을 성폭행해 엄청난 시위로 번진다. 


결국 이 시위로 오키나와 일부 기지 이전에 대해 미일 양국이 합의한다(이후 현내 이전이냐, 현외 이전이냐로 갈등하다 결국 현내 이전이 결정돼 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한국의 2002년 시위와 비슷한 결과를 낳았다는 점 때문에 당시 한국에서도 주목받았다.


이같은 역사적 경로로, 오키나와 현은 아예 홈페이지에 '기지' 항목을 놓고 구체적으로 해설하고 있다. 오키나와와 미군기지 문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지문제를 전면에 내건 오키나와 현 홈페이지




이것이 대략적인 역사인데, 시사 이슈로서 올해 주목할만한 '사건' 2가지가 또 있다.


하나는 지난 5월 벌어진 '미군속(군속은 군부대에 근무하는 민간인) 20대 여성 성폭행 살해사건'과 7월 참의원 선거다. 


전자는 20대 여성이 산책을 나갔다가 해병대 출신 미군속 남성에게 성폭행당해 살해당한 사건으로 오키나와에서 다시 한 번 기지 문제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 사건이 마침 오바마가 히로시마를 방문하기 직전 벌어져, 직접 사과하는 일까지 있었다(그 때문인지 살해사건이 제대로 보도되지 않은, 개운치 못한 느낌이 있다).


오키나와민의 분노는 참의원 선거에서, 여당 자민당 현직 후보가 대패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 지사인 오나가 타케시(翁長雄志)는 기지 정책에 비판적이고 자민당 정부와 사사건건 대립해왔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당연히 자신과 연관된 후보를 세웠고, 57.8% 득표율로 압승했다. 오키나와 여론의 방향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명확히 나타난 셈이다.




그러다 이번주 또 하나의 사건(개인적으로는 지금 일본 젊은 남성들의 인식 수준을 제대로 보여준다고도 생각되는)이 있었다. 일단 아래 동영상부터 보자. 28초가 중요한 부분이다.


'토인(土人)'이란 발언이, 기지 경비를 하는 파견경찰(소속은 오사카)에게서 나온 것이다. 


한국어에서는 별다른 의미가 없으나 일본에서는 미개한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오키나와에 대한 명확한 차별의식을 드러냈다고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시위진압을 하는 경찰이 아예 시위대를 상대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 어떻게 보면 일본 경찰 기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닌가 생각도 된다.


문제는 이걸로 끝난 게 아니었다. 더 심각한 발언이 젊은 기동대원의 입에 올라왔다. 아래 영상이다. 9초부터 나오는 발언이다.


시위대가 도발을 계속하자, 젊어보이는(심지어 어려보이는) 기동대원이 거기 말려들어 해선 안될 말을 하고 만다. '시나(シナ)인'이란 단어다. 주위에서 말려도 전혀 듣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말하는 게 어찌 보면 한심하기 까지한데, 문제는 발언의 심각성이다.


'시나인'이란 표현은 일본 극우 정치가들이 중국인을 비하할 때 주로 써온 표현이다. 이 표현으로 유명해진 게 전 도쿄도 지사였던 이사하라 신타로. 


시나라는 말에는, 중국을 침략할 때 한 단 계 낮춰보는 의식이 의도적으로 담긴 것으로 알려져있다. 


오키나와 문제가 '친중'이란 프레임으로 인식되는 황당함이 만연해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하다. 글 첫머리에 쓴 학생의 인식 수준이 어찌보면 꽤나 퍼져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토인'과 '시나인'이란 말이 거의 동시에 시위대를 향한 것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기동대 개인이 발언했어도, 결국은 국가기관에 속한 공무원이다. 그런 발언이 통제되지 않고 나오는 구조에는 뭔가 결함이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최근 일본 내 20대 남성의 인식 수준은,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민당 지지가 20대에서 상당히 높고, 원전 재가동에 대해서도 (이유는 모르겠으나) 찬성하는 비율이 높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쓰겠다.) 아니면 아예 관심이 없다. 


페이스북을 봐도 일본 젊은이 중,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이들은 극소수(거의 없다)다. 익명의 인터넷 사이트(2채널 등)에서 점점 왜곡된 정보가 퍼져나가고, 그에 분노하는 여론만 형성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한국과는 인터넷 시민 사회의 건전성이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낮다.


아래 류큐신보 사설을 통해 되짚어보자. '오키나와 문제'의 역사적 과정을 생생하게 드러내, 나름 명문이라고 생각한다.

                                                                

<社説>「土人」「シナ」発言 植民地意識が露呈した

<사설> '토인' '시나' 발언, 식민지의식이 드러났다.


2016年10月21日 06:01 


 市民に侮蔑的な言葉を投げ付ける機動隊員がいる。それを軽視、擁護する政治家がいる。根深い差別意識と植民地意識、そのことに無頓着な政治土壌が露呈した。

 시민에게 모멸적 발언을 던진 (경찰) 기동대원이 있다. 그것을 경시, 옹호하는 정치가가 있다. 뿌리 깊은 차별의식과 식민지의식, 그것에 대해 둔감한 정치토양이 드러났다.


 大阪府警の機動隊員が、北部訓練場のヘリパッド建設に抗議する市民に「土人」と発言したことへの県民の怒りが広がっている。別の隊員が「シナ人」と暴言を吐いていたことも明らかになった。

 오사카경찰 기동대원이, 북부훈련장 (미군) 헬기장 건설에 항의하는 시민에게 '토인'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현민의 분노가 확산되고 있다. 다른 대원이 '시나인'이라며 폭언을 한 일도 밝혀졌다.


  「シナ」というのは日本の大陸侵略に結びついて使われた中国に対する蔑称だ。差別意識、植民地意識に根差す言葉を使うことは許されない。

  '시나'라는 건 일본의 대륙침략과 엮여져 사용된 중국에 대한 멸칭(모멸적 호칭)이다. 차별의식, 식민지의식에 뿌리내린 말을 쓰는 건 용납될 수 없다.


  機動隊員の「土人」発言に対し、翁長雄志知事は「言語道断で到底許されるものではなく、強い憤りを感じている」と批判した。知事の怒りは当然である。

  기동대원의 '토인' 발언에 대해, 오나가 타케시 지사는 "언어도단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으며 강한 분노를 느끼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사의 분노는 당연하다.


  菅義偉官房長官は「許すまじきこと」と述べた。ところが差別意識の表れとの指摘には「全くないと思う」と否定した。なぜそう言い切れるのか理解に苦し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용납되지 않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차별의식의 표현이라는 지적에는 "(그런 의도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부정했다. 왜 그렇게 잘라말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다.


  暴言を受けた市民の心情、「琉球処分」以降の沖縄近現代史、米軍基地が集中する現状を踏まえれば、差別はないと断言できないはずだ。菅氏は「土人」という言葉が含む差別意識、植民地意識を深刻に受け止めるべきだ。

 폭언을 접한 시민의 심정, "류큐처분(본토에 실질적으로 통합되기 시작한 1872년 처분)" 이후의 오키나와 현대사, 미군기지가 집중돼있는 현재 모습을 보면, 차별은 없다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스가씨는 '토인'이라는 말이 품은 차별의식, 식민지의식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松井一郎大阪府知事の行為も容認できない。短文投稿サイト「ツイッター」で「表現が不適切だとしても、大阪府警の警官が一生懸命命令に従い職務を遂行していたのがわかりました。出張ご苦労様」と投稿したのだ。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 지사의 행위도 용인할 수 없다. '트위터'에 "표현이 부적절하다고 해도, 오사카 경찰의 경관이 최선을 다해 명령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출장가서 수고가 많다"고 올렸다고 한다.

 
  機動隊員の発言は「不適切」で済む話ではない。それを「出張ご苦労様」とねぎらう松井氏を県民は許さない。翁長知事も「不適切な発言と認めた上でよく頑張ったとなると、県民からしたら筋が違うとは思う」と疑問視している。

 기동대원의 발언은 "부적절"이라는 표현으로 끝날 얘기가 아니다. 그것을 "출장가서 수고가 많다"고 격려하는 마쓰이씨를 현민은 용납할 수 없다. 오나가 지사도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인정한 뒤에 잘 했다고 한다면, 현민으로 본다면 말이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문시하고 있다.


  機動隊員による「土人」「シナ」発言に表れた歪(ゆが)んだ沖縄観は、警察組織にとどまるものではない。沖縄に関わる日米両政府関係者にも共通する深刻な問題だ。

 기동대원의 '토인' '시나'발언에 드러난 뒤틀린 오키나와관(觀)은, 경찰조직에 머무를 일이 아니다. 오키나와에 관한 미일 양정부 관계자에게도 공통되는 심각한 문제다.


  ケビン・メア元米国務省日本部長の「沖縄はごまかしとゆすりの名人」という発言や、田中聡元沖縄防衛局長の「(犯す前に)これから犯しますよと言いますか」という発言も露骨な差別意識や植民地意識の表れであり、機動隊員の発言と同根だ。

 케빈 메어 전 미국 국무성 일본부장의 "오키나와는 속임수와 공갈의 명인"이란 발언이나, 다나카 사토시 전 오키나와 방위국장의 "(범하기 전에) 지금부터 범하겠습니다라고 말할까요"(미군 성폭행 문제 관련해)라는 발언도 노골적 차별 혹은 식민지 의식의 표현이고 기동대원의 발언과 뿌리를 같이 한다.


  機動隊員の発言を単なる失言と済ましてはならない。その裏にある深刻な沖縄蔑視を反省し、機動隊を沖縄から撤収させるべきだ。

 기동대원의 발언을 단지 실언이라고 끝내선 안된다. 그 기저에 있는 심각한 오키나와 멸시를 반성해, 기동대를 오키나와에서 철수시켜야 한다.




일본 사회의 위기를 보여주는 징후가 자꾸 나타나고 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일본 젊은 남성(여성과 남성의 인식차가 의외로 크다)이 향후 일본을 짊어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마저 느낀다. 지금까지 보아온 바로는 이들이 어떻게 될지가 일본뿐만 아니라, 주변국에도 중요한 변수가 아닐까 싶다.


당연히도 이번 기동대원의 모욕 발언은 개인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다. 어제는 자민당이 총재(곧 수상)의 임기를 늘리는 안건을 별다른 무리 없이 처리했다. 그럼에도 비판은 영 보이지 않는다. 진보로 아사히 신문도 다소 한가해보이기까지 하는 논조로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일본 시민사회의 역량을 아직은 믿지만, 역량의 한계가 점점 보이는 점은 답답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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