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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Feb 24. 2017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지친 불금 문화 되살릴까

'꽃의 금요일' 부활로 내수 진작 꾀하는 일본

한국에서 금요일 조기퇴근제를 실시한다는 얘길 듣고, '급조된 것 아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오늘(2월 24일)부터 이미 실시했기 때문이다. 내용도 사실상 완전히 같다. 


아무리 그래도 논의가 필요한 정책인데, 너무 시간에 쫓겨 발표한 거 아닌가 싶다. 아래 기사다. 댓글을 보면 역시나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왜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시작했을까.


현재 일본 정부 최대 과제는 소비 활성화다. 동시에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아베 정권의 기본 경제 방침을 아주 단순화하면 '노동시간 줄이고 더 벌게 해줄테니 되도록 많이 써라'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니, 지지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에는 60%대로 올라섰다.


(한국에서 일본 사람들이 극우정권을 지지한다고 비판적으로 보는데, 물론 그런 지지도 있지만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게 반영된 지지율이라고 본다. 아베 정권은 한국 보수정권처럼 무조건 대기업 위주의 정책을 펴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2015년 소비세가 5%에서 8%로 뛴 뒤, 좀처럼 소비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소비세는 모든 물품, 서비스를 살 때 붙는 간접세로, 일본인도, 외국인도 동일하게 내야 한다. 


내수 진작책을 일본 정부에서도 이러저러 고민하고 있지만 달라지고 있지 않다. 지난 13일 발표된 지난해 10~12월 GDP를 보면, 개인 소비는 오히려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4분기 연속 수출호조로 경기 전체는 플러스 성장을 했지만, 소비엔 영향이 없었다.


개인적으로 슈퍼에서 느끼는 물가는 대체로 한국과 비슷하거나 싼 수준이다. 슈퍼도 온통 '할인 정보'만 가득해,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비싼 물건을 사려고 하지 않는다. 


최근 엄청난 기세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가구, 생활용품점 '니토리(ニトリ)'도 저가 전략이 먹혀 성공을 거뒀다. 점포도 무서운 기세로 확장하고 있다.


저렴한 가구, 생활용품의 대명사 니토리 홈페이지
저마다 저렴한 가격을 어필하는 신문 광고 전단지들


일본어에 '하나킨(花金)'이라는 말이 있다. '꽃의 금요일(花の金曜日)'의 줄임말로, 한국의 불금과도 같은 말이다. 금요일이 그만큼 소중하다는 의미다.


금요일에 조금이라도 일찍 퇴근하면 사람들이 돈을 쓰지 않을까? 이런 생각에 일본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다. 아래 로고도 정부가 직접 만들어 발표했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엔 마시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주창한 건 정부와, 우리로 치면 전경련에 해당되는 '게이단렌(経団連)'이다. 한국에서도 정부와 전경련의 유착이 큰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본은 뭐랄까, 대놓고 정부와 함께 가는 느낌이랄까. 물론 부정한 면에서의 유착이 아니라, 정책적으로.


지난해 12월 일본 경제산업성이 내놓은 보도자료를 한 번 살펴보자. (시점상으로도 원조가 일본임은 명백하다)


일단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의 취지는 뭘까. 

                                                       

個人が幸せや楽しさを感じられる体験(買物や家族との外食、観光等)や、そのための時間の創出を促すことで、
(1) 充実感・満足感を実感できる生活スタイルの変革への機会になる
(2) 地域等のコミュニティ機能強化や一体感の醸成につながる
(3)(単なる安売りではなく)デフレ的傾向を変えていくきっかけとなる
 といった効果につなげていく取組です。

개인이 행복,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체험(쇼핑, 가족과 외식, 관광 등)이나, 그를 위한 시간 창출을 촉진해,

(1) 충실감, 만족감을 실감할 수 있는 생활 스타일을 변혁할 기회가 된다

(2) 지역 등 커뮤니티 기능 강화나 일체감 조성이 된다

(3) 단순히 저렴한 판매가 아니라 디플레적 경향을 바꿔가는 계기가 된다

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한 기획입니다.


 官民で連携し、全国的・継続的な取組となるよう、この取組を推進するための「プレミアムフライデー推進協議会」が設立されました。本日、第1回会合が開催され、実施方針・ロゴマーク等が決定しました。また、本取り組みを進めるに当たっては、働き方改革などライフスタイルの変革ともあわせて推進してまいります。


관민이 연계해, 전국적, 계속적인 기획이 되도록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추진협의회'가 설립됐습니다. 오늘 제1회 회의가 개최대, 실시방침, 로고마크 등이 결정됐습니다. 또한, 이 기획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일하는 방식 개혁 등 라이프 스타일 변혁도 함께 추진해가겠습니다.




이런 목표로 첫 시행일이 오늘로 정해진 것이다. 앞으로 월말 금요일을 지정해, 오후 3시에 퇴근 시키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단순 소비 촉진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아베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정책이다. 최근엔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밀고 있다. 이러니, 지지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고지지율에 나름 합리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물론, 한달에 한 번 2~3시간 일찍 가는 걸로 거창하게 홍보한다 싶긴 한데, 일본 정부로서도 대책이 마땅치 않은 만큼 홍보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아베 총리도 직접 "정부도 되도록 많은 직원이 즐길 수 있도록 궁리하겠다"고 밝히는 등, 공무원들도 되도록 일찍 집에 보내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래 영상이다.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언론도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모습이다.


민간기업 분위기는 어떨까? 아사히신문 기사 일부를 옮겨본다.


住友商事は、毎週金曜日の有給休暇取得を約5300人の全社員に推奨している。完全に休んだり、午後から半休を取ったりする内容だが、「まだ様子見が多く、早く帰る人は少ない」(広報)という。


스미토모 상사는 매주 금요일 유급휴가 취득을 약 5300명 전 사원에게 장려하고 있다. 완전히 쉬거나, 오후부터 반차를 쓰거나 하는 내용이지만 '아직 지켜보는 사람이 많아 일찍 귀가하는 사람은 적다'(홍보)라고 한다.


大和ハウス工業も、パートや派遣を含む約1万9千人に24日午後の有給休暇取得を促す。始業を1時間早めて午前8時にし、午前中に集中して働く。今後も偶数月に実施し、うまくいけば毎月にする。


다이와 하우스 공업은 파트, 파견 사원을 포함한 약 1만9000명에게 24일 오후 유급휴가를 취득하도록 했다. 업무시작을 1시간 일찍 오전 8시로 해, 오전중에 집중해 일한다. 이후에도 짝수월에 실시해, 제대로 정착하면 매월로 한다.


三菱自動車は工場勤務などを除く従業員に月末金曜日の午後3時退社を推奨。三菱地所は、社員が必ず働く「コアタイム」を1時間縮め、全従業員に午後3時の退社を呼びかける。清水建設は月末金曜に限り、1時間単位で有給休暇を取れるようにする。


미쓰비시 자동차는 공장근무를 제외한 종업원에게 월말 금요일 오후 3시 퇴근을 장려. 미쓰비시지소는 사원이 반드시 일할 '코어 타임'을 1시간 단축해, 전종업원에게 오후 3시 퇴근을 요청한다. 시미즈건설은 월말 금요일에 한해 1시간 단위로 유급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다.




대체로 정부 방침에 맞춰 그런 대로 전략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여행업체들은 일찍 나오는 사람들을 끌어안기 위해 궁리중이라고. 같은 기사 내용이다.


旅行業界は土日を使った2泊3日の旅行需要を期待する。JTBは金曜夕方出発で、当日の夕食やチェックインを遅くできるプランなどを1月下旬から販売。日本旅行もPFの午後出発の専用プランを1日から販売し始めた。


여행업계는 토, 일요일을 사용한 2박 3일 여행수요를 기대한다. JTB는 금요일 저녁 출발로, 당일 저녁 체크인을 늦게 할 수 있는 플랜 등을 1월 하순부터 판매. 일본여행도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오후 출발 전용 플랜을 1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百貨店も複数の飲食店を定額で回れるイベントなどを用意。居酒屋チェーンでは開店時間を早める取り組みもある。デパ地下やスーパー、居酒屋などは「フライデー」と「フライ」を引っかけ、揚げ物を割り引く企画などを準備中だ。


백화점도 복수 음식점을 정해진 가격으로 갈 수 있는 이벤트를 준비. 이자카야 체인에선 개점 시간을 당길 방침이다. 지하상점가, 슈퍼, 이자카야 등은 '프라이데이'와 '프라이(fry)'를 연결지어, 튀김을 싸게 파는 기획을 준비중이다.

내수 산업이 발달한 일본다운(?) 모습이라 하겠다. 오늘 오후 3~4시쯤 들은 라디오에서도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맞춘 기획을 방송하고 있었다.


리포터가 도쿄의 오피스거리인 '니혼바시', '신바시'를 방문했는데, 이자카야 등 술집에 빈 자리가 없다는 것. 일부 술집에선 일찍 방문하면 술 무제한(飲み放題)도 저렴한 가격에 준비했다고. 이미 취한 직장인이 보인다는 내용도 담겼다.


적어도 '썰렁한 시행 첫날'을 맞지 않기 위해 정부, 기업, 상점가 등이 분주한 모습이다.




직장인들의 실제 분위기는 어떨까. 재밌는 설문조사가 있어 소개한다.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다.

                                                                                                                                                      

Q.プレミアムフライデー、何をする?
1.外食 11.4%
 2.買い物や映画など 12.2%
 3.旅行 2.3%
 4.自宅で過ごす  43.3%
 5.わからない・その他 30.8%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뭐 할거야?

1. 외식 11.4%

2. 쇼핑, 영화 등 12.2%

3. 여행 2.3%

4. 자택에서 보낸다 43.3%

5. 모르겠다, 기타 30.8%



결국 답은 집에서 쉬겠다는 사람이 절반에 가까웠다. 아직까지 일본에서도 일에 지친 직장인들을 밖으로 끌어내기엔 더 많은 궁리가 필요해보인다.


한국처럼 급조된 정부 중심의 정책으로, 일본만큼의 효과라도 거둘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다. 기업이 얼마나 동조해줄지가 관건일 것이다. 


그러나 휴일이 늘어나면 수익이 떨어진다는 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기업계에서 일찍 집에 가도록 용인해줄까. 향후 조금이라도 효과를 보기 위한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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