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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un 19. 2017

밥맛을 돋우는 '무언가'에 대하여

일본에선 이것만 있으면 밥 한그릇 뚝딱?

일본사람들과 식사를 하다보면 종종 한국과 차이를 느끼곤 한다. 동일한 쌀밥 문화권임에도, 반찬에 대한 호오(好惡)가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이같은 차이에 대해 여기에 간단히 몇 자 적어볼까 한다.




지난해 11월 도쿄도에 있는 작은 섬 미야케지마(三宅島)를 지인의 초대로 다녀온 적이 있다. 


도쿄도라고 해도 배로 7~8시간 떨어져있기 때문에 도시라는 감각은 거의 없다. 몇십년전까지만 해도 도쿄가 아니라 시즈오카(静岡)에 속해있었다고 하는데, 재정 문제 등으로 소속이 바뀌었다고. 아무래도 도쿄도 재정이 넉넉하다보니 섬 입장에서도 다행한 일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야케지마는 화산섬이다. 여전히 분화의 가능성이 있는 활화산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도 화산이 폭발하는 바람에 전주민이 도쿄 등지에 피난을 간 적이 있다. 사람이 살기 척박한 곳으로, 주민은 1000여명 정도라고 한다.


(여담으로, 재미있는 건(?) 도쿄에서 주로 부촌에 사는 사람들이 자동차에 시나가와(品川) 지역 번호판을 다는데, 미야케지마도 관할상 시나가와 번호판을 단다. 이는 도쿄에서 배로 1~2일 걸리는 오가사와라제도小笠原諸島도 마찬가지다. 소속이 도쿄이기 때문)


혼슈에서 상당히 떨어져있는 미야케지마

화산 분화로 인한 흔적은 섬 곳곳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사진 몇장으로 소개해볼까 한다. 


아래 철골구조물은 학교가 있던 지역으로 학교까지 마그마가 내려와 그대로 파묻혀있다. 검은 토양은 모두 화산재나 마그마가 식은 것이다. 식물들도 분화 당시 모두 타버렸는데 어느새 다시 자라고 있었다.



물론, 이글은 미야케지마 소개를 위해 쓰는 글은 아니다. 


당시 저녁식사 자리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하려다보니 다소 돌아오게 됐다. 미야케지마는 섬 지역이다보니 당연히 저녁 상에 회(お刺身)가 푸짐하게 나왔다. 더불어 각자에게 차려진 밥상도 섬 채소 등을 활용한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미야케지마에서 대접받은 회
미야케지마에서 먹었던 저녁 정식(?)

식탁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당시 메인은 회였다. 개인적인 감상일지도 모르겠으나 한국에서는 회와 밥을 같이 먹는 경우는 잘 없지 않나 싶다. 오히려 회를 먹고 나서 매운탕이 나오면 그때 밥을 비로소 먹기 시작하지 않을지.


하지만 이날 회에 간장을 찍어먹던 몇 사람이 "밥 생각이 나네"라며 밥을 연달아 요청했다. 그러곤 밥위에 회를 얹은 뒤 간장을 뿌려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제대로 설명하기는 힘든데, 같은 쌀밥문화권임에도 '입맛이 돋워지는' 지점이 묘하게 다르다는 사실을 느꼈다.


이 일이 있고 나서 '회+간장'이 일본인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밥도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자카야에 가서 참치회가 나오고, 거기에 간장을 뿌리다가 참지못한(?) 일본인이 밥을 주문하는 일을 종종 접하게 되면서다(필자에게도 먹으라고 권하는 일이 몇 차례 있었는데, 속으로는 다소 의아해하면서도 겉으로는 기쁘게 먹었다).


일본에서 파는 '海鮮丼(카이센동)'이라는 덮밥은 오로지 쌀밥에 회만 올라가 있고, 거기에 간장으로 간을 해서 먹는다(밥에 식초간이 돼있는 치라시즈시ちらし寿司와는 조금 다른 음식). 처음에는 밍숭맹숭해서 영 먹기 그랬는데 이젠 그럭저럭 먹기는 한다.


(사실상 밥과 회로 승부를 보는 음식이기 때문에 두가지 다 어느정도 수준을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음식이기도 하다. 회의 질감이 별로라든지, 밥이 맛없다든지 하면 음식의 가치가 확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본식당의 밥은 한국보다 전반적으로 맛있는 편이다)


전형적인 카이센동 구성


일본에서는 '밥맛을 돋우다'는 의미로 '고항가 스스무(ごはんが進む)'라는 표현을 쓴다. '고항(ご飯)'은 밥이라는 의미로 이 자리에 술(お酒) 등을 넣어도 뜻이 통한다. 술이 잘 넘어간다는 의미다. 한국에서라면 간장게장이 유사한(?) 역할을 한다고 할까. 


실제 이 표현을 딴 아지노모토(味の素)의 제품(고항가 스스무군ご飯がススム君, 군은 어린 남자를 지칭하는 말)이 출시되기도 했다. 아래 CM이다. 


'밥위에 얹어서 먹으면 밥 한그룻 뚝딱'이란 제품 이미지를 살린 CM이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남자아이의 그로테스크함이 화제를 불렀다고 한다(밥이 이미 없다고 하자 분노하는 모습).



아주 기본적인 주식(主食)은 동일하지만 세부적인 입맛 부분에선 미묘하게 차이가 나는 셈이다. 요즘 음식을 통한 인문학(?)이 한국 문화의 대세가 되고 있다. 거기에 편승(?) 해보고자 얕은 지식으로 몇 자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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