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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ul 28. 2017

'혼밥 대국' 일본의 양면성

혼밥과 다른 혼술... 그리고 사회적 맥락

한국에서 벌어지는 혼밥 논란을 보며 몇 자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교익 선생이 혼밥을 부정적으로 설명한 데 대해, 일정 부분 동의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황 선생이 말한 전반적인 맥락(즉, '혼밥이 과연 좋은 것인가' 하는 데 대한 문제제기)에 공감하며 특히 '한국적 혼밥 현상'의 배경을 묻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적 자폐와 같은 용어에까지 동의하기는 쉽지 않다). 


일본과 비교하면서 논의를 풀어가볼까 한다. 특히, 혼밥과 혼술의 '상황'과 '맥락'이 다소 다르다는 점도 지적하고자 한다.


대부분이 동의하다시피 일본은 한국보다 앞선 혼밥, 혼술 대국이다. 어디가든 혼자서 먹을 수 있게 카운터석(1인석)을 마련해두고 있고, 점원도, 주위사람도 개의치 않는다. 한 블로거분께서 일본 내 관련 상황을 잘 정리해두었기에 링크를 걸어본다.


우선 혼밥부터 얘기해보면, 대표적인 혼밥집은 라멘, 덮밥체인 등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 여행와본 분이라면 아실 듯 싶지만, 주위를 전혀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이런 곳은 먹는 속도도 빨라서 누구든지 얼른 먹고 얼른 나간다. 점원이나 주인도 어지간한 단골이 아니면 말을 걸지 않는다. 방해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이다. 가게(회전율이 엄청 높다)로서도 손님으로서도 이익이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이같은 일본의 혼밥문화에 대한 인식에는 성별차이가 다소 존재한다. 


남자들은 대체로 거리낌없이(?) 혼자서 밥을 먹으러 다니지만, 여자는 다소 시선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실제 구글 검색에 '혼자서밥一人飯'를 넣어봤더니 자동검색창 맨 위에 '여자女’가 따라나왔다.


혼밥 구글 검색결과

검색해보니 여자 혼자서도 갈 수 있는 식당이나 방법, 이점 등등이 줄줄이 검색돼나왔다. 그 가운데는 '초심자 반드시 볼 것'이라는 타이틀로 시작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있었다. 


カフェや映画館、レストラン……。ふと周りを見渡すと、おひとりさまで楽しんでいる女性、けっこう増えたと思いませんか?

카페, 영화관, 레스토랑... 문득 주위를 둘러보면 혼자서 즐기고 있는 여성, 꽤 늘었다고 생각되지 않으시나요?


そう、「女が一人で行動するのは寂しい」なんて、もはやナンセンス!と言える時代がやってきました。

맞습니다, "여자가 혼자서 행동하는 것은 외로워"라니, 이젠 넌센스!라고 말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즉, 시대가 바뀌었고, 여성도 혼밥을 즐길 수 있는 게 최근 일이라는 얘기다 (윗 글 작성시점은 2016년 10월). 어찌보면 여성들에게는 거부감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고도 하겠다. 필자가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여성분의 작문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어 일부분을 소개해볼까 한다.


혼밥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느껴지는 부분


일본인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는 통계도 있다. '아사히맥주'로 유명한 아사히그룹이 조사한 인터넷 조사결과다. 2015년 7월, 23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다고 한다. 


우선 아래표를 보면 '혼자서 하는 런치 외식은 좋아하는지?' 물었는데 의외로 46.2%가 '좋아하진 않지만 할 수는 있다'고 답했다. '그럭저럭 좋아한다'가 22.5%, '아주 좋아한다'가 8.6%로 합쳐서 30%를 조금 넘겼다. '혼자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13.3%,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가 9%에 달했다.



저녁은 어떨까. 거부감이 더 커졌다. 22.9%가 '혼자서는 거부감이 든다'고 했고, '불가능하다'가 19.4%였다. '좋아하진 않으나 할 수 있다' 38.4%, '그럭저럭 좋아한다' 13.4%, '아주 좋아한다' 5.4% 였다. 



성별을 구분해 살펴본 것은 예상했던 결과가 나왔다. 여성도 대체로 혼밥을 할 수는 있으나 좋아한다는 비율은 남성보다 낮았다. 사회적 압박이랄까, 성별에 따라 느끼는 시선이 다르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다. 


결론을 말하자면, 일본에서도 '혼밥'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선과 부정적인 시선이 교차하고, 반드시 긍정적인 면만 부각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같이 먹으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불가피하게 혼자 먹는다는 느낌도 언뜻 느껴진다(물론, 필자는 혼밥을 즐겨하고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혼자서 먹는 게 좋다는 입장이긴 하지만). 




그렇다면 '혼술'은 어떨까. 일본 내에서 혼밥과 혼술은 다소 맥락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퇴근길이나 귀갓길에 방해받지 않고 혼자서 한잔 걸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골목에 있는 동네술집(주로 개인경영)의 경우, 혼자서 가지만 그 안에는 이미 '아는 사람'이 있다. 점장이든 손님이든. 


드라마 심야식당(信や食堂)은 이런 일본의 현실을 잘 그려냈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심야식당은 '판타지'에 가깝지만 '일본에선 '리얼리즘'의 범주안에 들어간다고 본다(이런 차이에 대해선 <심야식당>서 엿보는 일본의 공동체에 적어두었다).


최근 시작한 일본 드라마 '이자카야 후지(居酒屋ふじ, 테레키 도쿄)' 역시 이같은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드라마다. 도쿄 나카메구로의 이자카야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며 벌어지는 얘기를 다뤘다. 일본에서 '혼술 행위'란 혼자간다는 의미도 분명히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가는 측면도 있다는 점을 강조해두고 싶다.


그리고 이런 측면의 혼술은 한국에선 결여돼있지 않나 하고, 감히 생각해본다. 적당히 친근하게 대해주는 점장 혹은 점원, 그리고 가벼운 얘기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는 대화상대. 


이런 문화가 저절로 생기는 건지, 아니면 일본이 적당한 거리를 두는 사회라 그런지는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한국의 현상황과 일본이 거리가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 싶다. 경계심이 강하다고 할지. 아니면 쓸데없는 얘기까지 하는 일이 많아서일지(매너 측면에서 일본이 나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건 모르겠으나).


이자카야 후지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 주인공이 어째서 여성이 아닌 중년 남성인지에 관해서도, 어쩌면 이런 사회적 환경을 은연중에 반영한 결과라 말 할수 있을듯 싶다. 또한,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井之頭五郎)가 술을 전혀 못하고(권해도 못한다고 거절한다) 오로지 밥만 먹는 것도 혼밥과 혼술의 의미 차이를 반영한 것이리라. 


고독한 미식가 시즌 3 8회는 이같은 차이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도쿄 우구이스다니(鶯谷)역 근처에 있는 대낮부터 마실 수 있는 이자카야를 방문하는 이노가시라. 이미 동네 술꾼들이 자리한 가운데, 좀 꺼려지면서도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주문을 한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귀찮게도' 이런 저런 말을 걸어온다. 아래는 손님과 점장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


손님과 점장의 대화
이미 어느 정도는 아는 사이(이름을 아니까)
술꾼이 말을 건다

윗 사진들은 이미 점장과 안면을 튼 손님들과 오로지 혼밥하러 온 이노가시라의 모습이다. 다른 사람이 주문한 음식에 대해 말을 걸어오자, 처음엔 억지로 웃는 척하다 다음 컷에는 얼굴이 아래 사진과 같이 바뀐다.


떫떠름한 얼굴

그리고 바로 옆에 앉은 여성이 귀찮게 "술 안마시냐"며 말을 걸자 보이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옆의 여자를 '적'이라고 맘속으로 표현하고 술마시는 게 훌륭하다고 칭찬(?)하는 장면이다. 


혼밥의 목적은 오로지 밥, 혼술의 목적은 술이라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이게 차이랄까. 혼밥 자체가 일본에서 무조건적으로 (?) 칭송받고 있지 않다는 사실, 혼술은 혼자서 마시는 술이라기보다는, 혼자서 술집에 가서 어울리는 일이라고 해석하면 어떨는지. 


그런 측면에서 황교익 선생이 혼밥 문화를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문제 있는 언어적 표현은 논외로 하되) 지적한 부분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물론, 혼밥 혼술을 즐기는 필자로서(설레임을 느낄 정도로)는 '선택의 문제'라 항변하고 싶지만, 사회적 맥락에서 보자면 틀린 말도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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