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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N Jun 15. 2017

북해도 기업 '니토리'의 성공신화

디플레형 가격 전략과 세련된 디자인을 내세운 가구업체

저성장이 장기화된 일본 경제에서 기업들은 그에 맞게 적응해왔다. 이른바 '디플레형' 기업이다.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은 가격 이상의 만족도를 준다. 이윤이 많이 남지는 않지만 많이 팔리는 덕에 적정 수준의 이익이 유지된다. 


이자카야 체인 '토리키조쿠(鳥貴族)'가 대표적이다. 


모든 메뉴 가격(심지어 술도)이 280엔(세금제외)이다. 그러다보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마시러가자"하면 일단 토리키조쿠에 가는 일이 많다. 역 앞에는 어지간해서 한군데 있고, 심지어 3~4 지점이 동시에 있는 경우도 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줄여서 보통 '토리키'라고 하는데, 대부분 개점 1시간 뒤에는 줄이 생긴다. (그런 만큼 알바 노동강도가 센 듯해, 점원 중 외국인(특히 동남아계)이 많이 눈에 띄는 것도 특징이라 하겠다)



얼마전 블로그 글(출판 왕국에서도 서점은 위기)을 통해 대형서점 키노쿠니야가 신주쿠미나미지점에서 철수했다는 내용을 적은 바 있다. 


해당 지점 자리에 새로 들어온 기업은 가구체인 '니토리(ニトリ)'다. 한국에는 그렇게까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가구하면 니토리'라고 할 정도로 널리 인식되는 기업이다. 도심 한복판에 가구점이 들어오는 게 어떤 면에선 뜬금없는데, 진출 소감을 말하는 회장의 얘기를 전해본다.


「乗降客数が世界一多い新宿への出店は、長年の憧れだった。今のニトリの全力を尽くした店がどう評価されるか、大学入試の日のようにドキドキしている」


"승하차객수가 세계 1위인 신주쿠 출점은 긴 시간 갈망해온 일이었다. 지금의 니토리가 전력을 다한 점포가 어떻게 평가될지, 대학입시날처럼 긴장하고 있다"


회장 이름은 니토리 아키오(似鳥昭雄). 바로 알 수 있듯, 본인의 성에서 기업이름을 정했다. 창업한 건 1967년 북해도 삿포로에서였다. 


니토리 북해도 본점. 출처: 위키피디아

신주쿠 점은 고객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 최근 기사를 하나 보자. 


올해 3월 기준으로 고객수는 평일 1만5000명, 주말은 2만5000~3만명이 찾고 있다고 한다. 상정했던 고객수를 크게 넘어서는(10~20%) 수치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도심 쇼핑몰에서 가구를 산다는 인식이 얼마나 자리잡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운 눈길도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교외나 주택가가 모여있는 지역에 점포를 내왔던 니토리가 도심에서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니토리 신주쿠점의 목표는 "차가 없는 사람들이 집에 갈 때 간편하게 구입할 수 있는 점포"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든 사람들보다는 젊은 사람들이 주 타겟층이다.


니토리 긴자점 사진. 출처: https://ryutsuu.biz/strategy/j031426.html


니토리의 성장세는 눈이 부실 정도다. 


2015년 일본+해외(대만, 싱가포르 등) 점포가 400곳을 넘어섰고, 동시에 매출도 4000억엔(4조원)에 달했다. 도쿄증권시장 1부(한국의 코스피) 상장기업으로, 아래 주가 그래프를 보면 기업의 성장세가 한눈에 들어오리라 본다. 4000엔 밑이던 주가가 현재는 1만5000엔을 넘어서고 있다.


야후 재팬 주가지수

니토리의 캐치프레이즈는 뭘까. 


개인적으로 니토리의 CM은 의미를 분명하게 전하면서, 소비자들에게 기업 이미지를 확실히 심어주는 데 기여했다고 본다. 제품과 가격이 동시에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아래 동영상들이다.


첫번째 동영상은 침구류 세트를 소개하는 내용이다. 


제품을 보여주면서 무엇보다 '당당하게' 가격을 공개하고 있다. 한국에서 봤을 때도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다.


이번에는 주방용구인데, 니토리가 단순히 대형 가구만 파는 게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점도 다양한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라 하겠다. 디자인도 개인적으로 괜찮다고 본다.



이번에는 전체적 코디네이트를 할 수 있다는 광고.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니토리 CM 말미에는 반드시 'お値段以上、ニトリ'라는 문구가 울려퍼진다. '가격 이상, 니토리'라는 뜻이다. 기업이 내걸고 있는 목표가 분명히 드러난다. 가격 이상 만족을 준다는 얘기다. 


물론 제품 대다수는 중국 공장(혹은 동남아)에서 만든 이른바 '메이드 인 차이나'다. 니토리의 이같은 전략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1) 원재료를 찾기 위해서는 세계 끝까지도 간다


오리지널 가구 개발에 필요한 재료 구입을 위해 조달처를 중국, 말레이시아, 타이 등 7개국 15개소에 두고 있다. 모든 조건을 철저히 조사해 가장 저렴하면서도 질이 좋은 재료를, 효율적 물류망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2)상사(商社)를 끼지 않은 완전한 자급주의


무역회사를 끼지 않고 모든 거래 과정(개발, 제조, 물류, 판매, 애프터서비스 등)을 니토리가 맡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노하우를 축적하고 개발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한다. 불필요한 중간 비용(교섭, 유통 등)을 없애는 데도 톡톡히 기여하고 있다고.


3)무엇보다 물류 체제가 강하다


니토리는 '제조물류소매업'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물류거점의 개발, 비용 효율화에 성공하고 있다. 계열 회사(최근 분사)가 현재 물류를 맡고 있는데, 가구라는 대형 제품 물류에 있어서 이 점은 전국 보급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래 기사를 참고로 했다. 가구업체답지 않은(?) 기동성이 성공 요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 매출도 증가하고 있어서, 향후 미래도 어둡지 않다는 게 전망 기사의 예측이다. (7000엔 이상 사면 배송료가 무료가 된다)




한국에서 스웨덴 기업 이케아(IKEA)가 화제가 됐는데, 니토리는 이케아보다 디자인에 좀더 신경을 쓰는데도 가격이 좀 더 낮다. 물론 책상이나 책장 등을 직접 조립해야 한다는 점은 다르지 않다. 


니토리 점포 역시 깔끔하게 짜여져있고 대형가구부터 소형 잡화나 주방용구 등까지 다양한 제품을 팔고 있다.

(인근에 대형 이케아 매장이 있어서 가봤는데 개인적으로 맘편히 살 수 있는 곳은 아무래도 니토리쪽이다)


니토리는 최근 일본 내 백화점이 후퇴하는 틈을 노려서 도심 진출도 서두르고 있다. 현재 살고 있는 인근 타치카와(立川)에도 재건축한 대형 빌딩 내 니토리가 입점했다. 공격적 확장이라고 하겠다. 가구기업이 디플레에서 성공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건 어떤 면에서 이례적이랄 수도 있을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이케아'라기보다는, 니토리 자체가 하나의 모델이 될 것이란 예측도 감히 해본다. 일본과 소비자의 요구가 비슷한 한국에서는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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