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도 취향은 있다

그리고 집사는 그것을 자기 좋을대로 해석한다

by 껄룩

우리집 고양이 '내오'는 참치캔 중독이다.


과거에 내오는 출산으로 인한 후유증을 앓았다. 전혀 먹지를 못해 뼈와 가죽만 앙상하던 기억은 아직도 나를 슬프게 한다. 큰 수술을 견뎌내고 기적적으로 다시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면서, 쇠약해진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아낌없이 먹였던 것이 고단백·고열량의 고양이용 참치캔이다.


덕분인지 때문인지 지금 내오는 건강을 회복했음은 물론, 몸무게가 6킬로그램에 육박하는 뚱냥이가 됐다. (일반적인 암컷 코리안 숏헤어 성묘의 몸무게는 약 4킬로그램이다.) 그리고 이제 참치캔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는 몸이 되었다.


고양이는 자고로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키운다고 했다. 이런 내오에게 아무거나 먹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참치캔 중독으로 인한 비만으로 고민중인 내오


처음에는 시중에 나온 제품 중에 고급스러운 A 참치캔을 잔뜩 사서 쟁여놓고 먹였다. 가격이 다른 것보다 많게는 두 배 이상 차이가 날 정도로 고가의 제품이었다. 주재료인 참치나 닭고기는 물론 게맛살이나 연어 같은 토핑도 사람이 먹는 것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였다. 또 마치 참치의 뱃살 기름을 연상시키는 젤리가 포함되어 있어서 그걸 살코기와 잘 버무려 놓으면 먹음직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것이 고양이가 아니라 순전히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각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다.


온라인몰에서 대량으로 참치캔이나 사료를 주문하면 가끔 다른 브랜드에서 새롭게 출시된 참치 캔을 샘플로 주는 경우가 있다. 매일 A 참치캔만 먹으면 지겨울까 싶어 (이것 역시 고양이도 사람처럼 똑같은 음식을 지겨워할 것이라 여기는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다) 가끔 오는 샘플을 내오에게 먹여보면 고양이도 분명히 호불호가 있다는 점을 알 수가 있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이 호불호가 인간의 기준과는 전혀 다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내오는 고급스러운 A 참치캔보다 색깔이 거무스름하고 냄새가 심하며 살코기가 잘게 부서지는 퍽퍽한 B 참치캔을 선호했다. 가공이 많이 들어간 전자보다 본래의 생선 맛과 향이 훨씬 강한 후자를 선호하는 것일까?


고양이에게도 취향은 확실히 존재한다


A 참치캔은 실제 수요자(고양이)보다는 제품의 구매자(집사)의 기호와 니즈에 더 중점을 두고 기획된 상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하는 우리집 야옹이에게 좋은 것을 먹이고 싶은 집사들의 마음을 자극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좋은 것'이란 사람의 관점이긴 하지만.


고양이들은 홈페이지에 리뷰를 달거나 SNS에 후기를 남기거나 소비자만족센터에 전화를 걸지는 않으므로 그렇게 고급스러운 참치캔을 실제로 더 선호하는지 정량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집사가 얼마나 그것을 자기 고양이에게 먹이고 싶은지이다. 최근 반려동물용 먹이를 피자, 파스타, 햄버거 등 사람의 음식 형태로 만든 제품이 출시되어 불티나게 팔리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반대로 B 참치캔은 적극적인 샘플링을 통해서 고양이의 실제 취향은 집사가 생각한 것과는 다를 수도 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가격대나 모양새와는 상관 없이 고양이가 B 참치캔을 좋아한다면 그걸로 된 것이다. 결국 그 참치를 먹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니까.


결국 마케팅은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위한 싸움이다. 그것이 실제로 참치캔을 먹는 고양이의 마음이든, 아니면 그런 고양이를 위해 지갑을 여는 집사의 마음이든. 그리고 마음을 얻으면 구매로 이어진다.


나는 앞으로도 내오가 더 좋아하는 B 참치캔을 사다 바칠 것 같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내오가 정말로 B 참치캔을 A 참치캔보다 선호하는지, 아니면 그냥 내가 사람 입장에서 고양이의 취향을 멋대로 판단한 것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때로는 내오가 그냥 '내가 원하는 건 이런 거다냥' 하고 말해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럼 이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하지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너에게 그걸 줄 텐데.


한 가지 확실한 건 내오가 텅 빈 밥그릇은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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