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떡볶이집은 기묘한 곳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

by 껄룩

그 떡볶이집은 기묘한 곳이었다. 먼저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아이러브 신당동'이라는 이름이다. 아이러브 떡볶이도 아니고, 왜 뜬금없이 신당동에 다한 사랑을 고백하는 걸까.


신당동에 떡볶이 골목이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 가게가 떡볶이를 파는 가게라는 사실을 알 길이 전혀 없다. 물론 그걸 알고 있는 사람도 '아이러브 신당동'이라는 이름에서 떡볶이를 연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테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가게에 들어서면서 보니 아니나 다를까, 카운터 한 편에 '아이러브 떡볶이'라고 상호가 표시된 메뉴가 붙어 있다. 직감적으로 이 떡볶이집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리고 그 직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가게는 마치 고속도로 휴게소를 연상시키는 구조였다. 중앙에 빽빽하게 배치되어 있는 수많은 테이블과 의자를 가판대들이 빙 둘러싸고 있다.


잠깐, 가판대?


입구를 기준으로 정면에는 떡볶이가 나오는 메인 주방이 있었고, 우측에는 팥빙수, 소프트 아이스크림, 커피와 각종 음료를 파는 판매 부스가 아예 따로 있다. 왼쪽에서는 닭발을 팔고 있다. (닭발?) 다만 손님이 각 판매대로 가서 음식을 주문하는 휴게소와는 달리 종업원들이 제대로 주문을 받고 해당 코너에서 음식을 가져다준다. 팥빙수 등 디저트는 판매대로 직접 가서 주문을 하고 받아와야 하는 듯하지만, 늦은 시간이라 장사를 마친 모양이었다.


밤 열 시가 넘은 늦은 시각이었지만 가게 안은 왁자지껄했다. 분위기가 충분히 무르익자 한 남자가 등에 기타를 매고 우리 테이블 옆에 있는 무대 쪽으로 걸어온다.


어, 무대?


그러고 보니 떡볶이 코너와 디저트 코너가 만나는 곳, 즉 가게의 구석에 자그마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 DJ(알고보니 DJ였다)는 주섬주섬 무대를 정리하더니 곧 무심한 표정으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뒤에 MR을 깔고 버스커버스커의 '이상형',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등을 부르는 모습이 마치 라이브 카페에 온 것 같았다.


다만 창백한 백열등 불빛과 스테인리스 수저가 떡볶이 냄비와 부딪히며 내는 요란한 소리, 그리고 시끄럽기 그지없는 가게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한쪽 벽에 걸린 대형 TV에서는 뮤직비디오 속 아이돌이 벙어리가 된 채 입만 뻐끔대고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와 라이브 카페의 정취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이상한 떡볶이집.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극명해 보였지만 그 코어에서 맛있는 떡볶이가 겨우 중심을 잡고 있다는 느낌의 가게였다.


그 날의 경험은 당초 기대했던 신당동 떡볶이 골목의 정서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었지만, 아이러브 신당동이라는 가게를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초현대적인 음식점으로 내 마음 속에 확실히 포지셔닝하는 데는 성공했다.


다시 가겠느냐고?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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