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학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내가 코카콜라에 중독된 것은 대학교 시절 무렵이었다. 광고쟁이의 꿈을 키워가기 위해 마케팅의 원탑이라 여겨지던 코카콜라의 광고들을 섭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코카콜라의 마수에 사로잡혔다.
영국 유학 때는 밥을 먹고 항상 단 것으로 입을 가시는 버릇이 생기는 바람에 설상가상으로 거의 매 끼니 후에 콜라를 찾게 되었다. 맛은 지독한 주제에 기름기만 번드르한 영국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에 마시는 콜라는 나에게 생명수나 다름 없었다.
기숙사에 있는 자판기에서 60펜스짜리 콜라를 단돈 5펜스에 뽑아마실 수 있는 트릭을 발견했을 때가 그 정점이었다. 5펜스 짜리 동전을 먼저 하나 넣고, 그 다음에 50펜스 짜리 하나, 마지막으로 10펜스 짜리 하나. 정확히 이와 같은 순서로 동전을 넣고 음료수를 뽑으면, 짤그락 하는 소리와 함께 10펜스 짜리와 50펜스 짜리 동전이 다시 거슬러져 나오는 것이었다.
그것도 하고많은 자판기 음료수 중에 코카콜라만 가능했다. 이 트릭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정말 유레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것은 마치 광활한 사막에 오직 나 혼자만 알고 있는, 생명수가 끊임없이 퐁퐁 솟아나오는 오아시스와도 같았다. 금액이 자꾸 빈다는 것을 자판기 관리인이 알아차리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렸다. 자판기 수리가 완료되었을 때 이미 내 방에는 코카콜라 캔으로 만들어진 탑이 완공된 후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그 양이 조금 줄긴 했지만 하루에 한 병씩은 꼬박꼬박 콜라를 마셨다. 내가 혼자 밥 먹을 때마다 가끔 보는 어느 유튜브 먹방 BJ는 음식을 먹기 전에 항상 ASMR 마이크로 콜라를 얼음컵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는 소리를 들려준다. 그 소리를 듣고 나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져서, 이미 한 병을 마셨는데도 또 한 병을 사러 집 앞 편의점까지 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이렇게 좋아하던 콜라를 모종의 이유로 끊은 지 거의 2주 째가 되었다. 지금 콜라를 사러 나가기엔 바깥에 부는 밤바람이 무척이나 매섭다는 사실은 보일러를 틀어 놓은 따뜻한 방 안에 있어도 알 수 있다. 그래도 콜라에 대한 나의 서사시를 글로 옮기다 보니 참을 수 없이 콜라가 당기는 밤이다.
그 블랙홀같이 어두운 액체 위에서 춤추는 투명한 얼음. 입 안과 목을 넘어 온 몸의 구석구석을 간지럽히는 이산화탄소의 느낌.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머리속에 펼쳐지는 다양한 코카콜라 광고의 행복한 이미지를 다시 한 번 만끽하고 싶다. 나 콜라 마시고 싶어.
"안 돼."
그녀가 고개를 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