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공부가 인생에 도움되는 이유

츠타야까지 가서 편의점 맥주만 먹다 오고 싶진 않았다

by 껄룩

15년 지기 친구 셋과 일본 여행을 떠났을 때의 이야기이다.


나에게는 기획자의 이름을 걸고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일정이 하나 있었다. 나 말고는 친구들 중 누구도 관심 없는 곳을 여행 계획에 끼워 넣는 조건으로 나로서는 전혀 흥미가 없었던 초대형 건담이며 명품 옷 매장에 가기로 기꺼이 합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은 불만이었다. 해외여행까지 가서 뭣하러 그런 재미없는 곳에 가느냐는 거였다.


나는 내색하진 않았지만 속으로는 꽤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브랜드와 기획에 전혀 관심이 없던 녀석들이라도 막상 츠타야 티사이트에 발을 들인다면 틀림없이 즐거운 경험을 할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 flickr.com


츠타야가 어떤 곳인가. 사람들에게 좋은 취향을 설계해 주고 누리고 싶은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해주는 것을 기치로 내건 공간이다. 평소에 친구들과 게임과 연애, 패션 말고 다른 주제에 대해서 대화를 나눈 기억이 거의 없었기에, 츠타야에서라면 조금 더 지적인 대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내 생각(솔직히 말해 희망사항) 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나의 바람은 츠타야를 한 번 슥 훑어본 친구 녀석의 한 마디 말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뭐야, 그냥 교보문고구만 뭘.


그리고는 근처 편의점 벤치에 앉아 캔맥주를 홀짝이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앉아서 기다릴 테니 혼자 구경하다 오라는 말과 함께.



친구는 아마 몰랐을 것이다.


츠타야는 우리가 태어나기도 한참 전인 1983년부터 이미 서점을 책만 잔뜩 쌓인 지루한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재정의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가 익히 알고 있는 교보문고의 현재 모습은 (아마도) 츠타야로부터 영감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도.


만약 친구가 이러한 사전 지식이 있었다면 츠타야를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었을까?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일본의 작은 도시가 츠타야의 기획력이라는 날개옷을 입고 연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유치하는 관광도시로 날아올랐다는 이야기를 알았다면? 그것도 아니라면, 츠타야의 창립자 마스다 무네아키가 일본 전역에 무려 14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며 일본인들의 지갑을 마구잡이로 열어젖히는 엄청난 부자라는 사실을 알면 조금은 관심을 보일지 모른다.


물론 친구들의 무지함을 까내리고 싶은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다. 이런 쪽에는 관심이 그야말로 제로에 수렴하는 사람들이니까. 대신 내가 아예 알지 못하는 어떤 분야에 대해서는 매우 조예가 깊을지도 모른다.


그날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평범한 진리가 아니라 그렇다면 어떤 것을 알아가고 어떤 것을 유의미하게 바라보며 살아갈 것인가 하는 삶에 대한 질문이었다.


세상에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지식이 있고 아무리 공부해도 결코 도달할 수 있는 깊이가 있다. 아예 전혀 공부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도 물론 존재한다. 무엇에 얼마만큼 관심을 가질지, 얼마만큼 유심히 바라보면서 살아갈지는 필연적으로 선택의 문제이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시선이 오래 머무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마련이다.




나는 브랜딩이란 사람들에게 세상과 사물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안함으로써 물적, 심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평범한 티셔츠도 Supreme의 로고가 프린트되어 나오면 단순한 의복을 넘어서 자유분방하고 도전적인 스트리트 컬처를 표방하는 상징물이 된다. 또 숙박이라는 행위가 Airbnb의 브랜드 경험을 거치면 낯선 도시에서 현지인의 일상을 향유하는 체험으로 업그레이드되기도 한다. 따라서 브랜딩이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을 달리한다'라는 순수하게 정신적인 활동을 통해 가치를 창출시키는 작업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한 공부는 나에게 있어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연습이다. 전 세계적으로 존재하는 수만 개의 브랜드는 곧 수만 개의 시각이다. 그 뒤를 받쳐주는 철학과 논리와 감정과 역사를 알아가고 이해하면서 나 자신의 사고와 지평을 넓혀가는 것이 나로서는 무척 재미있다.


앞으로도 나는 다양한 기업과 도시, 국가들이 브랜딩이라는 작업을 통해 어떻게 정신적·금전적 가치를 창출하는지를 영민하게 탐구하고, 이런 방식을 나의 삶에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지 고민할 것이다. 또 그러한 고민을 글에 담을 것이다.


이것이 내가 지금껏 터득한 나 자신을 조금 더 발전적이고 시야가 넓은 사람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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