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가 좋다. 햇볕은 따뜻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어디 밖에서 산책하기 좋은 날이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어디를 가든 기분이 좋다.
하지만 날씨가 맑은 날이라고 해서 꼭 모두에게 좋은 날이 되지는 않는다. 날씨와 상관없이 각자의 사정으로 안 좋은 날일 수 있다. 맑은 날에 좋은 기분을 누릴 수 있는 것은 마음에 여유가 있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무탈한 일상을 즐기고 있는 사람에게는 배가 되는 기쁨을 주고, 바쁜 와중에 잠깐의 여유를 가진 사람에게는 기분을 환기할 기회를 준다.
마음에 여유가 없는 사람은 좋은 날씨를 놓친다. 자기 앞에 놓인 상황과 일을 보기에 바빠 날씨를 살필 새가 없다. 누가 옆에서 '오늘 날씨 좋네'라고 하면, 그제야 주위를 둘러본다. 어쩌다 마주한 좋은 날씨와 자신의 처지가 비교되어 비참함을 느끼거나, 비로소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기거나.
날씨는 지역 사람들 모두에게 동등하게 찾아온다. 이 값없는 선물을 어떤 형태와 무게로 받아들일지에는 정답이 없다. 잘잘못도 없다. 받을 자격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오늘만 찾아오는 것도 아니다. 그날그날 내 마음과 상황이 허락하는 만큼만 받아들일 뿐이다. 다만, 하늘을 바라보며 내 마음을 돌아볼 수는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