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치려 하지 말고 물어보라

by 재원

"그런 사람은 뭘 가르치려고 하지 말고 물어봐야 혀"

지난주 외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다. 어머니의 고민을 듣던 할머니가 당신의 지혜를 나누셨다. 인간관계에 관한 내용이었다. 최근 어머니 주변에 오랫동안 함께 해야 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그 사람이 보통 사람들보다 사회생활에 많이 어리숙해서 생긴 고민이었다.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든 환경이 안타깝다는 마음이 크지만, 그 사람의 무례한 행동에 화가 나는 마음도 어머니께 동시에 존재했다. 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보통 마음 쓰는 일이 아니었다. 할머니가 건네주신 조언과 위로의 말씀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이 바로 위 말씀이다. 전하려고 하셨던 진정한 속 뜻은 잘 모르겠다. 스치듯 지나간 문장이었기에, 그 의미를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난 그 말씀에서 당신의 삶 속에서 스며나오는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었다.


'너 정말 왜 그래?'라는 말은, 많은 경우에서 질문이 아니다. 그러지 말라는 거다. 왜냐고 물어보는 형태지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말이 아니다. 다만 오래전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 말 버릇에는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있다. 내 기분이 격앙되어 있더라도, 상대방의 그 행동을 먼저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화나고, 납득할 수 없는 이 기분은 순전히 '내 중심'의 마음이다. 눈앞에 상대가 있고 그 사람을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내 기준, 내 기분으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있다. 그 상황에서, 내 입장을 한 번 무르고, 상대방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이 '왜 그래?'라는 질문으로 표현된다.

쉽지 않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의 약점이 보이면 그 사람 위에 내가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내 상식이 선이며 정의가 되고, 그의 행동은 잘못이며 개선되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이런 '나 중심'의 생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때에 따라서는 내 의사와 입장이 중요하다. 그러나 만약 내가 누군가의 위에 있다고 생각되거나, 실제로 상대방보다 높은 위치에 있을 때, 내 입장만 주장하는 것은 폭력이다. 물론 내 입장도 중요하지만, 내 화를 상대방에게 표현하는 순간, 내 입장은 충분히 현장에 개입된다. '왜 그래?'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로 내 차례는 다 했다는 것이다. 그다음은 상대방이 자신의 언어로 자신의 입장을 말하는 순서를 기다려 주자. 대부분의 화가 그렇듯, 금방 뜨겁게 차오른 마음은 또 금방 차가워지고, 이내 그 사람의 언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다. 유의미한 대화로 서로의 의도를 다시금 깨닫고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인지한 상태가 되면, 나도, 상대방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만들 수 있다.


상대방에게 문제점을 지적하는 상황에서도, 그 사람의 입장을 물어보고 하는 말과 그렇지 않은 말은 내용에서나 상대방이 받아들이는 것에서나 차이가 있다. 자신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되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지적을 받는 사람도 '나를 위해서 해주는 말이구나'라는 걸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정말 단순하지만, 내 생각, 내 정의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상황을 해석하고 있으면 이 사실을 놓치기 쉽다. 가르치려거든 먼저 물어보자. 서로 더 유익한 관계로 나아가는 방향이며, 내 생각에 내가 잠식되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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