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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숨기기

모더레이터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by 라이프쉐어

누가 주인공이 되어야 할까?


라이프쉐어 모더레이팅 철학 중에 가장 중요한 점은 참가자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이곳은 진리를 알려주는 대학도 아니고, 전술을 알려주는 군대도 아닙니다. 귀한 시간 내어 찾아온 사람들이 조금더 안전함과 자유함을 느껴, 그들의 존재 그대로를 더욱 발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더레이터는 의도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숨깁니다. 모더레이터는 프로그램 혹은 공간을 찾아온 사람들에게 첫 환영 인사를 건내고, 처음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 행위 만으로도 이미 많은 에너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카리스마를 너무 열심히 풍기면 다른 사람들은 그만큼 등껍질에 고개를 넣은 자라처럼 시작부터 수동적인 자세로 임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경계의 시간, 호스트는 존재감을 숨긴다.


누구나에게 소셜한 모습을 감추고, 주변을 살피는 경계의 시간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 시간은 되게 초반이 될 경우가 높습니다. 참가자들에게는 아주 낯설고, 연약한 시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은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익숙한 젠틀함 속에 잠시 쉬어갑니다. 이때는 적극적으로 다가서거나, 너무 열심히 지휘자의 역할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라이프쉐어에서는 오히려 참가자의 한명, 또는 일일 아르바이트 정도의 존재감으로 참가자들을 대합니다. 사정이 허락할 때는 정말 아르바이트에게 환영을 맡기고 참가자처럼 한쪽 구석에서 자라의 시간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참가자들은 주인공이 없는 무대가 없는 콘서트장에 입장하는 기분입니다. 어떠한 중심 에너지 없이 작은 정원에 하나둘 자리를 잡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분위기라는 걸 참가자들은 본능적으로 알게 됩니다. 하지만 그 틈으로 천천히 무의식에서부터 나의 존재감이 뻗어나옵니다. 이곳은 한송이 꽃이 조명을 독차지 하는 콘서트가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정원입니다.


라이프쉐어 자주 찾는 사진2.jpeg



고수는 대화하듯 첫 마디를 꺼낸다.


그렇다고 '주인공은 꼭 마지막에 등장한다'는 말처럼 마지막에 짠-하고 존재감을 터트리는 것도 아닙니다. 옆사람에게 넌지시 안부를 건대듯 "오늘 어떻게 왔어요?", "요즘 어떻게 지냈어요?" 이렇게 말을 건내듯. 여전히 낮은 존재감으로 또는 친숙한 음성으로 대화하듯 첫 말을 꺼냅니다.


스타강사 김미경님의 강연을 보며 완전히 머리를 쳤던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무대에 한걸음 발을 내딛을 때부터 이미 풍겨나오는 아우라로 관객을 호감을 삽니다. 그리고 무대 중앙으로 이동하며 이미 얼굴의 주름과 뉘앙스로 당신들의 마음을 다 안다는 비언어로 관객과 교감합니다. 마이크는 이미 턱 밑에 있습니다. 정중한 인사를 건내거나, 무대 정중앙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돌아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녀는 이동하다 느슨히 말걸음을 비스듬하게 멈추며, 반박자 빠르게 관객들에게 한마디를 건냅니다.


"요즘 너무 힘드시죠?"


이미 강연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관객들은 너도 나도 고개를 끄떡이며, 그녀와 닮은 표정을 짖고 있습니다. 김미경 강사님은 이미 관객의 얼굴을 미리 하고 계셨습니다. 관객과의 교감이 그 하나만으로 끝난 것입니다. 관객의 마음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이미 한편이 되고 나서는 그 뒤의 진행은 참 쉬워집니다. 이미 우리는 같은 편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녀는 빛나는 스타강사가 아니라, 내 마음을 알아주고 대변해주는 나의 편입니다.


존재감보다는 친숙함입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보다는 단연 공감입니다. 높은 곳에서 흐르는 물보다, 느슨하게 같은 높이에서 잔잔하게 일어나는 물결이 더 넓게 퍼집니다. 그랬을 때 참가자들은 내가 이곳에서는 더 편하게 내 모습대로 표정을 짓고, 말을 터트려도 된다는 것을 몸으로 이미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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