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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쉐어 Dec 20. 2022

[후기] 라이프쉐어 감정정산 워크숍 | 서울시민대학

액티브 시니어들과의 인생 토론 @서울시민대학 동남권캠퍼스

액티브 시니어들과의 인생 토론 

라이프쉐어 감정정산 워크숍 @서울시민대학 동남권 캠퍼스 


조금씩 추위가 찾아오던 12월의 첫 워크숍으로 3일 동안 서울을 가로지르며 100여명의 서울시민대학 학생분들을 만나고 왔어요. 아무래도 이미 은퇴하셨거나 은퇴를 준비하시는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인생의 후반기를 준비하시면서 배움에 대한 열정, 새로운 것에 대한 열린 마음을 잃지않으신 뜨거운 분들이었습니다.


서울시민대학에서 액시브 시니어와 함께한 감정정산 후기를 소개합니다.



1. 서울시민대학 학생들과의 첫 만남


나이 지긋하신 어른들과 함께하는 감정정산이라, 어떤 모습의 세상을 살아가고 계실지 궁금했습니다.


행사장에는 이미 참가자분들이 여럿 앉아계셨고, 시작부터 감정정산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등장했어요. 회사에서 매출정산은 해보셨지만, 나의 감정도 정산을 할 수 있다니 신기해하셨습니다.


낯선 시도을 마주한 어른들의 조금은 회의적인 시선에도, 대표 모더레이터 초롱은 환대의 에너지를 담아 차근차근 소개를 이어갔어요. 

연말정산이 중요한 것처럼, 지난 1년간의 감정을 계절별로 돌아보고 잘 흘려 보내주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이죠. 참가자들에게 안도감과 기대감을 선물했습니다.



2. 대화카드 감정편으로 시작해보는 '감정의 표현'


이번 워크샵에서는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감정'>을 활용했어요.  감정은 나를 이해하고 상대와 제대로 관계하게 해주는 소중한 존재들이죠.  참가자들이 마음이 이끄는 대로 대화카드를 고르고, 천천히 질문을 음미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감정을 표현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은퇴 후 선생님들에게는 조금 낯설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요. 걱정은 오산이었습니다. 



대화카드를 하나 둘 펼쳐보며 그 안에 질문들을 살펴보시더니요. 굳어있던 표정들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하고, 참가자들 사이에서 뜨거운 대화가 시작되었어요. 


평소 어디에 털어놓고 싶어도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 하지 못하거나, 차마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나의 감정에 대해서 이렇게 깊이있게 생각해본 시간이 처음이라 하시며, 혼자 마음 속에 꽁꽁 숨겨둔 이야기들을 꺼내놓으셨어요. 게다가 편견 없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이제 사춘기 중학생인 자녀와 어떻게 감정 대화를 나눠야 할지 막막해서 이곳에 오셨다는 분. 은퇴 후 앞으로의 삶애 대한 기대와 걱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남편, 아내와의 사별 이야기에 눈물을 보이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몰입하고 대화가 오가면서 쌓이는 공감과 응원에 점점 참가자들의 표정은 부드러워졌습니다. 나의 고민을 누군가도 하고 있다는 연결감이 상대가 순수하게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에게 현재의 고민이나 감정들을 솔직하게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걸 놀라워하시면서, 아직 하고 싶은 이야기가 남아있는 표정이었어요. 이렇게 나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만으로 정말 좋아하셨어요. 누구보다 라이프쉐어가 필요한 분들이었습니다.



3. 2022년의 라이프 이슈를 기록해보기


라이프쉐어 대화카드 감정편으로 몸과 마음의 워밍업을 했다면, 이번에는 조금더 구체적인 감정의 그래프를 그려보았습니다. 한장 안에 간단히 담긴 워크시트을 채워가며 2022년에 있었떤 좋았던 기억과 좋지 못했던 기억을 적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한 해 동안 나는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었을까요? 계절마다 올라가고 내려오는 감정 그래프를 보면서 '올 해동안 이런 일들이 있었지', '참 기뻤구나!', "정말 슬펐구나', '이 때 정말 화가 났었지' 하며, 나의 감정들을 기록했습니다.


그럼 어떤 감정이 가장 크게 남아있을까요?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고, 만족을 주는 상황을 알고 새해에 다시 채우고 싶은 것들을 점검했어요. 그리고 내가 힘들었던 상황에서는 무엇을 잃어버렸을까? 잊어버렸을까? 돌아보았습니다.



4. 새로운 '감정'이름으로 나를 소개하기


 워크시트와 감정 명상의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오랜 만에 감정 언어를 쓰면서 내 안에 삼켰던 많은 감정을 쏟아냈어요. 그리고 새해에 내가 더욱 맞이하고 싶은 감정을 떠올리고, 서로에게 나눴어요.  '설렘', '감사', '행복', '사랑', '희망', '충만' 등등 새롭게 만날 2023년의 감정을 환영하고, 환대했어요. 



5. 감정만 잘 나눠도, 아이처럼 웃으시는 어르신들


사회에서 나를 지키려고 감춰둔 모습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수용 받고, 무거웠던 마음의 짐들을 내려놓고 해소되는 아름다운 연결의 과정이었어요.


아이처럼 좋아하시며, 공간이 부족해 보일만큼 서로에게 마음을 전하다보니, 이완되고 희망찬 에너지가 가득했던 감동적인 순간이었어요.  또 한 번 라이프쉐어의 힘을 느꼈습니다.


감정만 표현해도 천진난만하게 바뀌는 참가자분들의 얼굴 표정을 보면서, 어른들의 순수함을 만났어요.



5. 중장년 층 남성들을 위한 감정의 대화 


갱년기에서 오는 분노와 긴 세월을 보낸 경험에서 오는 평온함. 이삼십대와 함께하는 대화 워크샵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진한 삶의 이야기로, 라쉥이에게도 배움이 너무나 큰 자리였어요.


특히 워크숍 초반부터 조금 경계하고, 내내 낯설어 하던 중장년 층 남성 참가자분들의 변화가 놀라웠습니다. 머리로만 이해하려고 하시다가, 워크숍 끝에 가서는 솔직한 모습들을 보여주셨어요. 


사실 지난 날을 살아오며 내가 감정적으로 듣고 싶었던 말은 '잘했다', '사랑한다', '수고했다' 같은 말들이었다고 고백했어요. 자신이 뱉은 말에 먼저 당황해하시면서도, 용기내어 말씀하시는 모습을 보며 뭉클했습니다.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겁많은 소년도 있고, 인정 받고 싶어하는 청년의 모습도 있었요. 그 분들의 새로운 감정이름은 '사랑'이었어요.


그져 버티고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져 나의 감정에  점점 무감해진 우리에게는 자신의 마음에 대해서 돌아볼 시간이 꼭 필요했어요. 강해보이기 위해 숨겨왔던 연약한 감정에 대해서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생기기를 바랐습니다.



오늘 이 곳에 오길 정말 잘했어요.
선생님 잘 되실거예요.

워크샵이 끝나고 라이프쉐어에 대해 궁금해하시면서, 만약 시민대학에 라이프쉐어 수업이 생긴다면 꼭 듣고 싶어하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중학생 아들도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쉬는 시간 없이 이어온 2시간이었는데, 지친 기색없이 만족스러운 표정과 설렘 가득한 몸짓으로 감정정산 워크샵에 오길 참 잘했다고 후기를 남겨주셨습니다.



깊이 있는 대화는 삶에 큰 지지와 위로가 되죠. 나에게 숨겨진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이었고, 서로에게 다정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대화가 필요한 분들과 함께 라이프쉐어만의 정서적 연결감을 많이 나누고 싶어요.


이번 워크샵에서 만난 엑티브 시니어분들, 중년층 남성들을 위해서 한국사회에서 대화문화를 만드는 일에  더욱 이바지하고 싶어졌습니다. 앞으로 라이프쉐어에서도 20~30대 뿐만 아니라 공감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을 위해서 보다 다양한 세대와의 라이프쉐어에 도전하고 싶네요. 지금도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 다양한 제안을 받고 있답니다. 기대 많이 해주세요.


이 글을 읽고 무언가 움직이시는 분들이 있다면, 모더레이터 스쿨에도 도전해보세요. 2030대 청년 뿐만 아니라, 5070 다양한 시니어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시평생교육진흥원 서울시민대학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즐겁고 보람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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