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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이프쉐어 Mar 05. 2017

일상으로의 초대

관점여행 '여행자 과정'_교감이 이끄는 여행

내 일상으로의 초대


이번에 다뤄볼 내용은 내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타인을 나의 일상으로 초대하는 것입니다. 초대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타인을 내 삶에 초대하는 것은 여행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이 궁금증은 관점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관점여행의 의미는 관점을 바꿔 일상을 간편하고도 부담 없는 여행으로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밖에서만 만나던 이들이 우리 집을 방문할 때, 매일 지나치던 길가에 내 지인들이 모여있을 때. 익숙함과 낯섦이 부딪히며 일상에 새로운 자극이 생깁니다. 아무 일 없을 줄 알았던 내 일상에 생기는 이런 자극은 무척 신선한 것입니다. 나의 세계를 낯설어하는 외지인의 눈을 빌어 모르고 있던 주변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도 있겠죠. 그 안에서 생겨나는 교감과 추억은 무채색이었던 일상을 채색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타인을 내 일상에 초대하는 것은 훌륭한 여행의 시작입니다. 



누구를 초대해야 할까 


여행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 어떤 사람을 초대할지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잘 떠오르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인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삶의 무대가 봐 뀌고, 지금의 바쁜 일상을 살아내느라 잊고 지내고 있을 뿐이죠. 굳이 집구석에 있는 졸업 앨범을 뒤져보지 않아도 몇 년 전 SNS에서, 또는 휴대폰 연락처에서 보고 싶은 사람을 손가락 가득 발견할 수 있습니다. 꼭 지난 인연이 아니더라도 지금 매일 지나치고 있는 사람들도 좋습니다. 매일 인사하고 지나가는 집 앞 카페 사장님, 꽃집 사장님, 옆집 부부. 그 외에 마음이 맞는 직장 동료, 학원 식구들도 가능하죠. 매일 보는 사이라 따로 사적으로 약속을 잡지는 않지만 이들도 알고 보면 소중한 인연들입니다. 



초대장을 만들어 봅시다


그들을 초대하기 위한 초대장을 만들어봅시다. 꼭 디자인이 가미된 포스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사진 한 장 없는 소개글이어도 상관없습니다. 문자 메시지로도 보낼 수 있습니다. 제목과 스토리가 있는 초대장을 만들어 보세요. 다소 투박하더라도 초대장의 힘은 대단합니다. 첫째로 받는 사람의 마음 가짐을 달라지게 합니다. 수없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일반 약속과는 질감이 다릅니다. 초대받았다는 생각 때문에 가까운 친구 집을 가더라도 어딘가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리란 생각을 기대를 하게 됩니다. 여행의 설렘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죠. 두번째로 초대하는 사람 스스로도 콘텐츠를 정리를 하게 해줍니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보여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달라 보이고, 주변을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누구는 우리 집은 사람을 초대하기에는 누추하고, 동네에도 아무 즐길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나를 데리고 가는 여행'에서 충분히 우리 동네에서 좋아하는 곳을 만들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주변에 재미있는 이야기와 즐길만한 소소한 곳들을 많이 알고 있을 테니까요. 별 것 아닌 것 같은 것들도 로컬의 시선과 이야기가 덧붙여졌을 때는 꽤 근사한 여행 콘텐츠가 됩니다. 그날 하루는 스스로 동네 여행박사가 된다고 생각하고 초대장을 작성해보세요. 내게는 그냥 매일 지나치는 것이지만 외지인에게는 이색적인 멋집이 될 수도 있고,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래는 그 간단한 예시입니다. 



[ 서촌 Old and New ]

이번 주말 오랜만에 시간이 남아 당신들을 우리 동네로 초대합니다. 아시다시피 오래된 동네라 예스러운 것이 많지만 그 사이사이에 즐길 것들도 참 많습니다. 제 생일은 다음 달이지만 그때 시간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니 이렇게 한 번 초대합니다. 맛있는 커피 한 잔과 로컬들만 아는 두부찌개 집. 그리고 골목길 산책을 해요. 얼굴 봤으면 좋겠네요.


만약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할 수도 있다면 상황은 더 재미있어집니다. 각자 조금씩 음식과 음료를 들고 오라고 해서 홈파티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요리를 잘하는 친구에게 회비를 면제해 주는 대신 음식을 부탁할 수도 있죠. 직접 음식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지인들에게 대접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간단한 동네 소개와 함께 집에서 할 수 있는 한 두 가지 엔터테인먼트만 공지하면 끝입니다. 어디서 볼 수 없는 독특한 로컬 파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취미 세계로 초대하기 

  

중급자 과정에서 견고화 된 취미가 있다면 그 취미의 세계를 적극 활용해보세요. 내게는 이제 익숙한 놀이터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평생 가볼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일 수 있습니다. 배우고 있는 댄스의 세계로, 요리의 세계로, 언어와 명상, 운동의 세계로 친구들을 한 번 초대해 보세요. 신기해하는 지인들의 눈빛을 통해 내 일상도 다시 한번 빛나게 됩니다. 


저는 분기에 한번 '한강 여행'이란 주제로 훈련하고 있는 요트로 지인들을 초대하곤 합니다. 얼마 전 자격증을 땄던 마리나에서 요트 대여를 하기에 가격도 저렴하고 안전하기도 합니다. 요트라고 해서 대단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럭셔리 보트가 아니라 낡은 훈련용 세일링 요트입니다. 게다가 서울에 사는 지인들에게 한강도 역시 너무나 익숙한 것이죠. 하지만 작은 요트라도 그 위에 올라 한강을 바라볼 때면 서울이 무척이나 달라 보입니다. 세계 그 어디에 내어놓아도 빠지지 않는 절경이 있습니다. 특히나 가을 겨울 해가 길어질 때의 낙조라던지, 저녁으로 변했을 때 반짝이는 시민들의 행렬은 눈물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습니다. 지인들 역시 익숙함 속에서 낯섦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는 두 눈을 반짝입니다. 그리고 요트가 바람을 타고 조용히 강물을 가를 때면 모두가 그 순간에 빠져 작은 탄성을 지르곤 합니다. 그때를 맞이하면 저 역시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제 조금 익숙해졌다고 점점 평범해져 보이는 이 세계에 새삼 감사함을 느끼게 되는 순간입니다.










상상력을 가진 도구의 효과


종종 익숙하디 익숙한 인근 공원에 가서 낚시 의자와 테이블을 펼칩니다. 인근에 사는 지인도 부르죠. 거기에서 집에서 가져온 과자와 캔맥주를 꺼내놓습니다. 준비한 것은 이것뿐인데 사람들은 어디 멀리 여행 온 것 같다며 너무나 좋아합니다. 저 역시 그들과 공원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너무나 즐겁습니다.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셀 수 없이 많이 왔던 집 앞 공원이 왜 이리 다르게 느껴질까요?


그것은 상상력을 가진 도구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는 캠핑을 갈 때 쓰는 의자, 테이블, 랜턴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더 간단하게는 소풍을 갈 때 쓰는 돗자리, 좋아하는 영화가 들어있는 노트북만, 여행지 느낌이 나는 페브릭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행을 가서 쓸 법한 이런 소품들은 스스로 상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를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마치 여행을 온 것 같은 분위기에서 지인들 혹은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나눠보세요. 그것만으로도 익숙한 곳이 색다른 모험의 장소가 될 수 있습니다. 어린 시절 우리는 다락방에서 프라이팬 하나만으로 모든 역할극을 했던 사람들입니다. 머리는 잊고 있지만 몸은 분명히 그 흥분을 기억할 것입니다. 


지인의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그분은 회사에 야근이 너무 많아서 어디 여행은 꿈도 못 꿨다고 해요.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회사 옥상에 탠트를 치고 캠핑 느낌을 즐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너무 즐거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뒤로 친한 직원들과 함께 종종 옥상에 모여 텐트를 치고, 맥주도 마시며 도심 속 캠핑을 즐긴다고 해요. 그렇게 보니 회사에서 보는 야경도 꽤 좋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상상력을 가진 도구를 정말 잘 사용한 예라고 볼 수 있어요. 심지어 가장 회사라는 공간에서도 그 힘은 발휘됩니다. 그러니 꼭 근사한 것으로 꾸미고, 멋진 곳으로만 초대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작은 의자와 촛불 하나만으로도 일상은 로맨틱한 곳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관계 속에서 새로워지는 일상


사람들과의 토론과 대화. 낯선이 와의 부딪힘 만으로도 여행의 공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죠. 하지만 대화와 교감을 여행자 과정에서 강조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만큼 거대한 여행지는 없기 때문이죠. 사람은 한 권의 책과도 같습니다. 그 속에서 내가 보고 경험하지 못한 세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 책의 모든 주인공인 한 인간은 사실 나와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비슷한 것으로 고민하고, 좌절하고, 또 버텨내며 살고 있습니다. 대화 속에서 우리 모두가 비슷하다는 것을 느낄 때 알 수 없는 교감이 생깁니다. 나와는 관계없을 줄 알았던 한 사람이 나와 인연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 우리의 일상은 여행이 되어갑니다. 




Life Share 합정


지난 난 2월. 익숙한 나의 동네로 완전히 낯선 사람을 초대하여 깊은 대화를 나눠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름은 'Life Share 합정'. 모르는 사람끼리 모여서 밤새 인생에 대해 토론도 하고, 합정동이란 곳을 구석구석 여행해보자는 취지였습니다. SNS에서 건너 건너 초대장을 전달받은 사람들 6명이 저희 집을 찾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외국인 게스트가 아니라 모르는 한국 사람들을 초대한 순간이었죠. 놀랍고도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툴과 인생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돕는 질문 카드를 준비했습니다. 제가 준비한 것은 거기까지였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대화는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서 깊이 있는 교감이 일어났습니다. 저 역시 그 안에서 다양한 인생을 만나고, 고민들을 마주했습니다. 대화는 한참 계속되었고 우리는 참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교감 뒤로 이어졌던 동네 마실과 원데이 요가 등의 프로그램들은 마치 고교 동창생들끼리 떠나온 해외여행처럼 즐거웠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안에서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많은 변화와 도전 속에 스스로 무뎌지던 일상이었습니다. 하지만 Life Share를 진행하며 많은 것들이 깨우쳐졌습니다. '아 내가 이런 사람이었지.' '내가 이 공간을 사랑하는 사람이었지.' 스스로를 재발견하는 멋진 시간이었습니다. 게다가 값진 친구들을 새로 얻었습니다. 마음을 나누고 하루를 함께 보내는 동안 인연은 끈끈해졌습니다. 그들도 제가 느낀 것을 그대로 느꼈다고 말합니다. 이런 행복한 여행이라면 언제든 다시 찾아오겠노라고 약속합니다. 






참가자들 말을 빌리자면 제주도 여행보다 저렴하고, 유럽여행보다 감동적이었던 이 여행을 계속하기 위해 저는 계속해서 매달 Life Share 합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기들은 헤어지기가 너무 아쉽다고 자발적으로 하루를 더 머물다 가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관점여행이 모두에게 필요했던 것이죠. 


매번 멋진 곳으로 떠날 것이 아니라 이번 주말은 내 주변을 특색 있게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변을 둘러보고 소소한 재미들을 찾아 초대장에 찬찬히 적어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참가자들이 생기는 순간, 즐거운 관점 여행이 시작됩니다. 이런 흐름이 생긴 이후로는 여러분도 그 급류 속에서 여행자가 되어보세요. 새로운 자극과 교감은 무뎌졌던 일상에 활력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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