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여행 여행자 과정_교감이 이끄는 여행
관점여행의 모든 과정 중 가장 어려운 과정이 사실 이번에 다룰 내용입니다. 바로 외국인과의 일상 여행입니다. 우선 어디서 외국인을 만나야 할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만난다고 하더라도 말이 잘 안 통할 수도 있고, 정서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때로는 누가 누군지 모르기 때문에 무서울 수도 있죠. 하지만 이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인정하더라도 외국인과 함께 하는 동네 여행은 가장 드라마틱한 관점 여행입니다. 교감면에서도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자란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무척 새롭습니다. 같은 주제에 대해서 전혀 다른 시각을 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평범해 보이는 많은 것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그들을 통해서 내 일상을 다시 돌아볼 수 있습니다. Life Share를 통해 교감이 깊어진 상황이라면 그들을 통해 한국에서도 해외여행을 하는 듯한 착각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세계를 교환하는 것이죠. 외국인과의 동네 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 대체 어디를 가야 외국인을 만날 수 있고,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제가 가장 선호하는 방식은 광장형 만남입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어디를 가도 외국인을 만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워킹 비자와 외국인 유학생 그리고 로컬 여행을 선호하는 외국인 관광객 때문이죠. 그리고 신기하게도 어떤 지역을 가도 그들이 모이는 광장이나 술집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서울 강북에서는 홍대 놀이터가 있습니다. 언제나 수많은 외국인 여행객, 영어 선생님, 유학생, 직장인들이 가득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이미 무리를 지어서 놀고 있습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자기들끼리 놀고 있는 것 같아 보여 끼기가 참 애매합니다. 맞습니다. 그들 중에는 한국에 종종 자기들끼리만 뭉치려고 하는 외국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경험해본바 90%의 국내 거주 외국인, 개별 관광객들은 한국의 로컬 사람들과 간절히 교류하고 싶어 합니다. 한국이 좋아서 왔지만 생각보다 한국인들과 친해질 자리가 없어서 그들끼리 다니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특히 중장기 거주 외국인일 경우 이런 생활을 많이 외로워합니다. 외국어 실력이 훌륭하지 않더라도 그들에게 다가가 먼저 말을 걸어보세요. 의외로 반갑게 맞이해 줄 것입니다. 처음엔 같은 동성끼리가 더욱 쉬울 수 있습니다. 서서히 퍼져서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을 수도 있죠. 방식은 앞서 친구를 만드는 여행과 똑같습니다. 미소로 말을 걸고, 자기소개를 하면 됩니다.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이라도 사는 방식은 거의 흡사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그들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교류에 목말라 있습니다. 그리고 같은 한국에 있다는 공통점만으로도 우리는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간단한 툴을 활용해서 외국인 친구들을 사귈 수도 있습니다. meet up과 같은 로컬 사람과 외국인을 연결해주는 액티비티 플랫폼을 사용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인근에 일어나는 재미있는 이벤트나 교육을 검색할 수 있고, 또 내가 만들어 볼 수도 있죠. 그리고 언어교환 카페를 활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이나 SNS에서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인근에 언어교환 이벤트를 찾아보세요. 의외로 무궁무진한 기회를 잡을 수 있습니다.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그 종류도 다양하죠. 외국어도 배우고 우리 동네에 사는 외국인 친구도 사귈 수 좋은 툴입니다.
또한 상황이 허락된다면 Airbnb와 같은 룸 셰어 플랫폼을 이용해 나의 집을 외국인에게 셰어 해주는 호스트가 될 수도 있습니다. 광장형 만남과 더불어 매우 적극적인 형태이죠.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만큼 가까워지기 좋은 방법도 없습니다. 게다가 부업으로도 활용할 수 있고요. 꼭 이렇게 셰어 할 집이 없어도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최근에 성행하고 있는 외국인 국제교류 셰어하우스인데요. 큰 집에 절반은 한국인이 절반은 외국인들이 들어와 함께 사는 것입니다. 서로의 문화도 교환하고,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살아보는 재미있는 경험을 얻을 수 있는 주거 형태입니다.
2014년 봄부터 룸 셰어를 하며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을 방 안에서 만났습니다. 어찌 그리도 그들은 행복해 보이고, 많은 것들에 열려있고, 작은 것들에 감동할 수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그 속에 실제로 살고 있는 저는 무덤덤한데 말이죠. 때로는 모든 외국인 관광객이 예술가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강에 떨어지는 석양을 보며 눈물을 짓고, 사람들로 꽉 차 어지러워 보이는 홍대, 건대 거리를 보며 테마파크 갔다며 연신 탄성을 지르는 그들이었습니다. 모르는 사람이라도 말이 잘 통하면 금방 친구가 되고, 급작스럽게 새로운 여행을 떠나기도 하죠. 무엇이 그들을 이리도 감성적이게 만들고, 열려있게 만들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그들은 이곳에 있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5일 뒤면, 10일 뒤면 한국이란 곳을 떠나야 함을 알기 때문에, 평생 다시 올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작은 것에도 반응하고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아름다움에도 크게 기뻐하는 것이었어요. 그들과 함께 있는 일상은 내 주변의 아름다움을 새삼 발견하게도 도와주지만 한 가지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어쩌면 나의 시간도 한정되어 있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이 되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짧은 인생, 내가 밟을 디디고 살고 있는 이 일상을 정말 사랑하고 즐겨야겠다고요. 하지만 사람이 늘 그렇듯 이 좋은 생각도 일상에 치여 종종 잊습니다. 하지만 초롱 초롱한 눈으로 서울을 바라보고 느끼는 외국인 관광객 친구들을 보면 다시금 '시간'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죠. 그리고 이미 용감하게 둥지를 박차고 나와 세상을 경험하는 디지털 노마드들. 여행가들을 보면 세상을 보는 눈이 더 넓어지고, 삶에 대한 용기도 생겨납니다.
내국인들끼리라면 서로 모르는 사이에서도 서로 통하는 정서나 주제가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문화권이 전혀 다른 외국인들과는 교집합이 없기 때문에 주로 현재나 미래형의 대화를 많이 하게 됩니다. 서로의 배경을 모른다는 전제 때문에 누구를 욕하고, 푸념을 늘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현재에 나의 객관적인 모습이나 가치관. 몸 담고 있는 국가나 조직. 미래에 꿈꾸는 모습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러한 대화는 대게 삶에 긍정적인 영향 끼칩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편하게 말하면서 평소 몰랐던 나의 내면에 대해서 정리할 수도 있고, 서로의 세계를 나누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이것은 Life Share의 순기능과도 동일합니다. 다만 그 대상이 좀 더 드라마틱해진 것이죠. 긍정적이고 폭넓은 대화가 연결되는 것도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에서 대답이 막힐 때면 좀 더 내 주변에 대해서 많은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끼기도 합니다. 실제로 기본적인 서울에 대한 정보라던지, 한국에 역사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아 스스로 부끄러웠던 적이 많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이라던지, 나의 뿌리에 대해서 공부하면서 그들과 더 폭넓은 대화가 가능했었습니다. 인생의 공부가 됐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었죠.
하지만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배낭여행, 유학, 워킹홀리데이 같은 기회로 해외 경험이 많은 사람들이 많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그런 기회가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거리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지나다닙니다. 무엇이라도 볼일이 있기 때문에 이곳에 와있는 것이겠죠. 그 볼일이라는 것은 내가 발을 디디고 있는 이 땅에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연결되어 있는 것이죠. 먼저 한 번 다가가서 이방인이 아니라 친구처럼 대해 보세요. 그들은 어찌 보면 가만히 동네에 앉아서 세계여행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멋진 친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