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의 실험
(출처 : 포스코 인스타그램)
얼마전 포스코 본사에서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그룹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라이프 쉐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싶다고요.
'두둥 포스코에서??'
내면의 소리는 이제 라이프 쉐어의 위상이 이렇게 높아졌나(?) 신이 났지만,
사실 한 회사에서 근무하시는 분들과 캠프를 해본 적이 없없기에 걱정을 많이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회사 조직이야 말로,
라이프 쉐어를 통해 서로 간에 이해의 벽이 낮아지고 소통이 부드러워졌을 때
가장 좋은 효과가 있는 곳이 아닐까 싶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냉큼 해보기로 최선을 다해보기로 결심을 했죠.
그런데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그것은 너무도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어느 그룹이나 회사에 소속이 되어있고 말고를 떠나서
숙소에 짐을 풀고, 일상에서 잠시 떠나온 사람들은 모두 여행자였습니다.
우리는 1박 2일 동안 정말 어느때 보다도 깊은 대화와 교감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질감이 두터운 휴식을 경험했습니다.
헤어지기가 너무 아쉬울 정도로 정이 들었고,
참가자들은 카톡 프로필을 캠프에서 찍은 사진으로 꾸며놓고 그날을 계속 해서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호스트 초롱 역시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라이프 쉐어의 여운이 매우 깊었습니다.
이제는 각자 광양으로 포항으로 송도로 각 계열사가 있는 삶의 현장으로 흩어졌지만,
우리가 나눈 대화는 쉽게 흩어지지 않네요.
지금부터 그 이야기 짧게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포스코와 함께하는 라이프 쉐어 캠프도 서촌 한옥 게스트 하우스 '소풍 게스트하우스'와 함께했습니다.
아늑한 한옥에는 때마침 멎어준 비와 함께 반가운 손님들이 하나둘 등장합니다.
가깝게는 선릉 포스코 센터, 멀리서는 포항 체절소, 광양에서 오신 참가자들이 하나 둘 모입니다.
남성 비율이 높은 회사 답게,
훈훈한 외모의 남성 참가자들이 한옥의 분위기를 한 껏 화사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회사 일로 나온 것이지만, 낯선 사람들과 1박 2일간 여행을 한다.
사실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참가자분들도 처음에는 이미지 관리도 하고,
분위기 있게 여행 매거진 아트레블도 보고 한옥도 둘러보고 하다가
브루클린 라거 한 입 베어물고 베시시 웃음이 번지는 것은 막을 수가 없네요.
'하핫, 회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당당한 이유로 집을 떠나니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마냥 퍼져있을 수만은 없죠.
우리는 이제 1박 2일간 고품격 릴렉스 토크 캠프를 진행해야합니다.
라이프 쉐어에 대표 호스트 초롱이 캠프 취지와 1박 2일 간의 일정, 규칙 등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첫 번째, 나이와 직급을 밝히지 말아주세요.
이름을 쓰지 않고 닉네임을 써도 되어요.
대화에 방해가 되는 요소는 배제하려고 해요.
둘 째, 우리는 정말 여행을 온 것입니다.
그러니 모든 프로그램의 참가 여부는 개인 자유입니다.
피곤하시면 쉬시고 다른 곳으로 가서 산책을 해도 좋습니다.
편안하게 취향대로 즐기세요.
셋 째,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때는 많이 들어주세요.
이 세가지만 지켜주신다면 정말 좋은 캠프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작성하신 내면 카드에 맞춰 자기소개를 해볼까요?"
다소 이상한 규칙 속에서 참가자들의 자기소개가 이어집니다.
나이와 직급을 말하지 않으니, 그 안에 있는 내 이야기가 쏟아집니다.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 육아에 빠진 사람,
드라이빙을 즐기는 사람, 아주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아이가 셋인 삼십대 가장,
사회 공헌일을 하는 사람, 포항과 여자친구를 좋아하는 사람,
카페를 하고 싶은 사람, 소설가가 꿈인 사람, 원래 군인이었던 사람
사고 치는 아이 때문에 고민 많은 사람, 평범한 일상이 고민인 사람,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 자부심이 있지만 이제 건강이 걱정인 사람 등등
물론 다른 계열사라고 하지만,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이곳이 Show me the money 가 아리나 Show me the story 가 아닐까.
이런 감탄이 계속 나올 만큼 참가자들의 스토리는 자기소개에서부터 너무나 깊고 특별했습니다.
우리 운영진들은 벌써부터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라이프 쉐어도 정.말. 재미있겠구나.
자기 소개가 끝나고 난 뒤,
우리는 서촌 여행을 떠났어요.
누하동, 통의동, 세종문화 음식거리 등을 천천히 지나다녔습니다.
이상의 집, 대오서점, 누하동 카페거리, 크고 작은 겔러리들
평소보다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사소한 것에도 시선을 두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마음에 드는 가게,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은 곳들이 마음 속에 그득해졌습니다.
그중 한 곳에서 들러 우리는 맛있는 한식을 먹기도 했어요.
시원한 해물이, 구수한 한식이 오히려 더 멋지고 쿨한 도시 서촌에서 말이죠.
그런데 우리가 그 매력에 빠져 한 참을 여행하고 있을 때,
오늘 하루 우리의 집이 된 '소풍 게스트하우스'에서는
특별한 선물이 바삐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선물은 바로 음악이었습니다.
라이브 음악은 그 소리만으로 새로운 세계로 여행을 시켜주는 존재이죠.
계속해서 라이프 쉐어 캠프에서 해보고 싶었던 음악 공연을
포스코 편에서 처음으로 펼쳐보였습니다.
"와~ 이제 진짜 집 처럼 느껴졌는데, 또 완전히 다른 세계로 온 기분이예요."
스르릉 기타 줄이 손에 닿는 순간.
적막하던 공간에 보컬의 숨소리가 퍼지는 찰나,
단순한 숙소 공간은 또 다른 세상으로 우리를 안내하는 요트가 되었습니다.
라이프 쉐어가 펼쳐지는 한옥을 공연장으로 만들어준 주인공은
유재하 가요경연대회의 수상팀 '다방'이었습니다.
다방 팀들은 한 공간에서 스스럼없이 맴버들과 소통하며 잔잔한 공연들을 이어갔습니다.
연주와 음악에 푹 빠진 참가자분들의 얼굴을 보니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아마 그 순간 모두가 하나가 되어 깊은 여행을 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님, 이런 훌륭한 선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정말 좋았어요."
한옥에서 라이브 음악을 들어보는 특별한 시간 뒤에는
우리의 메인 프로그램 '라이프 쉐어링'의 시간을 가졌어요.
자기소개, 로컬 여행, 음악 여행까지 이어진 플로우로
맴버들은 이미 가슴이 확 열린 여행자가 되어있었습니다.
처음에 쭈뼛쭈뼛 게스트하우스에 들어올 떄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들을 하고 계셨죠.
고른 카드들로 맴버 메칭을 시켜드리니 알아서 한옥을 나가 골목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시고,
한옥의 마당과 방들을 넓게 활용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가셨습니다.
삶, 가치관, 사랑, 일, 치유, 매래, 관계 등
단어만 들어도 어려운 주제들이었습니다.
다들 각자의 삶에서 충실히 고민하고 열심히 살아오신 분들이기에
처음에는 어려워하시다가도 곧장 방향을 잡으시고 깊은 교감을 나눠갔습니다.
역시 한 번 대화가 시작되면 1시간이 5분처럼 갑니다.
대화 상대를 교체할 시간이 되어도 좀처럼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맴버들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간이었던 12시가 되어도 그 열기는 식지 않더군요.
몇몇 맴버들은 서촌 투어에서 점지해두었던 바로 가셔서 계속 대화를 이어갔고,
한옥에 남은 또 다른 맴버들은 늦은 시간까지 삶에 대한 고민과 생각들을 나누어갔습니다.
캠프의 둘 째 날이 밝았습니다.
어제 서촌 야간 투어를 나간 팀들이 어제 밤의 분위기를 자랑을 하하고,
한옥에서 라이프 쉐어를 계속했던 팀들도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고 서로 자랑을 하는 틈에,
라이프 쉐어의 전통적인 인기 프로그램 '마음 챙김 명상' 시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날은 호흡 명상과 더불어 마당에 있던 돌맹이 하나를 들고 바라보고 교감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평소에 존재 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사물을 통해 자신을 만나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었죠.
맴버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으며,
명상이 끝나자 매번 그랬듯 선생님이자 라이프 쉐어 1기 참가자이신 이현정님에게 질문이 쏟아집니다.
현대 직장인들에게 명상은 이렇게 꼭 필요한 내면 여행법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제가 맴버들을
서울에서 할 수 있는 가장 낯선 여행으로 안내할 차례입니다.
우리는 자리를 여의도로 옮겨 서울에서 몇대 없는 카타마란에 몸을 실었습니다.
(* 카타마란 : 요트 2대를 갑판이 연결되어진 형태의 요트로 배위에서 이동이 비교적 자유로와 레져용으로 많이 쓰인다.)
배는 조금씩 한강의 중앙으로 나아갑니다.
시원한 여름 강바람이 맴버들의 더운 머리를 식혀줍니다.
그리고 얼마뒤 육지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자유로움이 얼굴에 퍼집니다.
1박 2일 동안 참 많은 것을 했습니다.
라이브 음악도 코 앞에서 듣고,
한옥을 빌려 잠도 자보고, 심지어 요트도 탔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는 것.
가깝지만 낯선 곳에서 하루를 머물러 본다든 것.
휴식과 느슨한 연결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신나고 즐거웠습니다.
깊은 라이프 쉐어링을 했고, 좋은 추억을 만들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커피 한 잔에 울고 웃을 수 있었고,
흥겨운 음악에 맥주 한 잔만 마셔도 마치 학생 때로 돌아간 것처럼 행복했던 여행이었습니다.
PS : 포스코편 맴버들도 메신져 프로필을
라이프 쉐어 캠프 때 찍은 사진들로 변경해놓으신걸 보고 괜히 뭉클.
우리 연말 파티 때 꼭 다시 만나요오~~
댓글 환영!
*라이프 쉐어 1박 2일 함께 고생해주신 포스코 그룹 직원분들, 홍보팀, PBN 팀 감사합니다.
본 프로그램은 포스코 그룹 사내 방송을 통해 7월 22일 전사 상영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