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을 위한 캠프 '라이프 셰어'
지난 2017년 12월, 라이프 셰어 연말 파티 'NOT ALONE' 기억나시나요?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교육 봉사 멘토링 사회적 기업 '점프'와 함께 공동 기획을 했던 이벤트였는데요. 점프와 함께한 애장품 경매에서는 무려 120만 원의 후원금을 모였습니다. 라이프 셰어 참가자들의 멋진 모습이었죠. 이후에도 파티 참가자 중 몇 분이 점프의 후원자를 자청했는데요. 라이프 셰어가 가는 방향이 꼭 틀리지만은 않구나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후 이 뜨거운 후원금을 어떻게 사용할까 고민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라이프 셰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했습니다. 바로 점프와 함께하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을 초대하여 1박 2일 라이프 셰어를 하는 것으로요.!
실제로 점프 대학생 교육 봉사단 분들은 활동 기간이 1년으로 지역과 센터 곳곳에서 어린이들에게 과외활동을 펼치고 있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이 2년 이상 장기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셨죠. 본인이 추구하는 가치를 실제로 행동으로 옮기고 지속하는 학생분들로, 어떤 근사한 사회인들보다 멋지고 대단한 분들이었어요.
그분들에게 1박 2일 제대로 된 휴식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덕분에 기획 초기부터 많이 신경 쓰고, 걱정도 했던 캠프였습니다. 게다가 '라이프 셰어'에게도 첫 번째 사회적 발걸음이기에 진심을 다해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아주 즐겁고 유쾌한 1박 2일이었는데요. 그럼 오늘은 점프의 대학생 교육 봉사단과 함께했던 낭만적인 이화동 성벽길에서의 1박 2일 라이프 셰어 이야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이 풋풋하고, 사뭇 부끄러워하시는 분들은 누구실까요? 오늘의 라이프 셰어의 참가자들. 바로 점프의 대학생 교육 봉사단원들입니다. 점프 내부 블로그 공모를 통해 총 10명의 참가자들을 모였어요. 각자의 사연으로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자 라이프 셰어를 찾았다고 해요.
이번 1박 2일 라이프 셰어의 베이스캠프는 '이화동 사라하우스'입니다. 사라하우스는 벽화마을로 유명한 종로구 이화동을 대표하는 게스트하우스라고 해요. 브루클린을 연상시키는 멋진 인테리어에 호텔과 같은 완벽한 침구가 인상적인 곳이었어요. 이곳에서 1박 2일.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요?
라이프 셰어의 공식 순서인 자기소개 시간이 시작되었어요. 같은 대학생 교육 봉사단이라고는 하지만 활동하는 지역과 기관이 달라서 모두 처음 보는 사이라고 해요. 하지만 라이프 셰어의 규칙을 위해 1박 2일 동안 나이와 소속은 밝히지 않기로 합니다. 그리고 요즘 하고 있는 생각이라던지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로 자신을 천천히 소개합니다.
덕분에 점점 옆에 있는 사람이 그저 하나의 사물에서, 색과 향을 가진 인간으로 느껴져요. 그 사람의 생각과 기호를 듣게 되면, '저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죠. 오늘의 참가자들은 특히나 교육 봉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라, 서로 얼마나 교감하고 편해질 수 있을지 참 기대되기도 했어요.
라이프 셰어가 내세우는 장점 한 가지는 바로 충분한 휴식 시간이에요. 우리는 여행을 왔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보다 얼마나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하고, 이 여행지에 녹아드는지가 중요하거든요. 그리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에너지 소모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기소개 시간 이후에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졌어요. 현재 판매되는 여행 매거진 중에 가장 핫한 '아트래블'을 보며 여행의 기운에 푹 빠지시는 분들도 있었고요.
자 이제 이화동 로컬 구석구석으로 작은 여행을 떠날 시간입니다. 로컬 여행을 하면서 참가자들 간에 특별한 시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라이프 셰어 키트를 나눠주었어요.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하고, 라이프 셰어의 첫 번째 대화 짝을 연결시켜드렸어요. 낭만적인 이화동의 골목길을 걸으면서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이도록요.
그런데 이분들 얼마나 신이 나셨는지, 여행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아주 어린이와 같은 표정으로 집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사실 이화동은 낙산 공원, 마로니에 공원, 대학로, 벽화마을 등 정말 풍성한 도시 여행 자원을 가지고 있는 곳인데요. 외국인들은 수많은 돈을 주고도 일부로 찾는 곳이죠. 우리는 로컬이라는 이유로 아주 편하게 이곳에서 1박 2일 여행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리고 금강산도 식후경.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진 로컬 식당도 안 가볼 수가 없죠. 이화동 라이프 셰어의 첫 번째 여행지는 '부부식당'입니다. 퓨전 한식으로 인근에 사는 분들도 자주 찾는다는 유명 식당인데요. 그 입구를 찾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들어간 입구에서부터 나오는 음식까지 아주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많은 음식들이 눈 깜짝할 사이 없어졌어요.
배도 부르고, 날씨도 조금씩 따뜻해지고 기분이 참 좋습니다. 우리는 내친김에 함께 낙산 공원에 오르기로 했어요. 식사 이후에는 원래 자유시간이기 때문에 먼저 숙소로 들어가고 싶거나, 다른 곳을 혼자 여행할 수도 있는데요.
이번에는 대부분의 참가자들은 낙산 공원 산책을 함께 선택했어요. 서울에서 라라랜드의 탭댄스 신을 완벽 재현할 수 있다는 낙산공원. 아직 살짝 어색한 우리들은 그래도 아름다운 서울 야경을 배경으로 단체샷도 찍고, 실컷 브이도 지어 보입니다. 그런데 문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아름다운 곳에서 라이프 셰어링을 하면 어떨까?'
바람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금 라이프 셰어를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모두들 흔쾌히 좋다는 대답을 합니다. 우리는 즉석에서 2, 3명 그룹을 이뤄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높은 성벽과 은은한 조명, 아직 쌀쌀한 날씨 탓에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낭만적인 성벽에서 우리는 삶과 사랑, 일과 휴식에 대해서 라이프 셰어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낭만적인 낙산공원 성곽길엔 점프 20대 교육 봉사자들의 뜨거운 열정에 차가운 날씨는 전혀 방해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점점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상대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고, 상대의 속 깊은 이야기에서 나도 모르게 '아-' 공감이 탄성이 나오기도 합니다.
'성곽길이 원래 이렇게 멋진 곳이었나요?'
참가자들 각자가 안고 살아가는 고민과 의문들로 낙산공원은 그 어떤 날 보다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일정만 아니면 저 멀리까지 이어지는 성곽길을 모두 밟으며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성곽길에서의 잔향을 남긴 채 우리는 다시 사라하우스로 돌아왔습니다. 이화동을 선택한 것도 애초에 낭만적인 낙산공원에 있었지만, 우리의 밤은 아직 길거든요. 더 안락한 대화와 휴식을 위해 각자의 방을 찾았습니다. 따뜻한 커피, 푹신한 침대, 멍 때리기. 라이프 셰어에서 참 중요한 것들이죠.
휴식 뒤에는 다시 뜨거운 라이프 셰어링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각자 자신의 관심사와 비슷한 카드를 가지고 있는 상대를 찾아 매칭을 하고, 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갔어요. 처음 보는 사람이지만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놀라울 정도로 분위기가 빠르게 잡혀갔어요. 이화동 사라하우스의 편안한 분위기도 편안한 대화를 이끌고 있었어요.
저녁이 깊어질수록 라이프 셰어의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습니다. 전 세계 수제 맥주의 대표 브랜드 브루클린 브루어리에서 가져온 특별한 맥주가 그 열기를 더해주었죠. 인생 이야기를 나눌 때면 목이 타기 마련인데요. 지칠 법한 텐데도 가끔씩 맥주로 목을 축이며 대화에 열을 올리는 참가자들이 참 열정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 안 만났으면 어쨌을까 싶을 정도로요.
라이프 셰어의 밤이 점점 깊어집니다. 저 멀리 보이는 참가자들은 오늘 밤, 저 멀리 유럽의 게스트 하우스에서 우연히 말 잘 통하는 친구를 만났듯 반가운 에너지로 반짝반짝한 밤들을 만들어가고 있네요. 오늘의 대화가, 여행이 멋진 휴식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기를요.
라이프 셰어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몇 명은 일치감치 일어나 차를 마시고, 누군가는 이불을 정리하고 있네요. 여백의 시간에 또 한 번의 여백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항상 라이프 셰어와 함께하는 이현정 선생님과 마음 챙김 명상 시간이 찾아왔어요. 대학생분들이라고는 하지만 학업과 동시에 자신의 길을 찾아 치열하고 고민하고 행동하시는 교육 봉사자분들인데요. 그 안에 아마 스트레스도 많이 쌓여있으셨을 것 같아요. 어제는 대화로 그것들을 풀어내는 시간이었다면, 이번에는 조금 차분하게 내면을 정리하는 시간이에요. 라이프 셰어링 때와 마찬가지로 참가자분들을 놀라울 정도로 명상을 잘 즐겨주셨어요.
'참가자분들이 진지하게 임하시고 솔직하게 표현해주셔서 참 감사한 시간이었어요.
반응이 좋아 보람 있네요'
평소 조용한 이현정 선생님이 이렇게 직접 문자를 보내주실 정도였어요. 명상을 끝으로 점프 대학생 봉사단과 함께한 1박 2일 이화동 라이프 셰어는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휴식과 여행. 그리고 인생 이야기가 있는 시간들로 그동안 고생했을 봉사단 분들께 선물 같은 시간 주고 싶었는데요. 어떻게 라이프 셰어의 마음이 잘 전달되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럼 유난히도 귀여운 참가자가 많았던, 점프 대학생 멘토 봉사단과 함께한 라이프 셰어 후기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다음에 또 함께해요. 감사합니다 :)